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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과 어민 쓰레기로 몸살 앓는 섬… 순례자들이 구한다

관광객과 어민 쓰레기로 몸살 앓는 섬… 순례자들이 구한다

[보시니 좋았다] <5>녹색 세상 만들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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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3 발행 [1631호]
▲ 인천 옹진군 대청도 해안에 널린 폐어구와 쓰레기들. 서은미 작가 제공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알베르토) 시인이 지은 ‘섬’이라는 두 줄짜리 시다. 여기서 ‘섬’은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을 이어주는 통로다. 현실에서도 섬은 독특한 풍경과 문화로 여행자 발길을 이끌며 바다와 육지, 도시와 어촌의 가교 구실을 한다. 섬은 이 땅에 가톨릭 신앙을 전하는 선교의 통로이기도 했다. 박해시대 선교사들은 백령도 인근 섬을 거쳐 해로로 조선에 입국해 신앙을 전파했다. 그런 섬이 지금은 새로운 선교를 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 바로 환경 정화를 통한 ‘녹색 선교’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가 ‘똥밭’된 이유


인천항에서 85㎞ 떨어진 1.7㎢ 면적의 작은 섬 굴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린다. 사람 손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했다는 이유에서다. 굴업도에 가면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과 껑충껑충 뛰노는 야생 사슴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캠핑족들에게 인기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인천 섬을 사랑해 10년 넘게 렌즈에 담아온 사진작가 서은미(루치아)씨는 현재 굴업도를 ‘똥밭’에 비유했다. 서씨는 “민박에 머무는 대신 야외에 텐트를 친 캠핑족들은 화장실이 없어 밖에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린다”고 설명했다. 굴업도 주민 7가구는 관광객이 남긴 쓰레기와 배설물을 치우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그는 “사슴도 실은 예전에 주민이 기르다 방목한 것”이라며 “섬 생태계를 교란하고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단순히 ‘예쁘다’며 사진을 찍어 올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아름다운 섬에는 왜 그리 쓰레기가 많던가

옹진군 다른 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씨는 “소나무로 유명한 제 고향 덕적도에선 관광객들이 야영장 이용료 5000원을 아끼려고 소나무 보호지역에 멋대로 텐트를 치는 경우가 많다”며 “산나물을 모조리 캐가고,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려 산불을 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많은 관광객이 ‘물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육지에서 모든 필요한 물건을 사서 들어온 뒤, 쓰레기는 섬에 고스란히 두고 떠난다”며 “이런 행태 때문에 섬 주민들은 외지인을 반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주민들 태도에 관광객들도 ‘섬사람은 배타적’이라고 오해한다”고 설명했다.

덕적도처럼 비교적 큰 섬은 쓰레기 처리시설이 있어 형편이 나은 편이다. 굴업도 같이 작은 섬은 1년에 고작 한두 번 배가 와서 쓰레기를 거둬 간다. 그래서 평소에 거센 바람이라도 불면 쓰레기가 모두 바다로 떠내려가는 사태가 생긴다. 비단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만 문제가 아니다. 어민들이 섬에 버려둬 어마어마하게 쌓인 그물과 닻 등 폐어구와 폐스티로폼 부표도 골칫거리다. 비용과 행정적인 문제로 수거가 원활치 않다. 그래서 해양 쓰레기가 되거나 토양을 오염시킨다. 인명피해를 낳기도 한다. 지난 8월 연평도에서는 선착장에 쌓인 어구가 무너져 내리면서 주민을 덮쳐 숨지게 했다. 사건 발생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은 대책 마련은커녕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빴다.


▲ 인천 무의도를 걸으며 쓰레기를 주운 가톨릭환경연대 회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환경연대 제공



가톨릭환경연대 ‘쓰레기 더 가져오기’ 운동


이처럼 심각한 섬 쓰레기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는 가톨릭 환경단체가 있다. 1993년부터 활동해온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다. 최진형(미카엘) 가톨릭환경연대 선임대표는 인천 섬이란 섬은 안 가본 곳이 없는 ‘섬 전문가’다. 그는 “섬에서 나온 쓰레기가 잘게 부서져 새우 뱃속으로 들어가고, 그 새우를 잡아먹은 생선이 다시 우리 몸속에 들어온다. 우리는 모두 관계성 속에서 살고 있다”며 “이젠 섬을 잠깐 머무르는 오락과 관광의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섬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 신앙인이 앞장서 순교와 희생의 마음으로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섬을 살리기 위해 ‘쓰레기 1+1 더 가져오기 운동’을 고안했다.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는 물론이고, 그 양만큼 섬에서 쓰레기를 더 거둬 육지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이젠 섬에 있는 조약돌이나 동식물이 아닌 쓰레기를 가져올 때”라며 “도시인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섬 주민도 자극받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쓰레기봉투나 손수건ㆍ조끼 등에 ‘환경을 지키는 것이 곧 선교입니다’라는 글씨를 적으면 가톨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선교 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앙의 요람인 공소를 가꾸는 섬 ‘녹색기행’

최 대표는 “내년부터 가톨릭환경운동연대 ‘녹색기행’ 대상지에 인천 옹진군 섬에 있는 공소를 포함하는 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1997년부터 매년 진행한 ‘녹색기행’은 자연을 지키기 위해 훼손 위기에 처한 곳을 찾아다니는 여정이다. 지금은 순교 성인들의 열정을 본받기 위해 성지와 순례지도 연계 방문하고 있다. 공소는 사제가 상주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미사와 성사를 집전하는 작은 경당이다. 특히 한국 교회에서 공소는 선교의 거점이자 신앙생활의 요람이다. 옹진군에는 인천교구 공소 33개 가운데 23개가 있다.

최 대표는 ‘녹색기행’을 통해 성지 순례하듯 공소를 방문해 기도하고, ‘쓰레기 더 가져오기 운동’으로 공소와 그 주변을 깨끗이 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공소 중에 페인트칠이 벗겨지거나 의자가 망가진 곳, 주변이 지저분한 곳이 많다”며 “그러나 신자들이 대부분 70~80대 어르신인 데다 숫자도 많이 줄어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신자들이 섬 ‘녹색기행’을 갈 때마다 작은 청소도구를 챙겨가 공소를 정돈하고, 유지ㆍ보수에도 힘쓰면 공동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도시와 섬이 연대와 우애를 다지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최 대표는 또 “섬에는 방치된 폐교도 많은데, 황량하고 잡초가 우거져 보기 흉하다”며 “녹색기행단이 공소처럼 폐교를 깨끗이 청소한다면, 주민들을 위한 쉼터나 놀이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섬 그리고 공소는 다른 교구에도 있다. 최 대표는 “섬 녹색기행을 잘 기획해 순조롭게 진행한다면, 다른 교구에서도 이를 본떠 각자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개인의 행동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꼭 갖춰야 한다”며 “도시 본당과 섬 공소나 본당 간에 결연이나 협약 등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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