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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세계를 선도할 ‘돌고래 같은 한국’(마상윤, 발렌티노,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시사진단] 세계를 선도할 ‘돌고래 같은 한국’(마상윤, 발렌티노,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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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8 발행 [1676호]



지난달에 이어 또 드라마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얼마 전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이다. 자폐를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는 고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그리고 뭔가 새로운 생각이나 영감이 떠오를 때면 고래가 유유히 하늘을 날아가는 환시가 펼쳐진다.

국가의 대외적 행동이 갖는 특징을 동물에 비유할 때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에 비유되곤 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수많은 외침을 겪으면서 피해를 보았다는 인식이 배어 있다. 새우라는 자기 인식의 또 다른 면은 외세에 대한 의심과 저항의식이다. 때때로 주변 국가에 대한 반감, 그리고 심지어 혐오의 감정까지 격렬하게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는 종종 스스로가 국제정치의 주체이기보다 보잘것없는 피동적 대상에 그친다는 자기 인식과 쌍을 이루는 것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를 새우라고 하기는 어렵다. 세계 10위 이내 경제 규모와 방위력을 지녔고, 세계인이 한국 문화에 푹 빠져들고 있다. 근년만 해도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임윤찬이 계속 세계를 즐겁게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손흥민도 있고,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전통의 윔블던 테니스 14세 이하 대회에서 올해 우승한 조세혁도 있다. 이렇게 이제는 새우의 비애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만큼 우리나라 국력은 커졌고, 돌고래 정도는 충분히 되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의 경험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새우였던 적은 한순간도 없다.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느꼈던 소위 선진국에 대한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이들에게는 아예 없다. 자신감이 기본이다. 또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랑스러워하면 유치한 ‘국뽕’으로 본다. 대한민국은 이미 디폴트로 선진국이므로 특별히 감격할 이유도 없다.

돌고래는 포악한 큰 고래나 상어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바다에 사는 동물 중 제법 큰 편이고 빠르게 헤엄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해양 포식자의 먹이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돌고래를 좋아한다. 모습도 귀엽고, 높은 지능을 지녔고, 사람을 해치지도 않는다. 게다가 서로 소통하고, 다친 동료 옆을 지키며 서로 돕고 의지한다고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드라마 작가는 특히 돌고래의 이런 사회적 특성을 주목한 듯하다.

돌고래 같은 한국은 대외적으로 평화 지향적이고, 매력적이고, 스마트하며, 기민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나라와 연대하면서 공생을 추구할 것이다. 특히 청년세대라면 피해의식에 주눅이 들거나 자부심에 취하기보다 유유히 미래의 바다로 헤엄쳐 나아가며 요란하지 않게 세계를 선도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강대국의 경쟁과 대립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새로운 규범 정립을 통해 인류문명에 이바지하는 나라이다.

돌고래 한국의 대외적 행동을 위해서는 대내적 기반도 중요하다. 원자화된 개인의 각자도생과 난폭한 경쟁이 끝없이 계속된다면 모두 지친다. 미래는 없다. 지방소멸, 인구감소, 젠더 갈등과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도 청년이 미래를 기대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우리가 존중받으며 서로를 도우며 함께 사는 따뜻하고 여유 있는 공동체라야 미래가 있다. 이런 공동체를 가꾸는 일이 세계 질서의 전환기에 돌고래 한국이 꾸어야 하는 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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