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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그 존재가 더 커지는 추기경님

어제보다 오늘 그 존재가 더 커지는 추기경님

정진석 추기경을 추모하며 / 신달자(엘리사벳)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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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9 발행 [1612호]
▲ 2008년 11월 사도 바오로 탄생 200주년 기념 ‘바오로의 해’를 맞아 가톨릭평화방송이 주관한 성지순례에 신자 300여 명과 함께 한 정진석 추기경이 순례자들과 밝은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4월 27일 밤 11시가 다가오고 있을 때 정진석 추기경님이 선종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말! 나는 어지럼증을 느꼈지만 정신이 맑아져 왔습니다. 12시가 지나고 깊은 밤이었지만 나는 푸르른 새벽의 출발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가셨지만 추기경님의 사무적 일은, 그분의 철칙과 사명은 그 어떤 변함이 없으리라는 믿음이 강하게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자리가 변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나의 진한 슬픔을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완전히 자리 이동을 하셨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을 두고 모든 것을 바치고 떠나시는 추기경님의 선종을 절망하고 슬퍼하고 인생은 뭐 이렇게 허무하구나 하고 있는 것은 추기경님의 선종을 사랑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분명한 판단이 가슴을 쳐 온 것입니다.

건강에 위험신호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소문을 들었을 때는 가슴만 막막하고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니 참 바보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선종 소식을 들었고 그분의 많은 업적과 종교인으로서의 거의 완전에 가까운 일상과 노력들이 영상과 갖가지 언론 보도로 바라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추기경님의 성실, 예수님을 바로 알리려는 그 헌신적 참 인간의 모습은 우리가 뵐 수 없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입니다.

추기경님의 선한 교육, 참사랑의 실행은 그분의 말씀처럼 단 한 번도 미루지 않았던 ‘나’보다 ‘너’를 생각하고 모든 일상에서 지켜 내신 탁월한 사랑이셨습니다. 당신의 선종이 예수님의 승천처럼 자리 이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믿음 또한 사실은 추기경님이 가르쳐 주신 것이었습니다.

2008년 평화방송 성지순례를 함께 동행하면서 그분을 가까이에서 처음 뵐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추기경님을 먼저 그리고 더 좋은 대우를 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때마다 노골적으로 사양하시며 같은 순례자로서 균형을 맞추라고 거듭 당부하셨습니다. 인사를 겸한 적당한 사양이 아닌 것을 적어도 나는 느꼈습니다. ‘우리’의 무게를 강조하셨고 더 진정하고 참된 사람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스라엘 땅에서 예수님을 보았고 또한 동행자로서 추기경님을 바라보곤 했던 것입니다.

돈도 몸도 소유의 모든 것을 내놓고 가신 추기경님은 우리가 상상으로 만나는 분명한 예수님 제자 그 본분이라는 것을 그분의 정신과 행동, 자세에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저서를 남기셨고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시겠다며 일 년에 한 권씩 책을 내놓으시는 일과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예수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이해시키시기 위해 온 마음 온몸을 바치셨던 분이었지만 스스로는 늘 부족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입니다. 인간사회에 몸을 담고 계시면서 여러 가지 불편도 외로움도 컸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족’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동시대인으로 더불어 살았던 행운을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세상이 추기경님의 선종을, 업적을, 종교인으로서 탁월함을 알리는 모습들이 분주하지만 추기경님의 사상과 교리와 사랑에 대해 과연 우리가 부족함이 없는지 아직 열지 않은 지혜의 항아리는 없는지 그래서 조심스러울 뿐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추기경님의 자리 이동을 통해서도 우리들의 영원한 추기경님이라는 것만, 네 네 그렇게 알고 계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합니다.

▲ 신달자 시인은 2020년 7월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교 수품 50주년을 기념해 정 추기경과 삶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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