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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프란치스코 성인, 스크린 통해 부활

13세기 프란치스코 성인, 스크린 통해 부활

[새 영화] ‘성 프란치스코’ 12일 개봉 작은형제회 설립 과정과 함께가난한 이들에게 나눔 펼치는 성인 프란치스코의 삶과 정신세밀하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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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1 발행 [1434호]



“형제가 쓴 규칙은 돼지에게나 맞소. 규칙을 수정해 오시오.”(교황)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랐을 뿐입니다.”(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를 설립한 프란치스코 성인은 12명의 형제와 함께 1209년 수도회 규칙을 들고 인노첸시오 3세 교황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인준을 기다린다. 하지만 교황은 거부한다. 수도회 규칙 중 ‘영혼을 힘들게 하는 지시가 있다면 성직자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항목 때문이었다. 교황은 “위계질서가 없다면 부랑자 모임에 불과하고 이교도에 다를 바 없다”고 직언한다. 성인은 고민에 빠진다.





이 일로 작은형제회는 내분을 겪는다. 성인의 각별한 친구인 엘리야 수사와도 의견 충돌이 생긴다. 규칙을 수정해 인준을 받아 정식 수도회로 떳떳하게 활동하자는 의견과, 교황청과 타협한다면 서약을 어기는 셈이 된다며 절대 수정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립한다.

영화 ‘성 프란치스코’<사진 포스터>는 평등한 인간과 무소유의 삶을 교리로 삼고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며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파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와 수사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첫 장면은 광활하고 푸른 아시시 교외의 숲이다. 작은 새들이 성인의 손과 어깨에 앉아 하느님이 지으신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듯 지저귄다. 생태의 수호성인다운 모습이다.

성인과 수사들은 이탈리아 각지를 다니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통회와 보속의 생활을 단순한 언어로 설파한다. 이들은 재산과 인간적인 지식의 소유를 거부하고 교계 진출도 사양한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하루 수확을 전부 나누고 진정한 친구가 돼준다. 성인은 1212년 성녀 클라라와 함께 ‘가난한 부인회’를 설립해 버림받은 이들과 고아를 돕는다.

하지만 수도회 규칙 인준 사안을 계기로 발생한 갈등으로 성인과 엘리야는 각자의 길을 걷기도 한다. 1224년 성인은 라 베르나 산 동굴에서 살며 기도하던 중 예수님의 상처와 똑같은 다섯 상처를 입게 된다. 이것은 나중에 교회 역사에서 최초로 공식 확인된 오상(五傷)이다. 성인은 오상으로 갖은 고통을 당하면서도 움브리아 지방을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다 기력이 쇠해져 실명 위기도 겪는다. 오상의 고통 속에서 탄생한 기도가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마음에…’로 시작하는 ‘태양의 찬가’다.

병세가 깊어져 포르치운쿨라로 거처를 옮긴 성인은 주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동료들에게 자신을 잿더미 위에 눕혀 달라고 청한다. 그리고는 하느님 품으로 떠난다. 성인에 이어 수도회 장상이 된 엘리야 수사에게 “내가 형제들을 축복함을 기록해 주시오”라는 말을 남긴 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성인과 수사들의 삶과 신앙 덕분에 영화가 끝날 무렵엔 하루 피정을 마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프랑스의 르노 페리, 아노드 루베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프란치스코 성인 역에 제63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엘리오 게르마노(이탈리아), 엘리야 역엔 제러미 레니에(벨기에)가 열연했다. 상영 시간은 87분이며 12일 개봉한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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