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사도직현장에서]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

[사도직현장에서]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

홍성실 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소장)

Home > 사목영성 > 사도직 현장에서
2022.02.13 발행 [1649호]
▲ 홍성실 수녀



소냐의집 시작을 거슬러 오르면 1993년도이니 어느새 30년을 바라봅니다. 천호동 텍사스촌이라 불리던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가까이 작은 둥지를 틀어 성매매여성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웃이 되어주고자 첫발을 들였던 그때는 마치 흑백영화의 영사기를 돌리듯 상상 속으로 저를 던져놓습니다. 이곳은 1982년 야간통행금지 해제로 성매매업소들이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또한 그 업소 수도 급격하게 증가된 곳 중의 하나입니다. 1990년대에는 200여 개의 업소에 2000여 명 이상의 성매매여성들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매매피해여성들을 위한 사도직을 시작하며 천호동 집결지를 돌아보던 저는 기억의 작은 단추가 채워지는 것을 스스로 알았습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보다 더 멀리 있었던 성당을 향해가는 길에서 언젠가 제 눈에 들어왔던 키도 크고 마론 인형에게 입힐법한 옷을 입은 언니들을 보고 지나치다 어린 마음에 뭔가가 이상했던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얼추 40년은 지나 그때 제가 보았던 그 언니들이 성매매여성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챈 것입니다. 그곳에 이런 업소들이 있었구나! 어느 다큐의 제목처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그런 곳이 있었던 것입니다.

소냐의집은 간판이 없습니다. 누구는 간판 좀 달아 놓으라고 합니다. 그나마 들어오는 입구 유리문에 제법 화사한 원형스티커를 붙여놓은 것이 전부입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과 천호동 토박이로 나고 자란 사람들도 성인이 되도록 저희 상담소의 존재를 몰랐노라고 하면서 어찌 그렇게 있을 수 있냐고, 세상에 좀 더 알리라고 합니다. 성매매여성을 향한 세간의 편견과 비난을 여성들과 함께 좀 비켜가고 싶었나 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상담소 홍보지를 들고 성매매집결지를 돌며 성매매여성들에게 상담소를 알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성매매여성들에게 행해지는 성착취의 실태를, 울부짖는 여성들의 고통을 세상을 향해 알리고 싶을 뿐입니다.



홍성실수녀(루치아,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집)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