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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이야기] (37) 성전 (4)

예수가 ‘강도의 소굴’이라 탄식한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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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3 발행 [1291호]
예수가 ‘강도의 소굴’이라 탄식한 성전

▲ 헤로데 성전은 유다인을 회유할 정치적 목적으로 지어졌다. 사진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헤로데 성전의 서쪽 벽으로,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이곳은 오늘날 유다인 최고의 기도 장소이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신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이 세 번째로 지은 ‘헤로데 성전’이다.

에돔 땅 이두메아 출신의 헤로데는 로마 제국의 지원으로 이스라엘의 왕이 된 후 유다인들을 회유하기 위해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기원전 19년 낡은 즈루빠벨 성전을 허물고 새 성전을 짓기 시작했다.

헤로데는 1만 8000여 명의 노동자를 동원해 성전 터를 솔로몬 옛 성전 터의 2배로 넓히고 비용을 아끼지 않고 무한정 재료를 투입, “이 집의 새 영광이 이전의 영광보다 더 크리라”(하까 2,9)는 하까이 예언자의 말을 실현하려 했다.

헤로데는 자신이 짓는 성전이 성스러운 자리가 되도록 제사장 1000명을 훈련시켜 석공으로 참여시켰다. 또 성전 공사로 인해 하느님께 봉헌하는 제사가 하루라도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했다. 헤로데의 이러한 노력으로 성전의 주요 건축물은 10년이 채 안 돼 기원전 9년경에 대부분 지어졌으나 서기 64년에 가서야 공사가 마감됐다. 따라서 예수님은 공생활 중에 아직 완공되지 않은 헤로데 성전을 보신 것이다.

성전의 설계와 구조는 솔로몬 성전을 본뜬 것이었으나 헤로데는 에제키엘 예언자가 환시 중에 본 미래의 성전, 영광 속에 부흥하는 이스라엘의 성전(에제 40-43장)을 그대로 지었다. 한마디로 헤로데 성전은 웅장하고 사치스럽다 할 정도로 화려했다. 어느 정도 화려했나 하면 정교하게 조각된 흰 대리석으로 지붕 처마를 장식하고 지붕에는 황금 쇠판을 입히고 번쩍이는 금침을 박아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했다. 이 모습을 유다 역사학자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아침 해가 비치면 성전 지붕은 흰 눈이 빛나듯 찬란했다”고 기록했다.

헤로데 성전은 동서 300m, 남북 450m로 상당히 넓었다. 바위를 부숴 평탄 작업을 한 후 큰 돌로 성벽을 쌓아 사방으로 둘렀다. 성전으로 통하는 문은 도시 서편에 4개, 남과 북에 1개, 동쪽에 2개를 두었다. 유다인들은 예루살렘 동문 중 지금도 남아있는 ‘황금 문’을 통해 주로 성전에 출입했다. 예수님께서도 수난 주간에 올리브 산을 가셨을 때 이 황금 문을 통과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황금 문을 통해 성전에 들어서면 길이 225m의 장방형 광장이 나온다. 바로 ‘이방인의 뜰’이다. 불신앙인과 이단자, 추방된 자, 상중에 있는 자, 율법에 따라 부정한 상태에 있는 자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다. 요세푸스는 이방인의 뜰을 ‘외성전’이라 불렀다. 이방인의 뜰 둘레에는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비와 햇볕을 피할 수 있었다. 기둥은 보통 20암마(약 9~11m)였고, 지붕은 삼목으로 덮고 땅에는 아름다운 포석을 깔아 놓았다. 이곳은 모든 이에게 개방된 장소였지만 막대기를 휴대할 수 없었고 더러운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갈 수 없었다. 또 부정한 이방인의 화폐를 쓸 수 없었고 침을 땅에 뱉는 것도 금지됐다.

‘성전 앞뜰’인 이곳은 율법학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장소였고, 랍비들이 사람들을 가르치는 장소였다. 또 환전상들이 순례자들에게 율법이 규정한 화폐를 바꾸어 주고, 번제물과 희생 제물을 바치러 온 사람들에게 비둘기와 참새를 파는 상인들의 호객 소리와 희생 제물로 바쳐질 짐승들의 울음소리로 늘 소란스러웠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집 앞 거룩한 문턱에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의 이 광경을 보시고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고 화를 내시며 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장삿꾼과 짐승들을 몰아내셨다(루카 19,45-48; 마태 21,12-17; 마르 11,15-19; 요한 2,13-22). 이후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이곳 이방인의 뜰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면서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 19) 하시면서 당신 수난을 예고하셨다.

헤로데 성전의 성소는 이방인의 뜰보다 높은 곳에 동에서 서로 향해 서 있었다. 그래서 이방인의 뜰에서 성소의 외벽에 도달하려면 15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계단을 오른 뒤 성전에 들어가는 문 앞 기둥에는 헬라어와 라틴말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비문이 새겨져 있었다. “이방인이 이보다 더 앞에 나가는 것을 엄히 금한다. 체포되는 자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며 그 결과는 죽음이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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