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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수도원 수도자가 들려주는 ‘기도가 되는 그림’

봉쇄수도원 수도자가 들려주는 ‘기도가 되는 그림’

아름다움만 강조하는 작품 아닌 삶의 다양한 모습 그려낸 작품 조명 기도가 되는 그림 49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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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발행 [1629호]




그림이 기도가 될 때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예쁘고 곱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계속 찾다 보면 구부러지고 못나고 일그러진 것은 배제하기 마련이다. 일부러 마음을 곧추세우고 성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탐미적인 것을 향한다. 그런데 아름답고 예쁜 작품에만 시선을 둔다면, 그리고 그 작품을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장애인과 불우한 이들, 난민들은 계속 배제당하고 외면받지 않을까?

봉쇄수도원에서 한땀 한땀 수행과 노동의 삶을 이어가는 장요세파(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여자 수도원) 수녀를 잡아당겨 세우는 그림은 아름답고 예쁘지만은 않다. 지나치게 아름다움만 강조되는 그림이 아닌, 또 다른 신비의 세계를 열어주는 작품이다. 침 뱉음과 모욕, 채찍질을 당한 수난받는 종의 모습, 고요하고 참혹한 죽음, 삶의 처연함으로 물든 붉은 노을 등은 하나같이 생명과 자유, 용서, 사랑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그림이 기도가 될 때」에는 기도가 되는 그림 49점이 실렸다. 봉쇄된 수도원에서 갇혀 살아가는 수도자가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그림 편지다. 빛과 영성이 담긴 작품들은 하나같이 깊은 말을 걸어온다. 장 수녀가 선정한 작품은 중세의 이콘을 비롯해 익명의 고대 화가가 그린 이콘, 이미 많이 알려진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든다. 최종태(요셉) 조각가의 작품도 실렸다. 장 수녀의 깊이 있는 해석과 작품을 묘사한 시는 그림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장 수녀는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낡고 닳아 발목마저 꺾여진 구두(‘낡은 구두 한 켤레’)를 보며, 삶의 신조를 묻는 친구에게 빈센트 반 고흐가 해준 답변을 기억했다.

“침묵하고 싶지만 꼭 말해야 한다면 이런 걸세.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산다는 것, 곧 생명을 새롭게 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불꽃처럼 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하고 쓸모 있게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예컨대 불을 피우거나 아이에게 빵 한 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는 것이라네.”

장 수녀는 기쁨과 환희, 희망보다 고독과 어둠, 절망, 고뇌, 고통 같은 것들에게 눈길을 더 많이 준다. 그는 머리글에서 탐미적 성향을 띠는 작품은 눈에 남지 않고 행인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그의 눈과 마음이 오래 머무는 작품들은 한결같이 영원을 향한 창문을 열게 하며,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치유의 힘을 선사한다. 그는 행인처럼 스쳐 지나가지 않는 작품들은 작품의 주인인 화가를 붙들고 이리저리 캐묻는다.

장 수녀는 시인이다. 세상과 자신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여정을 매일 시로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시집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 그림 에세이 「수녀님, 서툰 그림읽기」와 「수녀님, 화백의 안경을 빌려 쓰다」가 있다. ‘엄률시토회’라고 불리는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11세기 프랑스에서 창설됐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저녁 8시까지 기도와 독서, 노동으로 수도생활을 한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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