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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교 현장을 가다-수단] (2) '함께 살아가는 것'에서 주님의 기쁨 '새록새록'

[세계 선교 현장을 가다-수단] (2) '함께 살아가는 것'에서 주님의 기쁨 '새록새록'

한만삼 신부의 쉐벳 공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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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1 발행 [1079호]
한만삼 신부의 쉐벳 공소 이야기


 
▲ "수단에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선교사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한만삼 신부가 공소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탱탱탱"

 나무에 종 대신 걸어놓은 자동차 바퀴를 쇠파이프로 33번 친다. 미사 30분 전을 알리는 소리다.

 평소에는 옷을 거의 입지 않는 어린아이들도 주일만큼은 가장 좋은 옷을 숯다리미로 빳빳하게 다려서 차려입고 성당에 온다. 미사가 시작되자 크고 작은 북 2개와 깡통악기(?)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이 시작된다. 미국에서 원조한 기름 깡통을 납작하게 눌러 깨진 유리조각을 넣어 만든 악기다. 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순수하게 하느님을 찬미하는 이들의 목소리보다 아름다운 악기는 없다.

▲ 미사시간은 축제의 시간이다. 제단 앞에서 '알렐루야 댄서'가 주님의 기도를 율동과 함께 부르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수단에서 뭐하십니까?"

 "살고 있습니다."

 "아니 뭐하시냐고요?"

 "사제로서 살고 있습니다."

 수단 선교사 한만삼 신부(수원교구)는 한국에서 신자들이 질문을 해오면 늘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

 "선교사는 사회사업가도, 비정부기구(NGO) 직원도 아닙니다.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음을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지요. 사목자로서 아프리카에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선교사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 사제관이 없는 쉐벳공소에서 한 신부는 제의실을 사제관 삼아 살고 있다. 복사단과 함께 웃고 있는 한 신부. 한쪽에 접이식 침대와 풍로가 보인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한 신부는 아강그리알본당에서 가장 큰 공소인 쉐벳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한다. 거리는 20㎞밖에 안 되지만 물웅덩이 길을 빠져나가는 데만 꼬박 1시간이 걸린다. 공소가 큰 길가에 있고, 어떤 때는 본당보다 신자가 많아 본당 승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만만치가 않다.

 그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건물이라곤 공소 건물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지금은 화장실과 간이샤워장, 비닐하우스 창고 등을 지었지만 화장실에서는 박쥐가 튀어나오고, 우물이 없어 멀리까지 물을 길러 가야 한다. 아직 사제관도 없어 제의실에 간이 접이식 침대를 펴놓고 잠을 잔다. 밥은 풍로를 이용해 간단히 해 먹고 온종일 일을 한다. 씻을 때는 가림막만 친 샤워장에서 길어온 물로 별을 보며 씻는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보내온 트랙터와 케냐에서 수입한 철조망으로 몇 달 동안 공을 들인 끝에 공소 주변에 울타리를 쳤다. 수단에서는 생산되는 물건이 없어 100% 수입에 의존하는데, 우간다와 케냐가 주 수입국이다. 케냐에서는 육로로, 한국에서는 배로 수 개월이 소요되는데, 트랙터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다시 찾아오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힘들게 물건너 온 트랙터는 얼마 전 기어박스가 고장 나 공소 마당에 서있다. 사제관도 지어야 하고, 우물도 파야 하고, 성당 뒷마당에 옥수수도 심어야 하고 할 일이 산더미 같다.

 "수단교회는 아주 어린 교회입니다. 20살 이하 신자가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이고요. 우리는 현재가 아니라 다음다음 세대, 100년 후를 바라보며 사목하고 있습니다."

▲ 핸드펌프로 물을 긷는 동네 주민들. 깨끗하지 않은 물 때문에 주민들은 자주 배탈이 난다. 뒤로는 진흙으로 벽을 만들고 짚으로 지붕을 올린 집들이 보인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일부다처제인 수단에서 가톨릭을 믿으려면 비싸게 소를 주고 데려온 아내들을 집에서 내보내야 한다. 일부다처제는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곳 남성 신자들 중 아내를 내보내면서까지 가톨릭 신앙을 믿으려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래서 어른들은 개신교 교회에 나가고, 성당에는 아이들만 북적인다.
 그럼에도 대신학생 2명, 소신학생 12명, 예비신학생 8명이 사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아강그리알을 한 신부는 "수단 성소의 요람"이라고 자랑한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한국인 사제를 양성한 것처럼, 우리가 수단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은 수단인 사제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수단교회를 상징하듯 비좁은 성당 제대 위에는 주일이건, 대축일이건 초가 달랑 하나만 켜져 있다. 그렇지만 쓸쓸하지는 않다. 제대 주위를 둘러싸고 미사 내내 춤으로 주님을 찬양하는 '알렐루야 댄서' 여학생들과 복사단, 성가대가 미사를 축제의 시간으로 바꾼다.

 축제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는데 조그만 여자어린이가 노래를 부른다. 가만히 들어보니 가사에 "Father John"(한 신부), "Father Alex"(이승준 신부)가 들어 있다. 그 어린이가 직접 지어 흥얼거리는 노래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신부님을 보내주셨어요. 요한 신부님과 알렉스 신부님이 오셔서 우리에게 하느님께 가는 길을 가르쳐주셨어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아강그리알(수단)=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 유목민족인 수단에서 소는 부의 상징이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소와 여성]

 수단에서 여성은 소다.

 여성이 13살만 되면 신랑 집에서 소를 50~100마리 주고 신부를 데려온다. 말이 데려오는 것이지 사실 사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부가 어리고 예뻐 경쟁이 붙을수록 소 마리수가 올라간다. 반면 남자는 소를 장만해야 장가를 갈 수 있기 때문에 보통 40대에 결혼을 한다. 그렇게 팔려간 딸들은 평생 소처럼 일하며 산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은 결혼을 기피한다는 이유로 딸을 학교에 잘 보내지 않아 학생 성비는 5(남):1(여) 수준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이 여성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딸을 학교에 보내는 가정에 기름과 식량을 제공해왔으나, 이마저도 끊긴 상태이다.

 유목 사회인 수단에서는 결혼을 하기 위해 남의 소를 훔치는 일이 다반사다. 이 때문에 항상 분쟁이 일어나며, 분쟁 해결도 항상 소로 한다.


수단 선교 후원계좌
신협 03227-12-004926(예금주 :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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