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로코 여신 김하늘 “아침에 눈뜨자마자 성호 긋고 주님께 인사해요”

로코 여신 김하늘 “아침에 눈뜨자마자 성호 긋고 주님께 인사해요”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2) 배우 김하늘 (체칠리아)

Home > 기획특집 > 허영엽 신부가 만난 사람들
2021.12.05 발행 [1640호]



로코(로맨틱 코미디) 여신. 영화배우 김하늘을 흔히 지칭하는 표현이다. 얼마 전 명동대성당 마당에서 만났던 김하늘(체칠리아)은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내가 김하늘을 인상적으로 본 것은 우연히 보게 된 한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이다. 영상에서 김하늘은 이탈리아의 한 성당에 들어가 성수를 찍어 눈을 감고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한참 동안 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공인이 성호를 긋는 모습은 좋은 선교사의 모습이라고 하셨던 적이 있다.

김하늘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깍쟁이 같고 도도하고 쌀쌀맞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를 만나보면 의외로 성격이 소탈하고 친근하다. 아이가 아파서 아침을 걸러서 배가 고프다며 골목 식당에 서둘러가서는 찐만두와 국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저는 배고픈 건 못 참아요.” 배우가 다이어트 고민은 안 되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깔깔 웃으며 돌아온 대답이다.


▲ 허영엽 신부와 배우 김하늘씨.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어린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요?

어릴 때는 너무 조용하고 소극적이었어요. 솔직히 수업 시간에 자진해서 손 한 번 들어본 적이 없고, 가끔 선생님께서 저에게 책 읽기를 시키면 일어나서 덜덜 떨었어요. 지금도 수줍음이 많고 낯도 많이 가려 먼저 누구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려워요. 그래서 주변의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물론 친해지면 수다도 많이 떨지만요. 학창 시절엔 정말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어요.(웃음)



▶그런데 배우가 되셨네요. 배우가 된 계기는?

그러게요.(웃음) 세상의 모든 것은 다 하느님 뜻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학에 진학하고, 모델이 되고, 사람들과 많은 작품을 할 때마다 한 번도 우연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 믿어요. 저는 촬영 현장에서 집중을 잘해요. 제 소심한 성격으로 보면 절대 힘든 일인데요. 그래서 제가 연기자가 된 것도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해요.



▶세례는 어떻게 받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남동생과 둘이서 세례를 받았어요. 외가가 모두 천주교 신자였어요. 큰이모가 초등학생 때 제일 먼저 세례를 받았어요. 그 이후 가족들이 모두 세례를 받았어요. 초등학생이었던 엄마와 큰이모, 작은이모 세 명이 주일이면 함께 성당에 가셨대요. 어린 엄마는 일요일에 성당에 가는 것이 무척 싫었다고 해요. 지금은 너무나 열심히 다니시지만….(웃음) 외가가 외진 시골이라 성당까지는 두 시간 이상 걸려 주일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했대요. 그런데 큰이모는 항상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셔서 머리를 곱게 빗고 단장을 하고는 동생들을 기다리셨대요.



▶어린 초등학생인 큰이모가 모든 가족에게 복음을 전파한 선교사였네요.(웃음) 성가정의 분위기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네, 나이가 들고 살아가면서 점점 더 어린 시절 하느님 중심의 성가정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닫곤 해요. 어릴 때 기도하는 습관은 나이가 들어서도 몸에 배어있는 것 같아요. 밤늦게까지 촬영하고 돌아오면 솔직히 너무 지쳐서 기도하기 싫을 때도 있고 피곤해서 작은 소리조차 못 낼 때도 있어요. 그래도 눈을 감은 채 웅얼거리면서 비몽사몽 간에 기도를 해요. 그러면 하느님께서 내 곁에서 안아주시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웃음)


▲ 2014년 교황방한준비위원회가 교황 방한을 기념해 준비한 ‘코이노니아’ 앨범 제작에 신자 연예인들과 함께 한 김하늘씨.

▲ 김하늘씨가 이해인 수녀와 함께 하고 있는 모습. 출처=김하늘씨 페이스북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분 중에 가장 생각나는 분이 있나요?

여러분이 계시지만 故 김지영(마리아 막달레나) 선생님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나요. 영화작품으로 처음 뵙게 되었을 때 부끄럽게도 그 당시 저는 냉담을 할 때였어요. 그때 선생님은 제 상태를 알아채시고 먼저 다가와 하느님에 관해 이야기해주시고 당신의 체험도 알려주셨어요. 그때 김 선생님은 저에게 아침기도를 늘 하라고 하셨어요. 나는 말씀을 들은 다음 날부터 지금까지 눈을 뜨자마자 누워서 바로 성호를 긋고 하느님께 인사를 드려요. 여태껏 한 번도 빠지지 않았어요. 눈을 뜨자마자 하느님을 생각하면 하느님께서도 기뻐하시겠죠?(웃음)



▶기특하네요.(웃음) 결혼하고 출산하고 엄마가 되었어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하느님의 생명의 신비를 깊이 느꼈어요. 사실 출산 때 두려워 매 순간 묵주를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하루는 아기를 보며 “내가 이 아이를 위해서 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묵주 기도 중 고통의 신비를 기도하면서 깊이 느끼지 못했던 사랑의 신비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어요. 그날 저는 온종일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하느님도 우리를 이런 마음으로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꼈어요.



▶평소에 어떤 기도를 많이 하세요?


외국에 가서도 성당을 찾게 되면 꼭 성수를 찍어 성호를 긋고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려요. 시상식 같은 중요한 자리에 가면 긴장을 하고 떨릴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성호를 긋고 기도하면 순식간에 마음이 편안해져요.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며 나를 보호해 주신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그래서 저는 어려운 순간이 와도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아요. 기도할 수 있으니까요. 너무 감사하죠.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허 신부님께서 저를 처음 만났을 때 ‘오드리 헵번같이 훌륭한 연기자, 더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지요. 그때 전 “연기도 힘든 내가 감히 어떻게? 그분은 마음도 얼굴도 너무 아름다운 분이신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 신부님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많이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를 하라고 하신 것 같아요. 저도 김지영 선생님처럼 후배에게 신앙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너무 좋은 생각이에요. 마음이 어려운 후배들을 잘 돌봐주세요.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언가요?

아기를 키우면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신비를 깊이 느끼게 돼요. 만약 할 수만 있다면 미혼모들, 특히 어린 미혼모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싶어요. 큰 봉사가 아니더라도 그런 분들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손도 잡고 격려를 해주고 싶어요. 작은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밝혀주신 길 위에서 제가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배우 김하늘의 뒷모습을 보며 초등학생인 그녀의 이모들과 엄마 셋이 시골 산길을 총총걸음으로 성당에 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신앙은 참 신비롭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