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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면‘面’을 세우다(유별남, 레오폴도, 사진가)

[신앙단상] 면‘面’을 세우다(유별남, 레오폴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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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7 발행 [1600호]



저는 직업이 사진가라 작품이 저에게는 제 ‘면(面)’, 곧 ‘얼굴’입니다. 그래서 수개월 동안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 낸 작품을 갤러리에 걸 때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몰라 안절부절못합니다. 정작 저는 그 자리에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 불안한 마음에 매일 갤러리에 나가서 관객들에게 작품에 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합니다. 듣는 이에게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되니 좋다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저의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아직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을 내놓지 못한 불안감이라고나 할까요? 때로 강단에 서 있을 때,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나를 보는 이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마음에 저를 꾸미려고 하고,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제가 보지 못하는 저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서일까요?

체면을 차리다. 면이 안 선다.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면’을 내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웃고 찡그리고 돌아서면서 순간을 후회하고 아쉬워합니다. 때로는 다른 이를 빗대고 시기하기도 하지요. 그 모든 것이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우리는 얼굴에 그 감정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질책하기도 하지요. 상대방은 사심 없이 돌아서는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면을 세우느라 안달하기도 합니다. 그 누구도 보지 않고 내 마음속에서만 세울 수 있는 그것에 왜 그렇게 집착할까요? 다급하거나 중요한 일에는 체면 따위는 내버리라고 하지만 매 순간 자신의 면을 생각하고 삽니다. 그 ‘면’이 뭐라고….

하지만 하느님 앞에 두 손을 모아 기도할 때, 때론 너무 힘들어 정말 울고 싶어 그분에게 의지할 때면 그 간절함에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됩니다. 어떤 꾸밈도 필요 없고 어떤 변명도 필요 없이 그냥 모든 것을 내어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 자신의 ‘면’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하느님께 의지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치유를 받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누구에게나 마음의 문을 여는 방법을 알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바로 진실로 대하라는 방법을 말이죠. 그 속에서 겉모습을 내려놓고 자신의 면을 세우기 위해 외면했던 그 모든 것들을 돌아보며 아무런 면을 내세우지 않는 하느님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봄부터 서울대교구의 가톨릭사진가협회 회원들이 서울주보의 또 다른 ‘면’을 세우고 있습니다. 바로 서울주보의 표지를 장식하는 회원들의 사진입니다. 주보의 겉보다는 속의 진중함이 더 크고 표지로서 부족할 수도 있지만, 매주 한 장의 사진으로 교우 여러분에게 ‘힐링’ 하시는 즐거움을 드리는 기쁨으로 가톨릭사진가협회 회원들의 마음은 풍요롭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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