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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신자들에게 사랑 전하는 늦깎이 선교사 ‘파더 킴’

잠비아 신자들에게 사랑 전하는 늦깎이 선교사 ‘파더 킴’

원주교구 김한기 신부의아프리카 잠비아 선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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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8 발행 [1624호]
▲ 4년째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사로 활동 중인 김한기 신부가 미사 후 아이들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김한기 신부 제공



사제로 살아온 지 35년째이던 2017년 9월. 만 64세의 사제는 커다란 짐가방에 제의와 소지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혈혈단신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불과 5~6년 뒤면 사목자로서 은퇴를 앞두었던 원주교구 김한기 신부가 선교지로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출발한 것이다. 김 신부가 아프리카 잠비아행을 결정했을 때, 뒤늦게 소식을 들은 친형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아니, 가족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했어?” 이미 하느님과 상의를 마친 뒤였다.

가난의 땅 아프리카에서 그를 맞이한 것은 낡은 공소와 화장실도 없는 방 한 칸짜리 공동 사제관이었다. 오래된 성당 건물은 흙먼지 날리는 황무지에 있었고, 성당이든 가정집이든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치면 금세 물이 줄줄 새기 일쑤였다. 입맛에 맞지도 않는 옥수수를 빻아 만든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나날이 시작됐고, 성당과 사제관은 15㎞나 떨어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성당 출퇴근(?)도 어려웠다. 그러나 사제는 별이 쏟아지는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하느님, 제가 이들에게 주님 사랑만은 꼭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4년째 잠비아 신자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는 ‘늦깎이 선교사’ 김 신부가 최근 일시 귀국한 소식을 듣고, 7월 29일 원주교구에서 만났다.





최고령 피데이 도눔 사제

교구 사제를 해외 선교지로 파견하는 ‘피데이 도눔’(Fidei Donum) 사제 가운데 김 신부는 현재 한국 교회 최고령이다. 원주교구 사제단 130여 명 가운데에도 위에서 30번째 안에 드는 선배 사제의 피데이 도눔 신청에 주변에서도 적잖이 놀랐다. 누구도 결정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선교 사제를 자처한 것은 그의 말대로 “뜻깊은 사목으로 멋진 피날레를 장식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바람은 적중했다. 모래판 위의 작은 공소는 김 신부의 도착과 동시에 본당으로 승격됐다. 잠비아 은돌라교구 성 마티아스 물룸바본당이 된 것이다. 가자마자 작은 성당을 리모델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신자들을 위한 번듯한 교육관을 올리고, 공동 사제관 건축에 신자들 일자리 창출까지. 교육관 이름은 뜻깊게도 ‘성 김대건 홀’로 했다. 4년 동안 김 신부의 본당은 늘 공사 중이었다. 그 덕에 얼굴은 전보다 더 그을었지만, 미소만큼은 더 깊어졌다. 땡볕 아래 가가호호 방문하며 활발한 선교 사목을 펼친 이에게 주님이 주신 ‘훈장’과도 같달까. 김 신부는 두 차례 말라리아에 걸리는 어려움도 겪었다.

“꼭 우리 1940~1950년대 모습이죠. 그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힘듭니다. 다행히도 4년 전 처음 저를 마주한 신자들은 환한 미소로 반겨줬어요. 그전까지 본당이 공소였으니까 신부님 만나고, 미사 한 번 하려면 한 달은 족히 기다려야 했거든요.”



모든 것이 따뜻한 후원자들 덕분

수도 루사카에서도 서울에서 부산만큼 떨어진 버남꾸바 마을에 자리한 본당. 이 마을에서 동양인은 김 신부가 유일하다. 어딜 가든 아이들이 졸졸 따라오며 ‘파더 킴~’하고 부르면, 먹을 것 잔뜩 들은 김 신부의 주머니는 절로 열린다. 그런 아이들이 성당에서 세례받고, 주님의 자녀가 될 때엔 기쁨이 두 배가 된다. 김 신부는 영어와 잠비아 벰바어를 섞어가며 “Thank you, children”(아이들아, 고맙다), “Natotela Saana”(벰바어로 고마워요) 하며 화답해준다.

“작년부터는 아이들을 더 많이 돕고 있어요. 초등학교 아이들 500명에게 매달 200콰차(잠비아 화폐, 약 1만 원)씩 주고 있고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학비 절반을 후원합니다. 어려운 가정뿐만 아니라, 장애인 30여 명도 매달 기도와 성금으로 지원합니다. 모두 저를 보고 후원해주는 지인과 한국 신자분들 덕분입니다. 저는 그저 사랑의 다리 역할을 해줄 뿐입니다.”

