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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기도] (4) 야곱의 기도

간절히 청하라, 그리고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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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6 발행 [1354호]
간절히 청하라, 그리고 행동하라

▲ 야곱은 가족과 함께 야뽁강을 건넌다. ‘빈의 창세기’로 불리는 필사본의 세밀화. 6세기,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출처=「성경 역사 지도



야뽁강에서 밤새 씨름을 한 야곱의 이야기는 성경에서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다(창세 32,2-33). 사람들은 흔히 야곱의 기도를 하느님과 끈질기게 겨루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게 한 기도라고 믿는다. 이런 기도를 바로 응답받는 기도, 능력의 기도라고 생각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떼를 쓰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했던 야곱은 20년 만에 큰 부자가 돼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야곱에게 큰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형 에사오였다. 장자권을 빼앗기고 아버지의 축복마저 동생에게 빼앗긴 형 에사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야곱은 자신의 식솔들을 먼저 야뽁강을 건네게 했다. “야곱은 이렇게 그들을 이끌어 내를 건너 보낸 다음,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도 건네 보냈다”(창세 32,24).

이제 남은 것은 야곱, 오직 자신뿐이었다. 바로 그때 야곱은 아주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야곱은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 동이 틀 때까지 야곱과 씨름을 하였다”(창세 32,25).

당시 씨름이란 양이나 염소를 치는 목동들이 자신의 힘을 키우고 과시하기 위해 했던 놀이다. 희한한 것은 야곱을 붙잡고 씨름한 이가 야곱을 이기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동이 트기 시작한다. 야곱은 사력을 다해 물고 늘어졌다. 그는 자신이 이길 것 같지 않자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쳐서 탈골시켰다. 그래도 야곱은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그에게 축복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그는 야곱의 이름을 묻고는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꿔 불렀다. 하느님, 그리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야곱은 하느님과 대면했지만 죽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그곳을 ‘프니엘’이라고 불렀다. 야곱은 필사적으로 밤새 하느님과 담판했고 마침내 하느님의 복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 뿌리에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존재한다.

야곱은 하느님께서 20년 전에 하셨던 약속을 상기하면서 기도의 힘을 얻는다.

“주님께서 그 위에 서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며 이사악의 하느님인 주님이다. 나는 네가 누워 있는 이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주겠다. 네 후손은 땅의 먼지처럼 많아지고, 너는 서쪽과 동쪽 또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땅의 모든 종족이 너와 네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창세 28,13-15).

야곱은 에사오의 보복이 두렵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하느님의 보호를 간절히 구했다. 그리고 에사오에게 선물할 가축을 대거 선별해 종들의 손에 붙여 앞장세웠다. 에사오의 원한을 풀기 위해 기도하는 한편 동시에 스스로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도 취했다.

야곱은 기도하면서 행동했다. 기도는 제 욕심을 채우는 요술이나 마술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 그리고 그 은혜를 구하는 것이다. 정말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절망하고 낙심하는 우리에게 하느님이 찾아와 우리를 붙들고 씨름하신다. 그러면 야곱처럼 진심으로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 자비를 얻게 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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