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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가 되어]<20> 작은 '나눔의 씨앗', 커다란 '사랑의 열매' 맺어

[뿌리깊은 나무가 되어]<20> 작은 '나눔의 씨앗', 커다란 '사랑의 열매' 맺어

5. 사랑으로 열매맺는 신앙 (3) 사랑 실천의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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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7 발행 [1240호]
5. 사랑으로 열매맺는 신앙 (3) 사랑 실천의 누룩

 성경은 자선에 대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태 6,3 참조)고 하지만, 때로는 알게 할 필요가 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성실하고도 지속적인 나눔은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 봉사단체의 사랑실천이 누룩이 돼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나눔에 적극성을 갖게 된 본당이 있는가 하면, 음악을 전공한 대학생들의 '재능기부'가 이제는 사회적 기업 설립을 눈앞에 둘 정도까지 됐다. 나눔이 낳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교구 대치2동본당 나눔회

▲ 대치2동본당 나눔회 회원들이 5일 인천교구 갑곶성지에서 성우회 할머니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나눔회


#나눔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

 5일 낮, 가을빛 가득한 단풍이 우거진 인천교구 강화도 갑곶성지를 방문한 할머니들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최고령 할머니가 100세, 평균 나이 80세인 할머니들이 소풍을 떠난 소녀처럼 들뜬 표정들이다. 이 할머니들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노인전문요양원 성우회 소속 어르신들이다. 마당이 없는 시설 구조 탓에 답답한 일상을 보내다 서울 대치2동본당(주임 홍기범 신부) '나눔회'(회장 정기호) 회원들 덕분에 당일치기 가을여행을 떠난 것이다. 점심으로 입에 '짝짝 붙는' 맛있는 간장게장과 꽃게탕을 먹으니, 없던 입맛이 다시 돈다.

 자녀가 없거나 있더라도 연락마저 끊긴 탓에 정(情)이 그리운 할머니들은 종종 찾아와 선물도 안겨 주고, 말벗도 돼주는 50~60대 나눔회 회원들이 자녀 같고 사촌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 가을여행이 더 고맙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나눔회 회원들은 이처럼 거의 매달 어려운 장애인과 노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봉사를 하고 있다. 때로는 군 본당이나 공소를 찾아 장병 간식거리를 선물하기도 한다. IMF로 인한 실직으로 위암에 걸린 환자에게는 적지 않은 성금을 전하면서 그가 기초생활수급권 혜택을 받도록 주선해 주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미혼모 돌봄시설인 마인하우스에 성금을 전달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나눔회 회원들의 봉사는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한마디로 전국구다. 어려운 이웃이 서울 강남구보다는 다른 지역에 더 많아 회원들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서는 덕분이다. 나눔회 회원은 15명. 하지만 이들이 나눔활동으로 집행하는 한 해 예산은 1억 원이 넘는다. 나눔회가 대치2동본당 사회복지 예산의 대부분을 집행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회원들이 그때그때 자발적으로 추가 성금을 모은다.

 나눔회 원명숙(율리안나, 59) 부회장은 "나눔은 내가 가진 것을 이웃에게 주는 것이며, 신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사랑 실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눔회 사랑이 본당의 나눔으로

 올해로 설립 14년째를 맞은 나눔회는 일반 본당에는 없는 특별한 단체라고 할 수 있다. 나눔회와 유사한 단체가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다. 대치2동본당에는 빈첸시오회가 없다. 그 빈자리를 나눔회가 대신하고 있다. 빈첸시오회가 있었으나 본당 사정으로 해체된 뒤 다시 설립한 것이 나눔회다.

 나눔회 활동의 이면에는 나눔회를 설립한 권혁노(프란치스코) 전 사목회장의 적극적 활동과 지원이 있었다. 사업가 출신인 권 회장이 설립 초기부터 해마다 적지 않은 성금을 맡겨 나눔활동을 지원해 줬고, 주변 지인들을 나눔활동으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든든한 지원 덕분에 나눔회가 지역 사회 울타리를 넘어 어려운 이웃에게 그리스도 사랑을 전하는 일을 꾸준히 펼쳐올 수 있었고, 함께 하려는 이들이 생겨나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나눔회는 한 평신도 단체 회원들만의 나눔활동에 그치지 않고, 본당 공동체에 나눔의 중요성과 의미를 전하는 없어서는 안 될 단체가 됐다. 지난 9월 본당이 개최한 '사랑 실천 나눔 바자'에서 나눔회 회원들은 반ㆍ구역장들과 함께 사랑을 실천하는 바자의 의미를 전하고, 신자들에게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는가 하면, 자신이 가진 물건들을 기부하도록 이끌었다. 이러한 준비와 참여 덕분에 대치2동본당 공동체는 하루 바자에서 4000여 만 원의 순수익을 올렸고, 수익금 전액을 교구 장애인 시설 등 모두 17곳에 전할 수 있었다.

