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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인생의 시그널(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시사진단] 인생의 시그널(최영일, 빈첸시오,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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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5 발행 [1665호]



강수연씨의 갑작스러운 별세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동 세대 동갑내기로 어린 시절 아역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했을 때부터 청춘스타로, 관록 있는 중견 배우로 발전하는 과정을 함께 나이 들어가며 살아왔기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여배우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이 던진 파장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한 주쯤 지나서 자신에게 일이 터질 줄이야.

아침 9시 무렵 직장에 출근했어야 할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웬일이야?” “아빠, 나 응급실인데 엄마가 쓰러졌어.” “엄마가?”

바로 전날도 네 식구가 점심 먹으며 다음 주말에는 대학 신입생 막내의 첫 축제에 함께 가보자며 즐거운 분위기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것이 이런 일일까?

병원으로 달려가 상황을 보니 이러했다.

아이들 엄마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머리가 아프다며 쓰러졌단다. 딸도 출근했어야 하지만 119를 부르고 함께 타서 응급실로 향하는데 너는 출근하라며 차 안에서 말을 하던 엄마는 응급실 도착 전 의식을 잃었다. 의사가 설명하는 뇌출혈의 부위와 정도가 심각했다. 가족들이 병원으로 모였으나 오늘 내일을 넘기기 어렵고,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수술도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수술 중 심정지가 올 가능성이 높고 수술을 해도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긴급조치 정도라는 것. 중환자실에서 투약으로 뇌압을 낮추는 정도의 조치를 하고, 가족은 집에 모였다. 갑자기 닥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에 모두 울었다.

그때 중환자실 의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환자 상태가 조금 안정화되면서 긴급하게 수술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인데 가족들이 동의할 것인지.

나는 바로 달려가 수술에 동의하고, 저녁 8시경 시작된 수술은 하루를 넘기고 다음날 새벽 2시에 끝났다.

다음 날 아침 회진, 담당 의사는 늦지 않게 수술을 잘한 것 같다고,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회복을 기대하는 데는 신중하고, 일단 연명을 위한 조치들이라고 덧붙였다.

놀랍게 하루하루 애들 엄마의 상태가 호전되었다. 자가호흡을 하고, 반응했다. 감사합니다.

가장 안 좋은 부위의 중증 뇌출혈, 최악의 상황에서 과연 의식이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염려였다. 처음에는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하지만 애들 엄마는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어보라는 말에 손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아직 뇌실에는 피가 고여있고, 기력이 없고, 열이 올라 긴장하기도 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을 향해 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중환자실은 면회가 안되는 상태다. 매일 아침 회진 무렵 환자 보호자는 의사와 짧은 면담을 할 수 있다. 두 주간 매일 아침, 이틀마다 면담을 가면 새로운 환자, 새로운 보호자가 있다. 신경계 중환자실에는 많은 뇌 관련 긴급환자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다른 가족에게 벌어진 일을 귀동냥하며 그 아픔에 공감하고, 슬픔이나 안도감을 느낀다.

바쁘다는 이유로 못 돌아봤을 뿐 우리 공동체에는 다양한 이유로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

의료진에게 감사하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감사하면서 고도 과학기술사회라 해도 생명의 문제는 인간의 힘이 나약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겸허히 기도드릴 수 있을 뿐. 우리는 삶의 신호, 특히 고난의 파장에서 그 의미를 잘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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