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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생명윤리와 제8계명(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시사진단] 생명윤리와 제8계명(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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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발행 [1656호]



2005년에 터진 ‘황우석 박사 스캔들’은 한국 생명윤리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큰 사건이다. 이 스캔들은 비윤리적인 난자 채취와 논문 날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119명의 여성으로부터 채취한 난자의 수는 약 2200개에 달한다. 난자 채취는 과배란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은 과배란과 난자 채취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고, 미리 꼼꼼한 신체검진도 받지 않았다. 또한, 검진 결과 건강상 문제가 나타났는데도 난자 채취를 시행하고, 부작용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수많은 난자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복제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 기술은 한 마디로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즉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환자의 체세포에서 핵을 꺼내 난자에 넣어주면 복제 배아가 발생하는데, 복제된 배아가 환자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복제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서 환자에게 이식하면 치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시 황우석 박사팀에 쏠린 전 국민의 관심과 기대는 어마어마했다. 연구가 성공만 한다면, 난치병 치료뿐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도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리라 전망했기 때문이다. 체세포핵이식 기술 자체가 갖는 우려와 염려는 뒤로 한 채 정부는 체세포핵이식줄기세포 연구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뿐만 아니라 황우석 박사 연구에 특혜를 주는 조항을 넣은 생명윤리법안을 마련하고 이것이 2004년 1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황우석 박사팀은 2004년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이식을 통한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반면 실상은 수백 명의 인간 배아를 파괴하고, 2000여 개가 넘는 난자를 사용하고도 단 1개의 체세포핵이식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연구팀은 진상을 은폐, 조작, 왜곡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정부와 국민도 진상 규명보다 황우석 연구팀의 은폐, 조작에 동조하거나 진실 앞에 침묵했다.

이 사건을 복기하면서 과학과 그 지식을 이용한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경제 논리에 따른 이윤추구에 이용되고 있는지, 정치적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정부와 국민마저도 현혹되어 거짓에 동조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볼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사태는 현재에도 빈번하다. 생명윤리 논쟁 속에는 거짓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배아를 세포 덩어리라고 치부하는 과학자들, 특히 생명과학자들이 생명의 시작이 수정된 순간부터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그들의 거짓말에서, 안락사를 존엄사로 둔갑시키는 여론의 선동에서, 태아를 여성의 몸에 난 종양쯤이라고 거짓 선전하는 낙태 옹호자들에게서, 살인을 동조하면서 낙태가 여성의 인권을 대변하는 것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에게서 거짓증언들이 판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국가가 생명을 구하는 돌봄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낙태에 대한 새로운 지침’은 세계보건기구마저도 얼마나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되고 있는지, 거짓증언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어떻게 국가가 살인을 돌봄의 수단으로 치장하여 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신뢰할 만하다고 여기는 국제기구라고 거짓이 없다고 예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함께 생명에 대한 외경과 보호를 위해 우리는 생명에 대한 진실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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