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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남기고… “늘 행복하세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남기고… “늘 행복하세요”

제12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선종, 1일 명동대성당에서 장례 미사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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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2 발행 [1611호]
▲ 현대 한국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었던 제12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4월 27일 밤 10시 15분 무거운 십자가를 내려놓고 향년 90세로 하느님 품에 안겼다.

▲ 제12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4월 27일 밤 10시 15분 선종한 뒤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 대성당에서 거행된 안치식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분향을 하고 있다. 백영민 기자



한국 교회의 큰 별이 졌다.

현대 한국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었던 제12대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4월 27일 밤 10시 15분 무거운 십자가를 내려놓고 하느님 품에 안겼다. 향년 90세. 그 시각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는 추기경 선종을 알리는 조종(弔鐘)이 울려 퍼졌다.

늘 온화한 모습으로 하느님 진리를 전한 한국 교회의 ‘영적 아버지’였던 정 추기경은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 교회 두 번째 추기경인 정 추기경은 서울과 청주교구장으로서 교구장 직무만 42년을 지냈으며, 교회법 학자요, 평생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복음 말씀을 저서로 펴낸 ‘주님의 작가’로 신앙을 수호하는 데 끝까지 힘썼다.

지난 2월 21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정 추기경은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면서도 3월 초 기력을 회복했으나, 다시 상태가 악화해 4월 27일 밤 선종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주교단과 사제, 수도자, 의료진이 정 추기경의 마지막 임종을 지켰다.

2006년 정 추기경은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밝힌 뜻에 따라, 선종 직후 안구적출이 이뤄졌으며, 추기경의 각막은 고인의 뜻에 따라 사용할 예정이다. 또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 무료급식소 명동밥집과 청주교구 꽃동네, 교구 성소국(동성고 예비신학생반), 청소년국 아동 신앙교육, 장학재단 등 5곳을 위해 1억 1000만 원을 기부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교회와 사회를 위했다. 생전 “국민들을 위한 밤하늘의 작은 별이 되고 싶다”고 했던 말대로 정 추기경은 그의 주교 사목 표어대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됐다.

1931년 12월 7일 서울에서 태어난 정 추기경은 1961년 3월 사제품을 받고, 성직자가 됐다. 서울대 공학도였던 정 추기경은 본래 꿈이었던 발명가 대신, 모든 이에게 참 행복을 주는 봉사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사제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 중림동약현본당 보좌를 시작으로 성신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했고, 1968년 교황청 우르바노대학교에서 교회법을 전공했다. 이어 서울대교구장 비서 겸 상서국장 등을 거쳐 1970년 39세에 주교로 서품돼 청주교구장에 임명됐다. 이후 28년 동안 청주교구를 이끈 정 추기경은 1998년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제12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해 14년 동안 교구를 이끌었으며,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했다.

2006년 한국 교회 두 번째 추기경에 서임된 정 추기경은 2012년 교구장 사임 때까지 생명 나눔 운동과 북한 선교, 신자 영적 성장에 힘을 기울이며, 다변화하는 현대를 관통하는 한국 교회를 크게 성숙, 발전시켰다.

평생 교회를 위한 막중한 책무를 맡아온 정 추기경은 사제품을 받은 이후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신앙 서적을 집필해 출간해왔다. 그가 펴낸 저서와 번역서만 65권에 이른다. 지난해 주교 수품 50주년을 맞아 펴낸 「교회법 해설」 개정판 출간을 끝으로 정 추기경의 왕성했던 집필 활동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정 추기경 선종 2시간 뒤인 4월 28일 0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주례한 선종 미사에서 “교구 사제단에게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버지였다면, 정 추기경님은 어머니와 같이 따뜻하고 배려심 많고, 우리를 품어주시고 교회를 위한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항상 신자들에게 큰 사목자로, 사회의 어른으로 교회에 큰 발걸음을 남기시며 주님의 자녀로 성실하게 신앙생활하시다 주님 품에 안긴 추기경님께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시길 기도드린다”고 추모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도 추도사를 내고 “삶의 마지막까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시고자 희생을 실천하신 우리 교회의 큰 어른이신 정 추기경님을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속에 주님께 보내 드린다”며 “일생 한국 천주교회에 베풀어 주신 큰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마련된 빈소에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으며,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장례 미사는 1일 오전 10시 거행되며, 고인은 용인 천주교 성직자묘역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고인의 추모 미사는 3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염수정 추기경 주례)과 오전 11시 용인 성직자묘역(손희송 주교 주례)에서 각각 봉헌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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