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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수) - <5> [동물과의 공생③] 가축방역 최일선 노동자들, 전염병 걸려도 “사비 치료해요”

재생 시간 : 05:03|2021-11-03|VIEW : 114

동물과의 공생을 모색하는 기획 보도.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가축 전염병의 최일선에 있는가축방역사들을 만나봅니다.전염병 감염 위험에다부상까지 노출돼 있는 실태를전은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기자] 가축방역사들의 일과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됩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가축방역사들은 비닐 방역복으로 온몸을 감싸고 농가에 들어섰습니다.소와 돼지, 닭과 같은 가축...
동물과의 공생을 모색하는 기획 보도.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가축 전염병의 최일선에 있는
가축방역사들을 만나봅니다.

전염병 감염 위험에다
부상까지 노출돼 있는 실태를
전은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축방역사들의 일과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됩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가축방역사들은 비닐 방역복으로 온몸을 감싸고 농가에 들어섰습니다.

소와 돼지, 닭과 같은 가축동물의 시료 채취를 하기 위해섭니다.

가축방역사들의 주된 업무인 시료채취는 가축 전염병 진단을 위한 작업입니다.

간단한 채혈 작업 같지만 움직이는 동물을 상대하는 일은 매 순간 위험이 도사립니다.

최근 전남 지역에 퍼진 소 브루셀라병으로 채혈해야 하는 가축 수가 평소보다 늘었습니다.

평균 수백 킬로그램씩 나가는 소의 몸통에 뾰족한 주삿바늘을 찌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방역사들이 축사에 들어서자마자 소들이 위협을 느끼고 뒷걸음칩니다.

채혈을 위해 긴 밧줄을 소뿔에 단단히 거는 보정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어, 조심해!”

소뿔에 걸린 밧줄이 팽팽해졌을 때는 순식간에 사고가 날 수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박치성 / 가축방역사>
“저희 사이에서는 줄을 감지 말라고 하거든요. 소가 한번 힘을 채면 만약에 줄을 감고 있으면 손이 다 날아가는 경우도 있고.”

성인 남성 두 명이 동시에 힘을 쓴 뒤에야 간신히 소 한 마리를 기둥에 묶었습니다.

울부짖는 소를 축사 기둥에 붙잡고 버티는 사이, 다른 방역사가 주삿바늘을 소의 엉덩이에 꽂아 넣었습니다.

이렇게 소 여든 마리의 채혈을 마친 방역사들은 쉴새 없이 다음 목적지인 돼지 농장으로 떠납니다.

악취가 심한 돼지 축사는 분변으로 인한 전염병 전파가 쉬워 방역복을 입고도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소보다 몸집은 훨씬 작지만, 돼지라고 해도 채혈은 쉽지 않습니다.

겁을 먹고 힘으로 저항하는 돼지를 붙잡다가 가축방역사가 밀려 넘어졌습니다.

“안 잡혔어. 안 잡혔어!”

격렬한 돼지 울음소리도 작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귀청을 울리는 돼지 울음소리를 가까이 듣다보니 이명으로 고생하는 방역사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고되고 위험한 시료채취 업무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입니다.

가축전염병이 점점 짧은 주기로 발생하고, 신종 전염병 또한 계속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전은지 기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소속 가축방역사들은 현재 496명입니다. 이들이 가축전염병 진단을 위해 지난해 시료 채취한 가축은 약 99만 9천마립니다. 한 사람이 한해 담당하는 가축은 2천 마리인데, 새로운 전염병이 발병할 경우 업무량은 더 늘어납니다.”

안전을 위해 현장 투입은 2인 1조로 이뤄지는데, 이는 사고를 경험한 방역사들이 만든 자구책에 불과합니다.

검사시한에 쫓겨 혼자 작업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하는 방역사도 많습니다.

<김병주 / 가축방역사>
“혼자 하다가 소가 날뛰어서 받히고 나서. 여기 펜스에 부딪혀가지고 허리가 골절이 돼서 두 달 입원했었어요.”

<김필성 /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지부장>
“총 투입이 465회 중에 125회를 혼자 들어갔어요. 길게는 2~3일까지 거기 차 안에서 숙식을 하면서 농장에서 살처분부터 다 모든 게 업무가 정리될 때까지 저희가 지키는 거거든요.”

가축방역사들은 결막이나 상처 감염, 부상에도 항상 노출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위험에도 결핵이나 큐열, 브루셀라, 조류인플루엔자 등 방역사들을 위한 인수공통감염병 검사 지원은 전무합니다.

<김필성 /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지부장>
“큐열이 나왔는데 어디서 해주는 데가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 돈으로 전남대병원을 가서 검사를 계속 받고 치료를 했었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방역 최일선을 지켰지만 이들은 백신 우선접종대상자에도 배제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과>
“일단 지역보건소에서 검사를 하기 때문에 그걸로 저희가 실시를 하고 있고…코로나19 우선접종은 여러 군데에서 얘기가 많았습니다. 저희도 협의는 했는데 배제를 했다기보다는 일단 의료진이 상당히 많이 우선해야 되는 부분이라서”

매일 위험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가축방역사들의 바람은 단순합니다.

<임이택 / 가축방역사>
“다치지 않았으면 제일 좋겠어요. 한 집안의 가족들이고, 구성원이고 귀한 자식들인데 직원들이 다치지 않고…”

방역사들은 오늘도 가축전염병을 최일선에서 막는다는 사명감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