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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15] 자녀에게 신앙 물려주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유산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15] 자녀에게 신앙 물려주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유산

4.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2>서울 명동본당 주일학교 가족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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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5 발행 [1232호]
4.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2>서울 명동본당 주일학교 가족 미사

▲ 가족 미사 시작에 앞서 주일학교 교사들이 '주일학교 가족 미사'를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이힘 기자

 사제는 감동적인 미사를 집전하기를 꿈꾼다. 신자들 역시 미사를 통해 '감동하고' 싶어한다. 미사에서 받은 은총으로 한 주간 살아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신앙 길잡이 역할을 하는 가정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가족미사 현장을 1일 찾았다.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본당(주임 고찬근 신부)은 매월 첫째 주일 오전 11시 미사를 '주일학교 가족미사'로 봉헌한다. 초등부와 중ㆍ고등부, 솔봉이(장애아부) 등 3개 주일학교 청소년들이 가족과 손을 잡고 봉헌하는 미사는 어떤 모습일까.

가족 미사에는 시작 전부터 평소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 펼쳐진다. 대성당 양쪽 출입문 앞에 주일학교 교사들이 '주일학교 가족 미사'라는 손팻말을 들고 청소년들과 함께 줄을 서 있는 것이다. 명동성당에는 주일마다 앞서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입장해야 하는데, 가족 미사 손팻말은 이날 미사가 특별히 가족미사임을 알려준다.

 솔봉이 주일학교 학생 한 명이 사제관에서 나오던 조창현(명동본당 청소년 담당) 신부를 보자 대뜸 사진을 찍고 싶다며 스마트폰을 꺼낸다. 조 신부는 옆에 있던 이들과 함께 자연스레 '모델'이 돼 준다. 미사 전부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 어린이들이 주일학교 교사, 부모와 함께 가족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 모습에서 신앙을 배운다.

 가족 미사는 명동본당의 여느 미사와 다를 바 없다. 맨 앞좌석부터 뒤로 몇 줄까지는 청소년과 가족들만 앉을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평소 같으면 초등부 학생들과 미사를 봉헌하던 솔봉이 주일학교 친구들도 이날만큼은 중고등부 학생들과도 어울릴 수 있다.

 미사가 시작되자 곧 어디선가 고함이 난다. 장애가 있는 솔봉이 청소년들이 성가를 따라 하거나 기도하는 소리인데,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고함으로 들린다. 엄숙하고 조용한 명동성당 미사 때 청소년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처음인 타 본당 신자들은 '무슨 소리지?' 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고함이 크다 싶으면 학부모나 주일학교 교사들이 귓속말로 조용히 미사에 참례하도록 달래는 모습도 보인다. 큰언니가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고사리손으로 기도하는 귀여운 모습도 보인다.

 유모차를 타고 온 돌쟁이 아기부터 팔순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손을 잡고 행복한 표정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초등부 어린이 중에는 '주님 영광 받으소서!' 하며 작은 십자성호를 제대로 긋지 못해 엄마에게 몇 번씩 교정(?)을 받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하기에 '평화의 인사' 때 포옹은 기본이다.

 중학생 딸과 함께 미사에 참례한 유선희(율리안나, 47, 명동본당)씨는 "명동성당은 성당이 매우 큰데다 청소년 미사와 성인 미사 장소가 달라 주일이면 이산가족(?)이 돼야 하는데, 가족 미사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 그러면서 신앙을 공유할 수 있어 가족 미사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솔봉이 주일학교 학부모회 김경숙(마리아, 56) 회장은 "다른 본당 신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솔봉이 아이들이 자연스레 또래 청소년, 어른들과 어울릴 수 있어 매우 소중한 시간"이라며 "장애를 가진 청소년에 대한 인식과 사목적 배려가 좀 더 나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본당이 가족 미사를 도입한 것은 2010년. 지난해까지는 분기에 한 차례였으나 올해 3월부터 매달 첫 주일 오전 11시 대성전 미사로 정례화했다. 가족 미사가 본당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조창현 신부와 청소년교육분과 위원들, 학부모 모두 '가정은 가장 소중한 신앙 배움터'라는 사실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청소년사목을 활성화하고 참된 신앙인을 길러내는 매우 중요한 일을 일주일에 한두 시간 만나는 주일학교 교사와 사목자만의 몫으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가족 미사가 정례화하면서 자연스레 3개 주일학교 학부모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게 됐다. 미사 뒤 자녀가 교리수업을 받는 동안 부모 모임을 하게 된 것이다. 솔봉이 학부모들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고충 등을 털어놓기도 했다. 3월에는 가족미사 확대 등과 관련한 학부모 간담회가 열렸고, 5월에는 합동 체육대회도 했다.

 학부모 교육의 장도 열렸다. 4월과 6월에는 본지에 '영화 속 복음 여행'을 연재했던 서석희(전주교구, 서강대 영상대학원 수학) 신부를 초청, 영화 안에서 찾는 주님 말씀으로 피정을 실시해 30~40대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7~8월에는 여름 캠프도 다녀왔다. 10월에는 학부모 총회를 열어 보다 알찬 2014년 가족 미사를 꾸릴 계획이며, 12월에는 김상용(예수회) 신부를 초청해 다시 한 번 영화 특강을 마련할 예정이다.

 양승규(에우세비오 가브리엘) 명동본당 청소년교육분과장은 "자녀를 주일학교에 보내면서 학부모들이 냉담을 푸는 사례가 매우 많다"며 "가족 미사가 청소년사목 활성화뿐만 아니라 냉담 비율이 높은 30~40대 신자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찬근 주임신부는 "아이들의 신앙심과 성소는 엄마 역할이 매우 크다. 부모의 신앙교육은 교육적 차원을 넘어 신앙의 유산이며, 신앙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라며 가족미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명동본당 청소년 담당 조창현 신부 인터뷰

 "확실히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명동본당 청소년 담당 조창현 신부는 가족 미사 반응에 대해 "청소년들보다 부모님들이 더 가족 미사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청소년들 신앙심이 자라려면 부모님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족 미사를 통해 신앙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더 많은 신자가 깨닫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가족 미사를 준비할 때마다 신자들 가정을 생각하며 '가정을 위한 기도'를 꼭 바친다는 조 신부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가족 미사를 통해 더욱 많은 가족이 주님 사랑 안에서 은혜로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명동본당의 주일학교 청소년은 초등부ㆍ중고등부ㆍ솔봉이(장애부)를 다 합쳐도 130명 가량. 일반 지역 본당과는 달리 청소년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이자 성지여서 평일에도 순례객 등 성인 신자가 많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청소년들은 그동안 주일미사를 소성당에서 봉헌해왔다. 가족 미사 덕분에 대성전에서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 말과 행동을 보면서 신앙을 배운다고 강조한 조 신부는 "미사 뒤 학부모 교육은 부모가 자녀의 신앙 동반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인식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부모님들 신앙이 바로 서야 청소년들 신앙이 바로 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가족 미사가 되도록 학부모님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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