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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교 현장을 가다-수단] (4) 물 설고 낯 설어도 함께 사는 기쁨 가득하여라!

[세계 선교 현장을 가다-수단] (4) 물 설고 낯 설어도 함께 사는 기쁨 가득하여라!

수단에서 선교사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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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2 발행 [1081호]
수단에서 선교사로 산다는 것


▲ 풍로에 염소고기 요리를 데우다 또 웃음이 터졌다. 염소는 번식력이 좋고 잔병치레가 적어 가축으로 흔히 키운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오후의 찌는 듯한 더위를 예고하듯 화창한 아침, 아강그리알 미션 직원 한 명이 난처한 표정으로 찾아온다.

 "신부님, 간밤에 수탉이 병아리 5마리를 죽였어요."

 "뭐? 닭 잡아랏!"

 순간 네댓 명이 몽둥이와 돌멩이를 들고 닭을 향해 뛴다. 사제관 마당을 탈출한 닭이 소성당 마당으로 푸드덕대며 달아났지만 얼마 안 돼 두 다리를 잡힌 채 돌아온다. 음식이 귀한 수단에서 병아리를 죽이고 다른 닭들마저 괴롭히던 그 수탉은 바로 응징(?)을 받았다. 이날 점심엔 닭볶음탕이 나왔다.

 지금은 한국에서 식량 컨테이너를 받아 이것저것 한국 음식을 해먹지만, 컨테이너가 도착하기 전 처음 몇 달 동안 신부들은 먹을 게 없어서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신부들은 이웃 콤보니수도회에서 파스타 등을 얻어먹고, 현지식으로 식사를 때우며 힘겹게 정착기를 보냈다.

 그런데 한국 음식이라고 질이 썩 좋은 것은 것도 아니다. 컨테이너로 실어온 식량들은 모두 인스턴트 가공식품인데다 거의 다 유통기한이 2년씩 지났거나 며칠 안 남은 것들이다.

▲ "아이고, 내 새끼~." 울상을 짓고 있는 아이를 꼬옥 안아주는 이승준 신부.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괜찮아요, 안 죽어요. 하하하."

 늘 호탕한 웃음을 달고 사는 이승준 신부가 또 한 번 식당이 떠나가라 웃는다. 그리고 곰팡이 가득한 잼을 쓱쓱 섞어 빵에 바른다.

 가난한 수단 사람들은 하루 평균 한끼 식사를 하기가 다반사다. 배가 고프면 잠이 오지 않기 때문에 그 한끼는 주로 저녁에 먹는데 이런 식습관 때문에 위장병이 많다. 소는 재산이기에 웬만해선 먹지 않고, 돼지는 수단에 없다. 염소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잡아 부위별로 요리한다. 우기에 나무에 열리는 시큼한 과일 '독'을 따먹는 게 비타민 C를 섭취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최근 신부들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얼마 전 사제관에서 기르는 개 '죠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는데, 그 중 네 마리가 암컷이다. 암컷은 새끼를 자꾸 낳기 때문에 아무도 데려가려 하지 않는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 마당에 개를 먹일 건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신부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수단에 보신탕 문화를 전파해야겠다"며 한숨을 쉰다. 수단에서는 사람도, 소도, 개도 모두 비쩍 말랐다.

▲ 광주과학기술원이 기증한 정수기로 우물물을 정수하고 있는 한 신부와 아이들. 자전거 페달을 밟아 물을 정수한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간식이다!"

 그날 저녁 컴퓨터를 하던 한만삼 신부가 창밖을 내다보더니 뛰쳐나간다. 이미 신학생 두 명이 통을 갖다놓고 뭔가를 빗자루로 쓸어 담고 있다.

 '윽~'

 우기인 이맘때 비가 쏟아지고 나서 잠시 날씨가 개면 땅속에 있는 수개미들이 밤에 나와 빛이 있는 곳으로 모여든다. 전등 밑에 바글바글한 이 잠자리만 한 수개미들을 물이 담긴 대야에 빗자루로 쓸어 담는다. 태양광발전으로 아강그리알에서 이곳에만 유일하게 밤에도 빛이 있다. 물에 담지 않아도 수개미들은 30분만 날면 날개가 다 떨어지는데, 키로 날개를 털어내고 몸통을 볶아 우리가 번데기 먹듯 먹는다.

 다음날 이 신부가 '고단백 영양식'이라며 식탁 위에 새카만 개미볶음을 냉면 그릇으로 하나 가득 내놓는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들에게 요긴한 단백질 섭취원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한 선교사이기에 이들은 '목숨 걸고' 채소 농사를 지었다. 수단 사람들은 옥수수와 땅콩만 경작할 뿐 채소 농사를 짓지 않는다. 이들에게 농사짓는 것을 가르치는 것도 선교사들의 중요한 임무다. 사제들은 100년을 내다보고 유목사회를 농경사회로 전환시킬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 밭을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를 거예요."

 한만삼 신부가 뒷마당을 보여주며 혀를 내두른다.

 두 사제는 나무를 자르고, 우기를 기다려 뿌리를 뽑은 다음, 소똥을 퍼다가 뿌리고 흙을 갈아 밭을 만들었다. 굵은 빗줄기에 채소가 다 문드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에서 비닐하우스 자재도 실어와 직접 쳤다. 한국에서는 하루 이틀이면 될 일도 수단에서는 수개월이 걸린다. 사제들은 콤보니수도회에서 경작이 잘 된다며 준 케일씨를 비닐하우스 두 동에 뿌려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그런데 그 후 6개월간 채소라곤 케일 쌈, 케일 샐러드, 케일 무침만 먹어야 했다.

 행여 씨앗이 두 개 들어갈까 조심조심 토마토 모종을 하던 한 신부가 허리를 펴며 심각하게 한 마디 한다.

 "이것저것 농사를 짓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요. 수단 와서 농사지으실 봉사자 한 분만 좀 보내주세요."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우리 사랑과 열정을 수단에!

내년 4월 수단으로 떠날 표창연ㆍ정지용 신부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수원교구 표창연(사진 오른쪽)ㆍ정지용 신부가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 2006년 사제품을 받은 두 젊은 신부는 내년 4월 수단 선교사업에 합류할 계획이다.

 지난해 선교연수 발령을 받고 처음 주임으로 사목하던 본당을 1년 만에 떠나온 두 신부는 "본당 신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입을 모았다. 두 신부는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 오지에 들어가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선교사의 삶을 동경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해외선교를 자원한 뒤 수단에서 두 달간 현장체험을 했다.

 "신앙과 믿음을 떠나서 '사랑'을 가르쳐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그들 마음속에 사랑을 심어주고 싶습니다."(정 신부)

 "함께 미사를 봉헌할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재미있게 살아보고 싶습니다."(표 신부)

 짧은 현장체험이었지만 수단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온갖 벌레에게 150군데씩 물리기도 하고, 한낮에 뜨듯한 녹물로 샤워를 해야 하는데다, 새벽 4시 군인들이 기념일을 축하하며 쏘아대는 총 소리에 뜬눈으로 가슴 졸이며 아침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긍정적 심성과 순수하고 신앙심 깊은 신자들과 어느새 정이 들어버렸다.

 두 신부는 "앞서 신부님들이 마련해 놓으신 것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며 신자들 기도를 요청했다.

김민경 기자
 
수단 선교 후원계좌
신협 03227-12-004926(예금주 :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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