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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의 토닥토닥] (20)내 바람을 아이들에게 투영하고 있습니다

[박예진의 토닥토닥] (20)내 바람을 아이들에게 투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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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2 발행 [1663호]
▲ 박예진 한국아들러협회장



맞벌이를 했던 은미씨의 부모님은 늘 바빴습니다. 밤늦게 돌아오고, 귀가 후에는 또 집안일을 해야 했지요. 어린 은미씨는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잠들곤 했습니다. 결국, 은미씨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두 살 위인 오빠의 밥도 챙겨주며 집안일을 대신했습니다. 그렇게 엄마와의 시간이 생기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은미씨는 잘 자랐습니다. 혼자서 소꿉놀이도 하고, 공부하는 등 자기만의 시간을 잘 가꾸면서요.

은미씨는 어린 시절 엄마를 늘 기다리던 아쉬움을 아이들에게는 주고 싶지 않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첫째 출산과 동시에 직장도 그만두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아이들과 계획을 짜고 공부를 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그러나 두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은미씨는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음에도 큰딸은 은미씨에게 수동적으로 굴며 눈치를 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뤘습니다. 작은딸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울며 떼를 쓰고,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설득이 되지 않을 만큼 자기주장이 강합니다. 둘 다 자신이 어렸을 때와는 너무 달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엄마와 시간을 많이 갖고, 많은 사랑을 주면 자녀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부모라고 해도 사람이다 보니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비교 대상은 어릴 때의 자신입니다. ‘나는 어릴 때 혼자서 다 했는데, 엄마를 위해 살림도 도왔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마음에 화도 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방치했던 우리 부모와 나는 이렇게 다른데, 어릴 때의 나는 알아서 스스로 착착 잘했는데, 이거 알아서 하기가 그리 힘든가? 집안일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공부나 하라는 건데. 대체 왜!’라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세상의 많은 부모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준 삼아 아이를 키우곤 합니다. 아이들에게 나쁜 경험을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성장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자신의 욕구들을 사랑하는 자녀에겐 다 해주면서 만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다 보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랑에 대한 보상도 요구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자녀에게 투영합니다. 그래서 사랑을 많이 줄수록 상처도 받게 됩니다.

자녀는 내가 원하는 대로 꼭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랄 때의 환경과 자녀가 성장하는 환경은 다르고, 자녀는 원하는 것이 부모가 원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녀가 바라는 사랑, 자녀의 눈높이에 맞는 사랑을 해주세요. 나의 채워지지 않은 욕구는 자녀도 남편도 대신 메꾸어 줄 수 없다는 것, 그렇게 요구할수록 상대방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성인이니 스스로 나의 허기진 부분을 돌보아 주세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자신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세요. 은미씨처럼 사랑을 위해 직장도 그만두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자신에게 스스로 선물도 주세요. 큰 것은 아니더라도 꽃 한 송이 선물하기, 피곤한 나를 위해 쉬기, 나를 격려하는 편지 쓰기 등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봅니다.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할수록 타인에게 바라는 것들도 줄어듭니다.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은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 코너를 통해서 상담과 교육 관련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사례는 pa_julia@naver.com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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