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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금) - <6> 정진석 추기경이 교회법 대가로 불리는 이유

재생 시간 : 04:53|2021-04-30|VIEW : 284

정진석 추기경이 20년 넘게 정성을 쏟은 분야가 있습니다.가톨릭교회가 준수해야 할 교회 법규들이 담긴 「교회법전」 번역입니다.그런데 교회법은 로마 환경에 맞게 마련된 것이라 한국에 적용하려면 우리 사정에 맞는 올바른 해석이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정 추기경은 교회법 해설서까지 집필하게 됐습니다.일본어로 번역된 교회법전은 있는데, 한국어 법전은 없다는 사...
정진석 추기경이 20년 넘게 정성을 쏟은 분야가 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준수해야 할 교회 법규들이 담긴 「교회법전」 번역입니다.

그런데 교회법은 로마 환경에 맞게 마련된 것이라 한국에 적용하려면 우리 사정에 맞는 올바른 해석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 추기경은 교회법 해설서까지 집필하게 됐습니다.

일본어로 번역된 교회법전은 있는데, 한국어 법전은 없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했다고 밝힌 정진석 추기경.

정 추기경이 교회법 대가로 불리게 된 사연 맹현균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재의 교회법은 1983년 반포됐습니다.

그 전에는 1917년 반포된 교회법이 있었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신학생과 신부였던 시절, 1917년 교회법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당시 교회법전은 일본어 번역판만 있었고, 한국어 법전은 없었습니다.

교회법에 관심이 많았던 정 추기경, 라틴어 아니면 일본어 법전으로 공부해야 했습니다.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에서 교회법 석사 학위를 받을 때도 일본어 법전을 봤습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어 교회법전은 있는데 한국어 법전이 없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정 추기경은 다짐합니다.

"더 공부해서 한국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번역하겠다."

<故 정진석 추기경>
"한국어로 번역하겠다. 그게 본능적으로 충동이 든 것이에요. 일본보다 앞서서 우리 한국에서 먼저 번역하자. 그렇게 마음이 굳어져서."

한국 교회의 후배 사제들과 신자들을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1917년에 나온 교회법전을 절반 정도 번역했을 즈음, 갑자기 새 교회법이 반포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새 교회법이 반포되면 다시 처음부터 번역을 해야하는 상황.

정 추기경이 청주교구장으로 재임하던 1983년 새 교회법이 반포됐습니다.

한국 주교단의 적극적인 응원 속에 번역 작업은 시작됐습니다.

교회법을 전공한 십여 명의 사제가 모여 교회법 번역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번역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번역은 기본이고,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알기 쉽게 해설까지 해야 했습니다.

<故 정진석 추기경> clip0080
"아무리 쉽게 번역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어렵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10명이 교회법전을 번역을 했는데, 9명은 `아이고 나 지쳤소, 우리는 못하겠소` 하고 나가 떨어지고, 나가 떨어졌다니까 우습다."

마침내 교회법전 라틴어-한국어 대역판이 반포 6년 만인 1989년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정 추기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단독으로 해설서 집필에 나섰습니다.

자국어로 된 교회법 해설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라틴어를 비롯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등 5개 뿐입니다.

<故 정진석 추기경>
"유럽에서는 국가법하고 교회법이 크게 상충이 안 됩니다. 줄거리가 비슷해요. 그런데 아시아에서는 문화가 다르니까 교회법하고 국법하고 너무 차이가 나니까..."

정 추기경은 2002년 마침내 「교회법 해설」 15권을 완간했습니다.

번역부터 해설서 집필까지 무려 20년이 넘는 대장정이었습니다.

서울과 청주에서 교구장직을 수행하면서 이룬 갚진 땀의 결실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정 추기경은 주교 수품 50주년을 맞아 또다시 「교회법 해설」 개정판을 출간했습니다.

개정된 법을 반영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다듬었습니다.

한국어로 된 「교회법전」과 「교회법 해설」은 후배 사제들이 교회법을 보다 쉽고 심층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2008년 서울대교구 한영만 신부는 「교회법전주해」라는 책을 펴낼 수 있었고,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은 2019년 동북아 최초로 교황청 승인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 추기경에게 묻습니다.

이토록 오랜시간 교회법전 번역과 해설에 힘을 쏟은 이유가 무엇 때문이냐고.

정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는 교회를 위해 꼭 해야할 일이니까요."

지금까지 앵커리포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