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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기에… 본당으로 유턴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기에… 본당으로 유턴

[본당으로 돌아가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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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7 발행 [1658호]
▲ 명동대성당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 2021년(왼쪽)에는 거리두기와 인원 제한이 있었다. 2018년(오른쪽)에는 신자들로 가득했다.



코로나19로 잃은 것과 얻은 것

코로나19는 신앙생활의 영역을 온라인 공간으로 빠르게 앞당겼다. 전국의 많은 신자와 사제, 수도자들이 유튜브로 뛰어들어 창의적인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성체조배를 했다. 교리교육을 마련하고, 신앙 상담을 해줬다. 신앙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또래들을 모아 신앙 나눔을 시도한 청년들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사목자와 신자가 유튜버가 될 수는 없다. 영적 공백 메꾸기 위해 SNS 활용해 강론과 안부 문자를 꾸준히 보내거나 개별적 친교를 강화하며 직접 찾아가는 사목을 펼친 사목자도 있었다. 스마트폰 사용과 온라인 접속에 능숙하지 않은 고령층 신자들은 또 다른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박주용(라파엘) 단장은 “코로나19 감염으로 확진자가 많은 쁘레시디움은 줌이나 그룹톡, 문자 등을 이용해 주 회합을 거르지 않도록 공지했지만, 나이 많은 신자들은 휴대전화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비대면으로 주 회합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사목적 영적 공백기를 보내며 신앙의 뿌리가 흔들린 이들도 있었지만, 어떤 이들에겐 소란했던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동안의 신앙생활과 주변을 돌아보며 신앙을 심화하는 기회가 됐다. 김은미(가타리나, 서울 성산동본당)씨는 “신앙 공동체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느꼈던 소소한 일상의 기쁨과 성사생활에 대한 감을 잃어버린 듯하다”며 “사람이 많고 밀폐된 교회 공간에 있으면 당분간은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반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나는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고, 신앙 안에서 만난 친구들이 내 삶의 중요한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인간이 활동을 멈추자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깨달았다”며 삼베수세미를 만들어 팔고 나누는 활동을 시작했다.



위기를 쇄신의 기회로 바꿔야

미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고, 미사 참여자 수가 제한되면서 사실상 신자들은 신앙에서도 멀어졌다. 방송 미사가 자연스러워지면서 공동체 미사의 의미와 신자로서의 의무에 관한 여러 의문과 물음이 제기됐다. 하느님 백성의 신앙 현실과 사목 현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존에 교회가 지니고 있었던 청소년ㆍ청년층 이탈, 성소 감소 등의 문제는 더 처참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교회 안팎에선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변화와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코로나19 사태는 기존의 전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수행되어 왔는가를 드러냈다. 전례 거행에 있어 평신도의 능동적인 참여 문제를 숙고하게끔 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박준양 신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그리스도인 실존과 사명에 관한 성찰’, 「가톨릭신학과사상」제85호 중에서)

“코로나 때문에 사도직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코로나와 성소는 상관이 없다. 사도직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 순수하게 수도생활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제약이 있는 상태가 다른 걸 다 버리고 하느님을 선택할 수 있느냐의 문제, 성소의 의미를 순수하게 생각할 기회다.”(안소근 수녀, 2021년 4월 본지 인터뷰 중에서)

“기존의 미사 중심, 전례 중심, 성직자 중심, 성당 중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충분히 고려할만하다. 지금은 우리 교회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김정용 신부, ‘코로나 사태와 교회 : 인간 구원의 성사인 공동체’,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제11회 심포지엄 중에서)

“코로나19로 텅 빈 성당은 그대로 하나의 상징이다. 텅 빈 공간은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던 태초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할 일은 그분께 귀 기울이며 그분께서 인류에게 하신 말씀을 성찰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이제민 신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 중에서)



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모습은

다시 모인 공동체는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코로나19로 경험했던 두려움과 고통, 신앙 공동체의 민낯과 한계, 한층 심각해진 교회의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주수욱(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는 “코로나19 이전으로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교회가 성실하게 대답해야 하는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주 신부는 “일상이 회복된다고 신자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결국 본당 사목자들이 회심해야 하고 달라진 세상과 사람들에게 참된 목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낯과 한계 앞에서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자비와 환대로 이를 넘어서야 한다. 한민택(수원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무조건 모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자비의 문화’를 강조했다. 한 신부는 “교회 안에서만큼은 이해 관계없이 하느님 자비를 입은 사람들이 순수하고 꾸밈없는 인격적 관계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했다. 경계하고 혐오하고 거리를 두면서 상처를 입었지만,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신자들은 달라야 한다. 한 신부는 “자비의 마음으로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환대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숙제”라면서 “자비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해 가지고 계신 마음이고 시선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회 사명이다”고 말했다.

두려움과 고통, 교회의 위기 앞에선 머뭇거리기보단 용기를 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송영오(수원교구 상현본당 주임) 신부는 2년 동안 매주 전 신자에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전례 시기에 맞는 복음 묵상글을 문자로 보냈다. 성 토요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세례 갱신식을 해 신자들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송 신부는 “쇼핑센터와 마트는 가는데 성당에 오지 않는 이들을 그냥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석준(서울대교구 서대문본당 부주임) 신부는 “두려움은 우리를 망설이게 한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고, 그 길엔 주님께서 서 계신다”고 했다. 오 신부는 “예수님 수난과 죽음 때 움츠렸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다시금 세상으로 나온 것처럼 우리도 제자들이 체험한 기쁨을 누리도록 용기를 내고 그분께서 승리하셨다는 말씀을 온 마음으로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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