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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북핵 외교의 좌표(마상윤, 발렌티노,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시사진단] 북핵 외교의 좌표(마상윤, 발렌티노,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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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2 발행 [1666호]



지난 4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놀라운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 핵 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만약에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리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의외의 둘째가는 사명”이란 곧 핵무기의 실제 사용을 뜻한다. 핵무기 개발뿐 아니라 선제적 사용에 대해서까지 언급한 것이다.

북한은 핵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 25일에는 대륙간탄도탄을 포함한 세 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계속되고 있다. 핵 무장한 북한의 위협은 높아 가고 비핵화 전망은 암울하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억제력 강화에 우선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확장억제는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당장의 위협을 고려할 때 억제력 강화는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억제를 넘어 비핵화를 위한 외교는 행방이 묘연해 보인다. 비핵화는 핵 위협 자체를 제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 처방이다.

최근 국제정세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매우 어려운 과제임이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미ㆍ중 전략경쟁 심화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으로서는 호재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 강화될수록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긴다. 북한의 핵 개발이 못마땅하지만, 북한의 존재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니 생존에 필요한 도움을 준다. 유엔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은 중국이 유엔결의안에 따른 대북제재를 위반하여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샀다고 지적한다. 대북경제제재는 북한의 핵 포기를 촉진하려는 것이니 제재 효과의 약화는 그만큼 북한의 핵 포기 유인도 약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쟁은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대립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중ㆍ러는 북한이 미국의 대응능력을 분산하는 데 일조하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이다. 5월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라 소집된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두 나라는 거부권을 행사하여 대북 추가 제재를 불발시켰다. 한편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핵무기 유지가 생존에 중요하다는 믿음을 굳히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가 과거에 지녔던 핵무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고 나름의 역사의 교훈을 도출하면서다.

사정이 이러하니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고 이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서 북한의 선의에 기대는 것은 특히나 어리석다. 그러나 역으로 북한의 비핵화는 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옳지는 않다. 비핵화는 북한의 생존과 정권의 안위를 조건으로 하는 것이어서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쉽지 않은 것이 곧 불가능을 뜻하지는 않는다. 김정은의 핵 선제공격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핵무기 사용은 여전히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핵무기의 사용은 ‘너 죽고 나도 죽는’ 공멸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만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따른 핵전쟁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위험은 상존한다. 북한이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위험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증대하는 북핵 위협에 대비하여 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핵화를 위한 북핵 외교가 빠르게 가동되어야 한다. 유의할 점은 비핵화 외교가 한반도 정세뿐만 아니라 북한의 계산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과 세계정세를 종합적으로 조정해가는 고난도의 전략적 외교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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