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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하느님의 큰 그림(신유진, 그라시아, 국악인)

[신앙단상] 하느님의 큰 그림(신유진, 그라시아, 국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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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6 발행 [1616호]




가끔, 하느님께서 저희 가족을 불러주신 그 처음의 과정들을 찬찬히 떠올려 보곤 합니다. 저는 9살 때 엄마와 함께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고, 10살 때 첫영성체를 하고 ‘그라시아’라는 세례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아빠도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셨습니다.

성당에 다니기 전, 어느 날 엄마께서 꿈을 꾸셨다고 합니다.

“아주 맑은 날, 한적한 주택가에서 어떤 집을 찾아 헤매는데, 문패마다 세례명이 쓰여 있는 거야. 그러던 중, 이야기 하는 동네 분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중에 한 여자분이 돌아보더니 아주 친절한 손짓으로 방향을 알려주셨어.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잊히질 않아.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서 고개를 들어보니, 강렬한 빛이 쏟아지는 태양 한가운데 하얀 십자가가 있더라고. 깜짝 놀라 꿈에서 깼어.”

그 이후에 꿈은 잊혔고,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새로 이사 간 곳에서 문득 전에 꾸었던 꿈이 생각나셨던 엄마께서는 성당을 수소문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저희 가족은 천주교 신자가 되었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 꿈에서 길을 가르쳐 주셨던 분은 성모님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세례를 받기 얼마 전, 하루는 엄마와 지하철에 탔는데 앞에 연세 많으신 수녀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수녀님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엄마를 향해 “우리도 성당 다니는데…”라고 말했고, 수녀님께서 이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반가워하셨습니다. 엄마가 제가 곧 세례를 받을 거라고 말씀하시자 수녀님께서 “이름 지어줄까?” 하시더니 은총이 많은 이름인 ‘그라시아’가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아주 큰 선물을 받았다 생각하고 마음속에 잘 간직했다가 후에 ‘그라시아’로 세례명을 정했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필연. 이 모든 일들이 저희 가족을 부르시기 위한 하느님의 큰 계획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계획하신 것을 작은 퍼즐 조각들로 나누어 하나씩 맞춰가게 하시고,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하나의 멋진 그림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저에게 계획하셨던 그 첫 번째 큰 그림은 하느님 품 안에 안겨 있는 저희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하느님께서 태초에 세상을 만드시고 흐뭇해 하셨듯이, 저희가 어려웠던 시간을 딛고 새 출발을 하게 되었을 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보시니 참 좋았다’ 하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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