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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협 시복시성 기원 도보순례 이모저모

서울 평협 시복시성 기원 도보순례 이모저모

'하느님의 종' 시복시성의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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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5 발행 [1134호]
'하느님의 종' 시복시성의 그날까지…

▲ 서울 평협이 18일 개최한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기원 도보성지순례에서 염수정 주교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당고개 순교성지 담당 권철호 신부 안내로 성지를 순례하고 있다.

   한국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을 간구하면서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맸다. 순교자들이 피를 흘린 그 길을 따라서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온갖 고문 속에서도 하느님을 부르짖던 순교자들 외침 대신 그 분들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는 나지막한 묵주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인 18일 한국 교회 대표적 순교성지(새남터-당고개-서소문성지) 6㎞ 구간에서 펼쳐진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기원 도보순례. 시복시성 청원 대상 125위 중 가장 많은 27위의 순교자가 피와 땀을 흘린 그 길이기에 순례자들 마음은 더욱 숙연해지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시복시성 기원 도보순례의 첫 출발점은 새남터성지. 성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11명의 목자가 순교의 피를 흘린 곳이다. 새남터를 처음 순교의 성혈로 물들인 순교자는 하느님의 종 125위 중 한 분으로 신유박해 때 치명한 중국인 주문모(야고버, 1752~1801) 신부다. 한국 교회에 파견된 최초의 선교사요 성직자다.
▲ 서울 평협이 18일 개최한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기원 도보성지순례에서 염수정 주교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당고개 순교성지 담당 권철호 신부 안내로 성지를 순례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양떼와 운명을 같이 하고 조선 신자들 불행을 막아야 한다'며 자수한 주 신부의 거룩한 순교를 묵상하며 도보순례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십자가 고통보다는 부활의 기쁨을 묵상하듯, 순교의 칼날 아래 목을 드리우는 아픔 보다 순교자들이 얻었을 천상의 영광을 되새기는 순례자들 발걸음은 갈수록 오히려 가벼워진다.
 묵주기도 세 꿰미(15단)를 마칠 무렵, 순례자들은 당고개 순교성지에 도착해 숨을 돌린다. 순례자들은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고 따뜻하게 새 단장한 이곳에서 최양업(토마스, 1821~1861) 신부 어머니 이성례(마리아, 1800~1840)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다시금 숙연해진다.
 그도 우리와 같은 인간적 약점을 멍에처럼 지니고 있어 옥중에서 아사(餓死)한 어린 막내아들의 죽음 앞에서 한 차례 배교의 아픔을 겪는다. 극도의 슬픔과 지극한 모성애로 다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신앙을 부인했으나 스스로 배교를 번복함으로써 모성과 신앙이 하나된 순교의 피를 흘렸다. 이성례 순교자가 순교할 당시 어린 네 형제가 구걸해 모은 돈과 쌀을 희광이에게 주며 '우리 어머니를 아프지 않게 한 칼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도 순례자들 심금을 울렸다.
 순례자들은 이성례 순교자가 당고개에서 순교한 10명 중 유일하게 성인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는 설명을 듣고, "뒤늦게나마 하느님의 종 125위에 포함돼 다행"이라며 "아들 최양업 신부와 함께 하루 빨리 시복시성되길 기도하자"고 입을 모았다.
▲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기원 도보순례 순례자들이 당고개 순교성지에서 시복시성 기도문을 바치고 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걷히고 따가운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섭씨 30도까지 상승한 뙤약볕도 순례자들 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한결같이 "125위가 시복시성 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기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계본동본당 김세정(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23)ㆍ신예린(마리안나)씨는 "이번 순례를 통해 시복시성 의미와 훌륭한 신앙 선조들 중에 아직 성인반열에 오르지 못한 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본당 주보인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한 125위 시복시성에 조금이라도 기도를 보태겠다"고 말했다.
▲ 도보성지순례를 마친 순례자들이 서소문 순교성지에서 봉헌된 현양 미사에서 시복시성 기도문을 바치고 있다.

 이날 시복시성 기원 도보순례의 종착지는 103위 순교성인 중 44위를 포함한 수많은 순교자를 탄생시킨 한국 최대의 순교지 서소문 순교성지. 하느님의 종 125위 가운데 가장 많은 25위가 순교한 신앙의 증거지다.
 두 시간 가량 도보 순례를 마친 순례자들은 중림동본당 신자들 환영을 받으며 서소문 성지에 도착해 중림동본당 설정 12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것으로 순례를 마무리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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