가톨릭 뉴스

1/4(화) - <5> 비정규직 노동자 위로하던 쉼터 `꿀잠`···영등포 재개발로 사라지나

재생 시간 : 03:29|2022-01-04|VIEW : 268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인 ‘꿀잠’이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꿀잠’은 영등포구청 앞에서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전은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의 빨간 벽돌 건물. 이곳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위해 지어진 쉼터 ‘꿀잠’입니다.알록달록한 창문과 함께 돋보이는 건 빗자루를 탄 여성 청소노동자의 조형물입니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쉼터인 ‘꿀잠’이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꿀잠’은 영등포구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은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의 빨간 벽돌 건물.

이곳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위해 지어진 쉼터 ‘꿀잠’입니다.

알록달록한 창문과 함께 돋보이는 건 빗자루를 탄 여성 청소노동자의 조형물입니다.

이 작품은 존중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하늘을 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졌습니다.

꿀잠은 2017년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졌고, 해마다 노동자 4천 명이 오가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머물 곳 없는 지방 노동자들이 고단함을 풀고, 회사와 맞서는 해고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연대 공간이 됐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를 당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한국마사회의 비리 고발 후 목숨을 끊은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도 꿀잠에서 위로 받았습니다.

<김소연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운영위원장>
“유가족분들도 이용하시고 하셨어요. 당연히 아늑한 공간이고 또는 서럽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정말 여름밤 외갓집 같은 집이기도 하고, 여성들은 친정집 같단 얘기도 많이 하세요.”

부당한 노동차별을 당한 이들을 보듬던 꿀잠에 요즘 한숨소리가 가득합니다.

지난해부터 영등포구 신길 제2구역 재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존치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은 “합의점을 찾기로 했던 초반과 달리 정작 공시된 개발계획에는 꿀잠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소연 /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운영위원장>
“구청에서 조합측, 전문가 분들하고 만나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안을 한 번 만들어보겠다. 저희가 이제 공시된 걸 확인해보니까 그동안 문제 제기했고 또는 합의를 해보자고 했었는데 그런 내용들이 전혀 반영이 돼 있지 않았어요.”

꿀잠은 노동자들이 일터에 쉽게 갈 수 있도록 영등포역과 가까운 위치에 마련됐습니다.

입지를 고려해 개발지역 부근에 다른 토지를 보상받는 방식도 제시되고 있지만, 꿀잠으로선 건축비 조달이 쉽지 않은 문제도 있습니다.

<김소연 /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운영위원장>
“밀리고 밀려 영등포까지 왔고 여기가 거의 마지노선 같은 위치예요. 그래서 저희들은 여기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래야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목적사업을 할 수 있고. 특히 집을 지을 때 수천 명이 함께 마음을 모은 집인데 개인의 집이 아니거든요.”

‘꿀잠’ 이사장 조현철 신부는 “현재 재개발 사업은 경제성만 고려돼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모든 이가 존엄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치의 공간이 지역 재개발 사업에도 꼭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현철 신부 /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이사장, 예수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가장 효율적으로 돈 많이 벌 수 있도록 재개발할 게 아니고. 그런 의미를 두고 그런 가치들도 좀 살려가면서 하면 훨씬 더 제대로 된 재개발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꿀잠은 지난해 11월부터 영등포구청 앞에서 이어온 시민사회 릴레이 1인 시위를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편 영등포구청은 재개발조합과 꿀잠의 의견 공람 후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