성 마티아스 물룸바본당과 관할 공소 2곳의 신자 수는 1000명에 달한다. 김 신부가 본당의 기초를 닦고, 공동체 모습을 갖춘 덕에 신자 수가 크게 늘었다. 성당 부지 한켠에 공동 화장실도 짓고, 울타리도 두르고, 한국에서 루르드 성모상을 공수해 작은 성모 동굴도 완성했다. 곳곳이 김 신부가 직접 발품을 팔아 채워넣은 자재들이다. 2018년 본지 사랑 나눔 코너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통해 모금된 독자들의 성금 3000여만 원도 큰 힘이 됐다. 매달 아이들에게 전할 후원금을 봉투에 넣는 일은 똘똘한 복사 아이들과 함께한다. 신자들은 새 교육관에서 기도하고, 성경 모임, 구역 회합을 하고 있다. 그들에겐 기적 같은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김 신부는 매일같이 잠비아 선교지 소식을 페이스북과 온라인 카페에 올린다. 김 신부는 “SNS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제 글을 읽고 많은 분이 후원해주시는데, 주님께서는 정말 생각지 못한 때에 필요한 것을 채워주신다”며 웃음 지었다.

김 신부의 ‘성 마티아스성당 in 잠비아’ 카페에는 김 신부 주관으로 마을에서 처음 거행된 성체 행렬 모습부터 아이들이 주님의 자녀가 되는 모습, 환자 가정 방문 등 그간 게재한 글과 사진이 수백 개 된다.



사서 고생이 아니라, 사서 보람

물과 전기 등 모든 게 부족한 잠비아인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참으로 어렵다. 주일 헌금은 2만 5000원 남짓. 1년 본당 수입은 150만 원이 안 된다. 미사를 하다 전기가 나가면 손전등 몇 개를 드리워야 하고, 돈을 빌려주면 당연한 듯 갚지 않는 이들도 종종 있다. 대부분 자급자족 농부로 살아가는 신자들은 낡은 지붕 아래 흙바닥에서 먹고 잔다. ‘그래, 물고기를 잡아줄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

김 신부는 본당 인근 부지를 우리 돈 100만 원에 샀다. 신자들 손으로 최근 건물을 하나 세웠다. 작은 구멍가게와 우리네 방앗간 같은 곡물 빻는 공간을 만들었다. 김 신부가 귀국한 동안 주문했던 옥수수 빻는 기계가 마침 도착해 신자들이 김 신부에게 영상을 전달해왔다. “신자들이 재배한 옥수수를 모두 가져와 빻아 판매하면 수익이 생길 겁니다. 가게에도 물품을 들여와 수익을 분배할 거고요. 최근엔 신자 두 가정을 선정해 양계업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아리 150수를 사서 3~4개월 정도 닭으로 성장시키면 10배의 수익을 낼 수 있어요. 이런 가정을 늘려갈 겁니다.”

본당에는 여전히 신자들을 위한 어머니 역할을 해줄 수녀도 없다. 우리와 같은 행정 시스템은 꿈도 꾸기 어렵지만, 김 신부는 함께 사목하는 보좌 신부에게 선배로서 늘 조언해주고, 신자들이 본당 안에서 일하도록 고용을 창출해주고 있다.



선교 사제로 남은 1년의 꿈

김 신부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 딱 1년 남았다. 은돌라교구와 원주교구가 맺은 공식 파견 기간이 5년이다. 그때까지 김 신부는 본당 인근 버려진 학교 운영을 재개하고, 새 성전을 건립할 큰 과제를 해낼 계획이다.

“본당 인근에 프란치스코전교봉사수녀회가 운영하다 문을 닫은 학교가 있어요.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곳을 다시 가꿔 문을 열고 싶습니다. 가톨릭 이념 안에 아이들이 학업의 기쁨을 이어가길 소망합니다. 또 현재 쓰고 있는 낡은 성당 옆에 새 성전을 지을 생각입니다. 2억여 원이 드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들이 더욱 멋진 주님의 집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 신부는 “경제적으론 어려워도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기쁘게 춤추며 매 주일 2시간 넘게 전례에 참여하는 모습은 저 또한 배울 점”이라며 “남은 기간 이들이 영적으로 더욱 깊어지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신부는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 ‘좀더 빨리 선교 사제로 이곳에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면서 “선교란 언어와 복음 선포 이전에 그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며,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따뜻함을 선사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선교에는 나이가 따로 없었다.

김한기 신부 선교 후원 계좌 : 301-9219-2817-21, 농협.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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