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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하느님 꼬임에 넘어가 필리핀으로

[사도직현장에서] 하느님 꼬임에 넘어가 필리핀으로

이문숙 수녀(비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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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발행 [1656호]
▲ 이문숙 수녀



서울 등촌3동본당에서 소임하던 중 제2의 부르심을 느끼게 되었다. 내 인생에 뭔가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교는 우리나라에서 본당 수녀로 사는 그 자체가 선교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내게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하느님께서 단 한 번도 해외 선교에 관해 생각조차 안 했던 나를 ‘필리핀 면형공동체’를 통해 선교사의 길로 부르신 것이다. 면형공동체는 도시 빈민촌 아이들에게 무료 점심을 주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해외 선교를 결심하며 주님께 제발 더운 나라만 가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기도를 드렸던 나였다. 이유인즉슨 더위를 잘 타던 체질로 태어났기에, 한여름을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49세부터 지금껏 갱년기의 열이 심해서 겨울에도 선풍기를 틀고 지내야 했고, 겨울의 혹한 속에서도 갑자기 열이 나면 입던 오리털 점퍼를 벗을 정도였다. 부채와 손 선풍기를 손에 쥐고 살았다. 이리 살던 내게 1년 내내 더위 속에서 살아야 하는 ‘필리핀 선교’라니, 누가 가라고 등을 떼민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 가겠다고 자원하다니?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내 생애에 일어날 수 있을까. 분명 하느님 그분의 꼬임에 넘어간 것이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더위를 무척 잘 타서 여름철만 되면 땀을 줄줄 흘리면서 힘들어하는 나를 너무나 잘 아는 가족과 동기 수녀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하는 말이 “비아 수녀가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더운 나라에서 살겠다고, 그것도 자원해서 필리핀에서 산다고 한 걸까? 이건 기적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들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하느님 그분께서 하시는 일이기에 필리핀으로 떠났고, 지금까지 7년을 이곳에서 사는 것이리라. 필리핀에서 사는 자체가 바로 하느님께 영광되는 일이고, 그분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그분께만 매달리고, 그분만 의지하며 지금껏 살게 하시는 것 같다.



이문숙(비아)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전관구, 필리핀 면형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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