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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한가(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시사진단]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한가(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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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3 발행 [1669호]



2022년 6월 16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약칭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의 제안 이유는 먼저 최근 한 여론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서 76.3%가 안락사에 찬성한 것은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고, 그래서 “말기 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 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이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 존엄사를 도입함으로써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선 법안은 안락사는 ‘존엄한 죽음’이라는 등식을 전제하고 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이 펴낸 「안락사에 관한 선언」(1980)에서, 안락사는 ‘모든 고통을 제거할 목적으로 그 본성에서나 의도에서 죽음을 유발하는 행위나 부작위’를 가리킨다. 즉 안락사는 독극물을 직접 투여하거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수분ㆍ영양공급 등을 중단하여 죽음을 의도적으로 유도한다. 직접적이거나 혹은 간접적이거나 그 행위와 관계없이 환자의 죽음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것을 “의사조력자살”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자살과 달리 그 자살의 수단만이 의사로부터 제공받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조력’과 ‘자살'을 결합하여 의사조력자살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안락사가 되었던 의사조력자살이 되었던 이렇게 죽음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우리는 살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이를 “존엄한 죽음”이라고 하는 것인가?

위에서 발의된 법안은 존엄한 죽음을 죽일 권리와 혼동하고 있다. 안락사는 타자가 환자를 죽일 의도로 약물이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조치를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의사조력자살을 “조력 존엄사”로 칭하는 것은 죽음을 요구할 권리와 존엄한 죽음을 혼동하고 있다. 즉 자기결정권을 통해 스스로 생명을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환자의 요구를 의사가 조력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인간 존엄성의 실현으로 간주하고 있다.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은 살인 행위를 존엄한 죽음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기에 절대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무엇보다 이 법안이 착안하고 있는 여론조사는 말기 환자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조사하지 않았다. 2018년 호주의 생태학자 구달(Goodall)은 더는 삶이 즐겁지 않다는 이유로 스위스행 조력자살을 단행했고 이것이 국내에서 큰 쟁점이 되었다. 이를 여론 조사 참석자들에게 안락사와 조력자살에 대한 실제적 이해에 도움을 이끌었고, 또한 조사 기간(2021년 3월~4월)은 모든 국민이 팬데믹으로 인해 우울한 시기였다. 더불어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등의 이유로 안락사를 찬성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신중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삶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높은 자살률로서도 증명되고 있는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이끈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는 환자들이 ‘안락사를 원하게 되는 상황’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곧 환자의 신체·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의학적 조치 혹은 의료비 지원, 그리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우선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존엄하게 생의 말기를 맞이하는 것은 죽음을 앞당겨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인간적 온정을 가지고 환자를 동반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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