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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봉달이의 푸념(유용, 베네딕토, 서울시의원)

[신앙단상] 봉달이의 푸념(유용, 베네딕토, 서울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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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2 발행 [1611호]




2010년, 네 번째로 도전한 지방의원선거에서 실패한 저는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었습니다. 10년간 네 번의 낙선으로 더 이상 버틸 힘도 용기도 없었고, 정치에 환멸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온통 어둠으로 깜깜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의지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가족들, 친구들, 또 저를 아는 모든 분께 미안하고 송구할 뿐이었습니다. 갈 곳이라곤 그나마 성당이었고, 할 수 있는 것은 주님에 대한 원망의 기도였습니다.
 

주님, 왜 저를 그런 곳에 보내셨느냐고, 왜 정치에 뜻을 두게 하셨느냐고, 기도를 드릴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성당에 덩그러니 앉아 십자가와 성당 바닥을 쳐다보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1년여, 암흑 같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베네딕토야, 일어나야지. 베네딕토야, 일어나야 해” 하시는 주님의 말씀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그래, 이젠 일어나야지’ 하고 몸을 일으켰을 때 마침 서울 동작구 자원봉사센터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는 봉사를 잘 몰랐기에 선뜻 내키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자원봉사센터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저 저의 현실을 조금 바꿔보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갔던 자원봉사센터에서의 경험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났던 봉사자들은 오직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봉사하는 천사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봉사가 뭔지도 잘 모르던 저는 그 천사들과 함께하며 조금씩 봉사를 배워 갔습니다. 그런데 봉사를 해보니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제가 상대방에게 줬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두 배나 세 배로 되돌려 받은 것처럼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저는 이렇게 봉사센터를 통해서 봉사와 겸손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기쁘고 즐거운 마음에 봉사센터 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봉사자들로부터 ‘봉달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봉사의 달인’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저에게는 몹시 과분한 별명입니다.
 

이렇게 제가 세상 어디에도 의지할 수 없고 혼자 설 수 없었을 때, 주님께서는 저를 업어주셨습니다. 주님을 원망했을 때조차 사랑의 손길로 저를 어루만져 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게다가 깊은 좌절의 늪에 빠져 무기력했던 저에게 힘을 주시고 일으켜주셨음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삶 모두가 주님의 섭리이자 이끄심이겠지만, 제 지나간 삶의 역사 안에서도 그분의 큰 은총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재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시민을 대표하는 봉사자로서뿐만 아니라 주님의 사랑을 알리는 신앙인으로서의 신원을 의식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저의 모든 것을 주님께 의탁하고 살고자 노력합니다. 저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저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필리 4,1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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