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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사랑이란(유별남, 레오폴도, 사진가)

[신앙단상] 사랑이란(유별남, 레오폴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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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발행 [1602호]



사진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후 책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장소를 직접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복이었습니다. 그 걸음 속에서 제가 깨달은 것은 ‘세상은 넓고 갈 곳도 많지만, 사람은 모두 똑같다!’입니다. 피부, 언어, 관습 그리고 종교가 다를지언정 약속 시간이 늦어지면 짜증 나고, 배고프면 예민해지고, 힘들면 ‘헉헉’거리고, 졸리면 잠을 자지요.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여행을 통해서 우리 모두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나와 다른 이방인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아주 먼 곳으로, 우리와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돌려보내 집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도시 페샤와르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12살 소녀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프간 난민들에게 전쟁이 끝났으니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야 할 고향은 아직도 탈레반의 세력권 아래 있는 곳이라서 돌아가면 학교에 다닐 수 없고, 책을 읽을 수도 없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에 혼자 다니지도 못하며, 여럿이 모여 다니더라도 온몸뿐 아니라 얼굴까지 가리고 다녀야 합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폭정을 일삼는 세력 아래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 아이의 미래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어둠이었고, 그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지갑에서 푼돈 몇 푼을 꺼내 그 아이의 아빠에게 주면서 인터뷰에 감사를 표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때 그 아이와 아빠는 제 돈을 거절하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무도 우리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제발 우리의 이야기를 바깥세상에 전해 달라.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너를 위해 신께 기도하겠다.”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오히려 저를 위해 기도해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안위가 위태했을 때 세상을 위해 기도하셨던 분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아직도 소녀와 아빠의 불안과 공포 속 표정이 제 가슴에 아프게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 세상에는 공포에 떠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머나먼 저 타국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사회 곳곳에도. 부디 그들을 사랑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예수님을 통해 우리의 가슴이 뜨겁게 달궈지는 이유는 가장 낮은 데서 스스로 사랑을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랑은 인종과 종교와 성별에 상관없는 정의(正義)의 사랑입니다. 모두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다들 결심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마음이 정향 되는 것이야말로, 내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가장 쉬운 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실천할 때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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