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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행복의 길 찾은 추기경님 영성 지켜나가겠습니다

진짜 행복의 길 찾은 추기경님 영성 지켜나가겠습니다

빈소 이모저모·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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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9 발행 [1612호]
▲ 늦은 밤까지 연도를 바치려는 신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주교단 가슴에 남은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4월 29일 명동대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미사를 주례하면서 “평생 제대로 충분한 휴식 한 번 취하지 않으시면서도, 방대한 분량의 책을 쓰신 것은 주님께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형제자매, 교우들과 나누기 위함이셨다”면서 “돌아가시기 전 4~5개월은 보행이 힘들 정도로 고생하셨지만, 그런 중에도 누가 면담 요청을 해도 반갑게 맞이하며 주님께 가까이 가는 길을 알려주신 선한 목자이시자, 하느님의 사람이셨다”고 추모했다.

전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조문 후 “추기경님께서 서울대교구장이시던 2002년 제가 서울 보좌주교에 임명됐고, 이후에 끝까지 보좌해드리지 못하고 춘천교구장으로 서울을 떠나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해 늘 빚진 마음으로 살아왔다”면서 “입원하신 중에도 의식이 있으실 때 통화했지만, 전에도 늘 전화드리면 ‘잘 있다’, ‘괜찮다’며 기쁘게 받아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도 “주교단이 협의해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갈 때마다 추기경님께서 지혜와 경륜으로 잘 정리해주시곤 했다”면서 “당신이 갖고 계신 모든 지혜와 물질적인 것, 그리고 각막까지, 몸과 마음을 다 주고 떠나신 모습이 참 거룩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 많은 신자가 조문을 마친 뒤에도 연도를 바치기 위해 다시 성전에 입장해 함께 기도하며 추기경을 추모하고 있다.



▲ 아이와 함께 조문 온 한 신자가 아이에게 정진석 추기경에게 바치는 기도를 알려주고 있다.



눈물의 입관 예절

4월 30일 오후 5시. 투명 유리관에 3일 동안 모셔졌던 정 추기경은 삼나무 관으로 옮겨졌다. 제의를 입은 고인의 손에는 묵주가 쥐어져 있었다. 이내 추기경의 문장이 새겨진 묵직한 뚜껑이 닫히고, 그 위에 성경이 올려졌다.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한 입관 예절에는 유가족과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최창무(전 광주대교구장) 대주교,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 등 주교단과 사제단, 유가족도 차례로 고인에게 성수를 뿌리고,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고인의 입관 예절에 참여한 이들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정 추기경의 사촌 동생 정광(시몬, 81)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추기경님과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며 모든 걸 의논했는데, 이제 그럴 수도 없고, 명절에 뵙기도 어렵게 됐다”며 애통해 했다.

5촌 조카 정준영(그레고리오)씨는 “어린 조카들이 방문하면 무척 예뻐해 주셨는데, 자랑스러운 추기경님의 주님 안에서의 평안을 늘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 서울 동성고등학교 예비 신학생반 학생들이 조문 후 정진석 추기경 모습이 새겨진 상본을 들고 추모하고 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영성


6ㆍ25전쟁의 참상을 겪고, 발명가가 아닌 사제가 된 정 추기경의 삶은 그야말로 ‘야훼 이레’ 여정이었다. 평생 강론과 서적으로 참된 신앙의 가치를 전해온 추기경은 병상에서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란 유언을 남겼다. 오로지 주님 안에 살면서 이웃을 위해 시간과 가진 것을 모두 내어주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몸소 보여온 진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정 추기경은 사목표어대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될 때에야 비로소 내가 행복해진다는 주님의 가르침을 이 시대에 남겼다. 장례 기간 내내 빈소 현장은 추기경이 남긴 영성을 다시 기억하고 되새기는 장소가 됐다.

서울대교구 정순택 주교는 “물질문명의 발달 속에 우리는 안락하고 편안하고, 많이 가지는 데에서 행복을 찾아왔지만, 추기경님께서는 행복이란 많이 소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데 있다는 나눔의 영성을 이 시대에 전해주셨다”면서 “집안의 할아버지께서 계실 때와 안 계실 때 차이가 크듯이 언제든 달려가 상의 드리고, 의견을 구할 어른의 빈자리가 매우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앞서 민주화를 위해 애쓰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에 이어, 정 추기경님은 가치관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생명과 가정, 나눔의 가치를 더욱 드높이셨다”며 “오로지 주님 뜻을 따르고, 이웃을 사랑하며 나누고, 자기 시간과 가진 바를 나누는 것에서 진짜 행복의 길을 찾은 추기경님의 영성을 우리가 주목해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주교구서도 장례 미사 봉헌

전국 교구는 교구 누리집에 정 추기경 선종 소식을 전하며, 일제히 추모 기도를 요청했다. 본당별로 미사 중 추기경을 기억하는 강론과 기도도 이어졌다.

1일 청주교구에서도 제2대 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 미사가 봉헌됐다. 청주교구는 서울대교구 장례 미사 시간에 맞춰 내덕동주교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충주 교현동성당을 비롯해 충주지구 각 본당도 일제히 장례 미사를 봉헌했다. 청주교구는 장례 기간 내내 본당별로 미사 전후 연도도 바쳤다.

정 추기경이 청주교구에 부임한 첫해인 1970년 사제품을 받은 김유철(원로사목자)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더는 아픔도, 고통도 없는 하느님 나라에 도달하셨으니, 추기경님께는 영광의 순간이기에 ‘추기경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씀과 함께 진심으로 경하드린다”고 추모했다.

정 추기경이 청주교구장 주교 재임 시절 교구 복음화에 함께 헌신한 최동식(베드로) 전 교구 평협 회장은 “추기경님께서는 교구 운영이나 교세 확장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하셨고 깊이를 가지고 계셨던 한국 가톨릭교회의 큰 별이셨다”고 회고하고 “이제 하느님 곁으로 가셨으니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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