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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교 현장을 가다-수단] (5) 이젠 세계 어디라도 사랑할 준비돼 있어

[세계 선교 현장을 가다-수단] (5) 이젠 세계 어디라도 사랑할 준비돼 있어

해외선교는 자선이 아니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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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9 발행 [1082호]
해외선교는 자선이 아니라 연대


▲ 아프리카 수단에서 선교사로 사는 것은 하루하루가 도전이다. 이승준(오른쪽) 한만삼 신부가 주일 오후 성시간을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오며 환하게 웃고 있다. 힘든 삶 속에서 두 신부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의지처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선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도전입니다."

 아프리카 수단 선교사 이승준ㆍ한만삼(수원교구) 신부가 입을 모았다.

 하느님께서 늘 어려운 숙제를 주시는데, 쉽게 풀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주님이 늘 채워주고 계심을 느낀다는 게 선교사들 생각이다.

 가난과 무지(無知), 질병이 화젯거리 축에 끼지도 못할 만큼 익숙한 수단에서 두 선교사는 사목자이자 교육자, 기술자다.

 "선교사로 사는 것은 사제로서, 이웃으로서, 스승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형제로 살아가는 배움의 여정입니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버리고 낮추지 않으면 주민들을 진정으로 마음 다해 사랑할 수 없습니다."

▲ 한만삼 신부가 진료실을 찾아온 한 학생에게 약을 발라주고 있다. 물이 깨끗하지 않아 피부병이 많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선교사에게 환경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항상 존재한다. 희망을 꺾는 일들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사실 아프리카 고유의 전통과 문화 속에서 살아온 이곳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이질적일 뿐 아니라 모험일 때가 많다. 가난하고 폐쇄적이며 고유의 세계관 속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새로운 세계관으로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교사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전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하지만 그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큰 변화도 아니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모르던 주민들이 인사를 하기 시작하는 것 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그 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다거나 웃으며 다가오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보람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지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우리를 사랑하셨는지 헤아리게 되지요."

 두 선교사는 "선교사 최고의 덕목은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수단 주민들이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의존증후군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10대 때 전쟁터에 다녀왔고, 전쟁으로 가족을 잃었으며, 지금도 군대에 가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2005년까지 구호 비행기에서 떨어뜨려 주는 난민구호 식량에 의존해 살았다. 아직도 주민들은 선교사들에게 "주교님한테 말해서 비행기 좀 보내달라고 하라"고 부탁하곤 한다.

▲ 이승준 신부가 마을 아이들과 성당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있다. 아이들은 일을 해서 스스로 번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내며 자립을 배운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선교사들은 막무가내로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주민들에게 일을 해서 돈을 벌도록 일거리를 마련해주고 자립을 도왔다. 태어나서 한 번도 '봉사'를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는 꼬박 2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주민들은 이제 스스로 공소를 짓고, 매주일 공소예절도 거행한다.

 "이곳 친구들과 우리가 가진 지식을 나누면서 함께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들은 저희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선교하러 왔지만, 선교보다 먼저 이들을 가슴 깊이 사랑하며 살기 위해 왔다는 두 선교사는 "수단에는 우리 두 명만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우리 뒤에는 한국교회와 한국 신자들이 있다"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후원해주는 신자들이 있다는 것은 가장 큰 힘이자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사실 아프리카 선교는 '비싼 선교'다. 물구덩이 천지인 비포장 길을 고치기 위해 중장비를 구입하고, 우기에 안전한 사륜오토바이와 자동차 등을 구입하는 데만도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동정심에 호소하는 자선은 선교사들이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주민들의 가난을 구제할 물질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이들 교회를 자립시키기 위한 '연대'를 필요로 합니다. 연대는 단순히 물질로만 가능하지 않은, 돈 이상의 것이지요. 우리는 시혜자 입장에서 베풂으로써 만족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과거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와 연대하러 온 것처럼 연대하려고 노력합니다. 한국교회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서양 선교사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교리교사와 예비신학생들은 특별히 전례에 더 열심히 참여한다. 성시간 후 기도하러 온 신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신부들. 앞줄 오른쪽은 방문타 수단에 들른 김희강 신부.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선교사들은 "가난한 주민들을 동시대의 가족, 형제, 이웃으로 여기고 연대해 나갈 때 한국교회는 더욱 더 큰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교회 해외선교사 수가 턱없이 적다"며 "우리가 해외선교에 얼마나 인색한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선교사업에 쓰이는 교황주일 헌금을 얼마나 거둬 보내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선교지로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직접 뽑아 필요한 곳에 파견하셨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우리나라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 세계의 가난과 굶주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프리카는 우리 시대의 '라자로'입니다. 거지 라자로가 늘 내 식탁 아래 엎드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선교사들은 "수단 교우들이 한국교회의 기도와 후원 속에서 힘을 얻어 하느님 나라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기쁨"이라며 "이곳 주민들 속에 현존하는 우리 2명 선교사가 한국 신자들에게도 큰 보람이자 위로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교사들은 또 "수단에서 잘 살고 있으니까 이제는 세계 어디에 가더라도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수단 선교 후원계좌
신협 03227-12-004926(예금주 :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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