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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이야기] (43) 예수님의 언어, 아람어

[복음 이야기] (43) 예수님의 언어, 아람어

골고타·파스카·탈리타 쿰… 모두 아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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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발행 [1300호]
골고타·파스카·탈리타 쿰… 모두 아람어

▲ 예수님은 갈릴래아 지방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했던 아람어로 주로 복음을 선포하셨다. 사진은 예수 그리스도를 다룬 「선 오브 갓」의 중 한 장면.



네 복음서는 모두 헬라어(그리스 말)로 쓰여 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오늘날 영어처럼 당시 국제 공용어인 헬라 말을 하신 것일까?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는 평소 가르치실 때는 ‘아람 말’을 하셨다. 또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두루마리를 펼쳐 토라와 예언자 이사야의 글을 낭독하신 것을 보면 히브리 말과 글도 아신 것이 분명하다.

아람어는 일찍이 비옥한 반월형 지대인 북시리아 평야에 정착했던 아람 민족의 말이다. 유다인들이 하느님께 맏물을 봉헌할 때 “저희 조상은 떠돌아다니는 아람인이었습니다”(신명 26,5)하고 고백한 것처럼 아람 민족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이다.

아람어는 기원전 10세기 전후 유프라테스 상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페르시아만, 시리아, 이란, 팔레스티나, 지중해 연안까지 근동 아시아 모든 지역에서 사용하던 공용어였다. 성경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는 아람 민족의 후손인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 땅에 정착해 살면서 언어도 그 지역 말과 섞여 히브리말로 고착됐다고 한다. 이때부터 바빌론 유배 때까지 유다인의 일상 언어는 히브리 말이었다고 한다. 유배 생활에서 돌아온 후 아람어의 다른 방언들에 눌리어 히브리말은 서서히 변화해 갔다. 마치 오늘날 우리 사회의 10대들의 통속적 말을 기성세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언어가 변질한 것이다. 이 시대 율법학자들은 회당에서 히브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에게 가르쳤고 유다 지방의 히브리 말로 성경을 필사했다.

하지만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가 멸망하고 페르시아 제국이 통치하면서 페르시아 왕들은 아람어를 행정 공용어로 채택해 유포시켰고, 이스라엘도 그 영향을 면할 수 없었다. 마치 로마 제국시대 헬라어가 귀족 상류층의 언어였고, 라틴 말이 백성들의 언어였던 것처럼, 아람어는 이스라엘의 사제와 귀족 등 상류층의 말이 됐고, 히브리 말은 일반 민중의 언어가 됐다고 한다. 그러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이 제국을 정복한 후 헬라어가 아람어의 자리를 대신했다.

예수님 시대에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유다 지방 사람들이 주로 히브리 말을 썼으며, 예수님과 제자들처럼 갈릴래아 지방 사람들은 주로 아람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가 예루살렘에서 체포됐을 때 군중들을 진정시키고 자신을 해명하기 위해 연설할 때 굳이 히브리 말로 한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사도 22,2).

복음서에는 유다인들의 일상어로 아람 말이 등장한다. ‘압바’(마르 14,36), ‘가빠타’(요한 19,13), ‘골고타’(마태 27,33), ‘맘몬’(마태 6,24- 본문에는 헬라어 마모나스로 음역해 놓음), ‘파스카’(루카 2,41), ‘하켈 드마’(사도 1,19), ‘마라나 타’(1코린 16,22) 등이 복음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아람 말이다.

또 예수님께서 회당장 야이로의 죽은 딸을 살리실 때 “탈리타 쿰”(마르 5,41)라고 하신 말씀이나,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라고 하신 말씀 모두 아람 말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죄명패에는 히브리 말, 라틴 말, 그리스 말로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고 쓰여 있었다(요한 19,19-20). 이는 당시 팔레스티나 지역에 이 말들이 상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라틴 말은 칙령의 언어로 공용어였다. 유다 역사학자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에 의하면 로마에서 내려온 훈령은 늘 헬라어로 번역됐다고 한다. 당시 이스라엘의 랍비들은 “헬라 말을 자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돼지고기를 먹는 것과 같이 저주받아야 한다”고 경멸했지만 로마 제국에 통용되던 헬라어를 막을 수 없었다.

한편, 구약의 에스테르기와 예레미야서 일부, 다니엘서 일부도 아람어로 쓰였고, 마태오 복음도 처음에는 아람어로 쓰였다가 후에 헬라어로 번역된 것이라는 게 성경학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사순 ㆍ부활 시기에 자주 상영되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용하는 말이 모두 아람어다. 예수님이 사용하신 말이 궁금하면 이 영화를 꼭 볼 것을 추천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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