 나눔회 회원들은 '나눔이 성금을 보내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성금을 전할 때도 온라인 송금을 하지 않고, 전국 어디든 직접 찾아가 그곳 현황을 살피며, 사람 냄새와 온정까지 전하고 있다. 회원들은 또한 '나눔은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전적 지원 역시 중요하지만, 봉사자 없이는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여행이나 여름 캠프, 유람선을 태워주는 행사를 열어 성금을 지원하고 함께 나서는 것이다.

 회원 김재흠(바오로, 60)씨는 "각종 신심단체 활동을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느꼈는데, 그것은 이웃을 위한 사랑 실천이었다"며 "나눔회 활동 2년 만에 그리스도인에게 사랑 실천이 왜 필요한지 깨달았고, 신앙생활의 변화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홍기범 주임신부는 "우리 본당은 한 달 치 교무금을 더 걷어 전액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데, 나눔회가 사랑 실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치하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청년 행복 전도사 '라에뚜스 앙상블'


▲ 라에뚜스 앙상블이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라에뚜스 앙상블


 재능나눔을 업(業)으로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것도 한창 맛집 찾아다니며 데이트도 즐길 대학생들이다. 스무 살 대학 초년생부터 졸업을 앞둔 선배가 똘똘 뭉쳐 지역 곳곳의 어린이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전하는 '라에뚜스 앙상블'이다.

 '음악ㆍ행복ㆍ나눔'을 모토로 2012년 뭉친 이들은 가톨릭대 학생 6명으로 구성된 앙상블로, 박형주(안토니오, 27, 피아노)ㆍ이중현(22, 바이올린)ㆍ김지원(22, 첼로)ㆍ최명관(21, 기타)ㆍ승지나(21, 보컬)ㆍ유지인(20, 젬베)씨가 멤버다. 라에뚜스(라틴어로 '행복')로 하나 된 이들의 무대는 경기도 부천시 가톨릭대 인근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정 시설이다. 이들은 10여 곳을 매달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찾아가는 음악'으로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전한다.

 "선생님 멋져요!", "악기 한번 연주해보고 싶어요."

 1시간 가량 연주를 마친 후 어린이들의 호기심이 발동하면 '악기체험 시간'을 제공한다.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첼로도 튕겨보고, '퉁퉁' 젬베도 쳐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색다른 경험이다. 어린이 누구라도 마이크를 잡으면 즉석에서 최신가요 연주도 가능하다. 어린이들이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이들이 만사 제치고 재능나눔을 하는 이유다.

 앙상블을 만든 박형주 팀장은 "제가 음악을 하는 행복감을 희망을 안고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며 "아이를 좋아하고,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청년이면 신자ㆍ비신자, 비전공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원들 전공도 음대생 형주씨를 빼면 경영학ㆍ일어ㆍ영문학ㆍ중문학 등 제각각이다. 대신 리듬감과 봉사 정신은 투철한 게 공통점이다.

 막내인 유지인씨는 "원래 아이들을 위한 음악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앙상블 이야기를 듣고 '이거다' 싶어 입단하게 됐다"며 "즐거운 젬베 손동작을 따라 하는 아이들과 함께 음악하며 웃고 즐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부천시문화재단 측에서는 부천시에 있는 공연장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또 가톨릭대 측에서도 멘토링 사업 일환으로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등 이들의 아름다운 나눔을 위한 주변의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지난 10월에는 부천시 오정아트홀에서 그간 찾아다닌 시설 어린이와 관계자 250여 명을 초청해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최명관씨는 "음악 봉사를 하고자 시작한 저희는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오히려 우리 각자가 많은 보람과 교훈을 얻었다"며 "단순히 돕는다는 일차원적인 음악이 아닌, 그 안에서 함께 행복을 나누는 음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에 모여 저녁 늦게까지 연습하고 기획도 한다. 공연을 앞둔 때면 하루종일 어떻게 하면 기쁜 노래를 부를까 궁리한다. 대부분 음악 비전공자인 이들은 세미 클래식ㆍ영화 및 드라마 삽입곡ㆍ가요 등 모든 곡을 '라에뚜스 스타일'로 편곡하는 실력도 갖췄다. 비영리법인으로 인가받아 공익사업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박형주 팀장은 "지금은 부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발돋움해 더 많은 어린이들이 웃는 것을 보고 싶다"며 "나아가 문화예술 교육 전문가로 성장해 어린이에겐 물론 저희처럼 음악으로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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