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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사도직현장에서]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홍성실 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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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0 발행 [1650호]
▲ 홍성실 수녀



2018년 세모에는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내 한 업소의 화재로운명을 달리한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추모 미사가 있었습니다. 이 미사의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많은 성매매 여성들은 어린 시절 가정에서 폭력을경험하고 학대와 고통이라는 목전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 오갈 데 없이 방황하다 성매매 집결지로 유입되었습니다.숙식 제공과 선불금이라는 덫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대해 어떠한 불만도, 불평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한 여성의 공책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많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먼 미래에 희망이란 두 글자 또 사랑의 소중함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이 작은 몸, 상처투성이가 되어 이젠 힘이 없어 일어나지지가 않아 그냥 놓아 버리고 싶습니다.”

업주들은 오로지 성매매 영업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위해 낡고 오래된 건물을 1평 남짓의 여러 방으로 불법 개조합니다. 화재가 난 건물을 조사하니, 여성들이 숙식하는 2층 각 방의 창문은 방범창으로 폐쇄되어 있어 창문으로의 탈출은 불가능했고, 유일한 탈출구인 외부 출입문은 막혀있었습니다. 비상구와 연결된 철제 계단은 부식돼 있고, 건물 자체의 소방시설이라고는 분말 소화기 한 대가 전부였습니다. 이런 내부구조로 성매매 여성들의 대피가 지연되어 피해가 더욱 커지는 것은 지역을 막론하고 예전과 같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구매남을 맞고, 그 공간에서 고단함을 내려놓았을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립니다.

성매매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착취를 당하는 여성들의 편에서 업주가 그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말하고 싶으나 말할 수 없고, 소리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이들의 곤경을 우리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네 편이 된다는 것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를 내려놓고 네가 서 있는 그곳에 나도 서서 그 마음을 짐작해주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가난한 이들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너와 내가 만나 우리를 이뤄갈 때 아직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편에 비켜 서 있을 사람들을 오늘도 기도에 담습니다.



홍성실 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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