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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성구와 나]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수품성구와 나]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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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3 발행 [1260호]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 (시편 42,2)

"끊임없이 기도하며"(1테살 5,17)


 나의 사제수품 성구는 시편 42편에서 인용한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이고, 주교수품 성구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5장 17절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를 약간 변경시킨 "끊임없이 기도하며"이다.

 나는 사제품 받는 이들이 상본을 만든다는 것을 사제품 받기 한 달 전에야 알았다. 상본에 성구를 넣는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나는 '성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건 주로 성경구절을 의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기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늘 생각했고, 거기다가 여러모로 부족함을 지닌 나에 대해 걱정해 왔기에, 그 부족함들을 극복하는 길은 기도와 하느님 말씀이라고 보고, 즉시 기도와 관계된 성경구절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도원에 입회하자마자 체험하게 된 새로운 것은 수도원에서 매일 거행되는 미사에 참례하고, 하루에 네 차례 바치는 시간경(성무일도), 곧 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 그리고 끝기도에 참여하고, 아침과 저녁 묵상시간에 참여하는 일이었다. 시간경을 바치기 시작하면서 성무일도에는 시편기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 시편 가운데 몇 개 구절이 매우 좋았고 그 구절들은 내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구절들이며, 내가 사제품 받은 후 첫 미사를 위해 만든 상본에 실은 성구도 바로 그 구절 중 하나였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 사제들을 위한 성령쇄신묵상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묵상회에 함께 참석하신 서울대교구의 김 모 신부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이 신부님은 대뜸 나에게 "신부님은 사제품을 받을 때 만든 상본에 무슨 성구를 적어 넣었습니까?" 하고 물으셨다. 시편 40편의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가 좋아 그 구절을 성구로 삼았습니다" 하니, 그 신부님은 "아이고, 그런 구절을 택하셨으니 수도원에 들어가셨지. 나는 병과 관련된 성구를 넣었는데 이상하게도 병에 잘 걸립니다. 이상하게도 성구에 적어 넣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 신부들에게도 무슨 성구를 썼는지 물어보는데, 그 성구대로 그들 삶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에 나는 가끔 혼자 "그래, 그 신부님이 하신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나보고 기도 더 많이 하라고 수도원으로 보내셨다" 하고 중얼거렸다.

 2010년 7월 군종교구장 주교로 임명받았을 때,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주교 문장을 만들어야 하고 그 문장에다 역시 성구를 넣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다행히 훌륭한 화가이자 고등학교 선배인 이종상 화백께서 내 기대에 흡족한 주교 문장을 디자인해주셨다. 문제는 어떤 성구를 넣느냐였다.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성경말씀을 하나 택해 약간 변형을 시켜 만들어냈다. 그러고 나서는 나의 전임이신 이기헌 주교님께 갖다 보여드렸다.

 주교님이 읽으시더니, 잠시 침묵하신 후 "성구 문장이 좀 긴 것 같습니다"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구절을 포기하고 이틀 정도 고민하며 새 성구를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평소에 가끔씩 되새기는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5장 17절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가 떠올랐다. 우선 짧아서 좋았다. 그런데 '이 구절이 마치 내가 기도를 대단히 많이 하는 사람인 척하는 인상을 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러나 시간 여유도 없고 또 다른 성구도 떠오르지 않아, 이 구절을 약간 변형해 "끊임없이 기도하며"로 정했다.

 그러던 어느날 성무일도를 바치면서 사제품 때의 성구인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워하나이다"를 읽게 됐을 때, 문득 내 마음 안에서 '아, 나의 사제품 성구도, 주교품 성구도 모두 기도에 관계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기도의 삶에 더 충실하자. 기도로써 하느님을 더욱 사랑하고 그분께 더 가까이 나아가자. 기도로써 더 변화되는 삶을 살자'는 희망 어린 결심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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