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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기도의 조문 행렬… 유리관 앞에 두 손 모은 사람들

눈물과 기도의 조문 행렬… 유리관 앞에 두 손 모은 사람들

빈소 이모저모·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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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9 발행 [1612호]
▲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영면한 정진석 추기경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영정 속 추기경은 생전 늘 그랬던 것처럼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넉넉한 미소로 옆집 할아버지처럼 반갑게 맞으며, 주님 안에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전해준 정진석 추기경.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고, 신자들에게 말씀의 가치와 교회 영성을 전하고자 불꽃 같은 지성을 발휘했던 향기가 여전히 고인의 주변을 맴도는 듯했다. 신자들은 금세라도 다시 곁에서 좋은 말씀을 전해줄 것만 같은 고인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추기경님, 감사합니다. 주님 곁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세요.”



추기경 기리는 거대한 추모 현장


장례는 5일장으로 거행됐다. 선종 이튿날인 4월 28일부터 정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일대는 내내 경건하고도 엄숙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단, 사제단과 안내 봉사자들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15시간 동안 조문객을 맞았다. 상주 역할을 맡은 주교단은 밤늦은 시각까지 조문객을 맞고, 빈소를 지키며 추모 기도를 했다.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자 빈소를 찾는 이들의 조문 행렬은 새벽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이어졌다. 장례 기간 총 조문객 수는 4만 6636명에 달했다.

“주님~ 추기경 니콜라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고인을 추모하고, 천상 안식을 기원하는 구슬픈 ‘위령기도(연도)’가 장례 기간 내내 성전 안팎에 울려 퍼지는 동안 고인이 모셔진 명동대성당은 쉼 없이 조문객들을 받아들였다. 조문을 마친 뒤에도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한 이들은 성모 동산 성모상 앞에서 다시 추모 기도를 바치기도 했다. 신자들은 60년 목자로서 한국 교회를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정 추기경을 눈물과 기도로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고 있었다.

명동대성당 일대는 그야말로 거대한 추모 현장을 이뤘다. 대성당 우측 옆문부터 성모 동산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고, 문화관 꼬스트홀 앞은 매시간 봉헌되는 미사에 참여하려는 신자들로 또 다른 줄이 생겼다. 대성당 왼편에서는 연도를 바치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수많은 조문객 사이에서 교구청 사제단과 안내 봉사자들은 질서 정연한 입 퇴장을 도왔고,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발열 체크와 명단 제출을 잊지 않았다.


▲ 명동대성당에 조문 온 신자들이 정 추기경을 위한 연도와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조문과 기도로 추기경과 고별

선종 소식을 접하고 본당에서 삼삼오오 함께 온 신자들부터 가족 단위, 수도자 등 많은 이가 고인 앞에서 두 손을 모았다. 이따금 몇몇 신자들은 두 번씩 절을 올리기도 하고, 눈물을 참지 못해 오열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조문과 미사, 연도에 모두 동참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서경(안젤라)씨는 눈물을 훔치면서 “평생 하느님을 위해서 일하신 우리 추기경님을 주님께서 각별히 사랑해주시길 기도했다”며 “추기경님을 위해서 계속 묵주기도를 바칠 것”이라고 했다.

6살 딸과 함께 조문한 위지선(희순 루치아)씨는 “딸에게 ‘추기경님께서 백설공주처럼 유리관 안에서 편안히 잠드셨으니, 우리 기도하고 오자’고 일러주며 기도하러 왔다”면서 “추기경님은 교회를 위해 중요한 모든 일을 다 마치시고 영광스러운 주님의 부활 시기에 돌아가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금여(요세피나)씨는 “조문 후 미사 참여를 막 마치고 다시 위령 기도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면서 “추기경님은 90년 평생 주님 안에서 애쓰셨는데, 저희가 오늘 하루 기도하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다”고 했다.

강지형(요셉)ㆍ김향심(마리아)씨 부부는 “저희 부부는 헌 옷을 수거해 팔아 배고픈 아이들에게 보내는 일을 했는데, 추기경님께서 그렇게 응원해주시고 칭찬해주셨다”면서 “어느 날 추기경님 집무실에 초대를 받아갔을 때 추기경님께서 창문 밖에 핀 꽃을 보시면서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내가 볼 수 있고, 여기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지…’ 하시며 소년 같은 눈빛으로 말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서울 동성고등학교 1학년 예비 신학생반 학생들도 조문 후 “추기경님 삶을 통해 사제의 꿈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그분을 닮은 검소한 사제로, 세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명동대성당 마당 한편에서는 추기경이 남긴 서적 판매도 이어졌다. 생전 신자들의 영적 목마름을 65권에 달하는 서적으로 해결해준 추기경의 저서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정 추기경의 「강론집」을 구매한 이충자(가타리나)씨는 “천상에서 외동아들을 기다리셨을 어머니를 추기경님께서 드디어 만나셨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우리를 영적으로 단단히 결집해 주신 추기경님의 피땀 어린 서적을 앞으로도 쭉 읽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TV와 유튜브를 통해 정 추기경 특보와 특집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보도했다. 조문객들도 추기경의 선종 특집을 다룬 가톨릭평화신문을 명동대성당 마당에서 배부받아 읽으며, 정 추기경의 삶을 함께 돌아봤다.


▲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 정진석 추기경 빈소를 찾은 7대종단 지도자들이 조문하고 있다.



각계에서 이어진 조문 행렬

각계각층의 조문도 이어졌다. 4월 29일 오전 빈소를 방문한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과 김정숙(골룸바) 여사는 고인 앞에서 성호를 긋고, ‘정진석 추기경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 뒤 염 추기경과 면담하고 “한국 천주교의 큰 기둥을 잃었다”며 “정 추기경님은 힘든 순간에도 삶에 대한 감사와 행복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큰 가르침을 주셨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하늘에서도 화합하는 사회를 위해 누구보다 더 간절히 기도해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4월 30일에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한국 정교회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등 7대 종단 대표 지도자들도 빈소를 방문했다.

아울러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명수 대법원장, 홍남기(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비롯해 오세훈(스테파노)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개인 SNS와 블로그, 유튜브에도 조문을 다녀온 신자들이 추모 글을 속속 게재하는 등 온라인에서도 추모 열기가 이어졌다.



이정훈ㆍ도재진ㆍ이학주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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