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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교 현장을 가다-수단] (1) 천장 뚫린 대나무집 공소에서 찬미의 노래가!

[세계 선교 현장을 가다-수단] (1) 천장 뚫린 대나무집 공소에서 찬미의 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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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발행 [1078호]

 영화 '미션'이 생각났다. 목숨을 걸고 절벽을 타고 올라가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지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낯선 문화와 전통 안으로 들어가 원주민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사제들이 있다. 2008년 아프리카 수단 남부 룸벡교구 아강그리알에 파견된 수원교구 소속 이승준ㆍ한만삼 신부의 선교활동을 6월 21일~7월 7일 취재했다. 두 신부의 삶과 선교활동을 총 5회에 걸쳐 소개한다.  아강그리알(수단)=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 아이들 환송을 받으며 공소를 떠나는 이 신부. 수단에서 자전거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괜히 따라왔나 싶다.

 자전거를 타고 공소 방문을 가는 이승준 신부를 따라나선 지 10분 만에 후회가 밀려온다. 전날 내린 비로 땅은 진흙탕인데다 커다란 물웅덩이가 백 개쯤 파여 있다.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던 이 신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진흙길에서 페달을 밟으니 100m도 못가 허벅지가 뻐근하다. 빌링공소 교리교사 사무엘 딩 레인만이 기자가 잘 쫓아오는지 가끔 뒤돌아보며 앞서 간다.

 미끄덩거리는 물웅덩이 길을 아슬아슬하게 30분쯤 달렸더니 차가 다닐 수 없는 오솔길이 나온다. 그러나 안심을 하기도 잠시, 올록볼록 튀어나온 나무뿌리와 개미집들이 엉덩이를 괴롭힌다.

▲ 이승준 신부가 빌링공소 아이들에게 성수를 뿌리며 축복해주고 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와다, 와다, 와다~!(우리 신부님)"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빌링공소. 나무 밑에서 부서지기 일보 직전인 칠판 하나를 걸어놓고 유니세프에서 나눠준 공책에 필기하던 몇몇 아이들이 이 신부의 자전거를 알아보고 소리치며 달려온다.

 "이번에 새로 지은 공소입니다."

 공소 신자들이 대나무와 짚으로 지은 공소로 안내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대나무 벽은 세우다 말았고 지붕을 올리긴 했지만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우기에 짚을 구하기 어려워 지붕을 올리다 만 신자들은 이 신부에게서 짚 5단을 받기로 한 뒤에야 공사를 마무리 짓기로 약속한다. 신자들은 그동안 큰 나무 아래서 공소예절을 해왔다.

▲ 사진기에 관심을 빼앗긴 아이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그런데 공소에 사람이 없다. 비 때문에 망가진 길을 고치려고 아이들까지 모두 동원됐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30분을 기다려도 아이들이 오지 않자 남아있는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기도문 외운 것을 확인하고, 성가연습을 한 뒤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을 때다.

 척척 발맞춰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마당으로 줄지어 뛰어들어온다. 길 보수작업을 마치고 오는 아이들 행렬이 마치 군인들 같다. 전쟁이 끝났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제식훈련을 받는다.

 이 신부는 "전쟁은 이들을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남수단은 북수단과 22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긴 내전을 치르고 2005년 평화협정을 맺었다. 영국 식민통치 시절, 부족을 고려하지 않고 멋대로 나눈 국경선과 원유 등 남수단의 자원 때문에 빚어진 전쟁은 북수단의 아랍 아프리칸과 남수단의 토종 아프리칸 사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북수단 전투기들은 사람, 동물, 건물 등 보이는 건 모두 다 폭파시켜 버렸다. 이 때문에 남수단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됐다. 이 전쟁으로 200여만 명이 죽었다.

▲ 수단 지도.


 폭격 대상이었던 길가 마을 사람들은 숲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 피란민들이 모여 생긴 마을이 아강그리알이다. 이곳에 수원교구 사제가 파견된 것은 2008년이다.

 이 신부는 "수원교구에서 아프리카에 파견한 '1호 선교사'인데다 주위 사람들 기대 때문에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처음 이곳에 '피데이 도눔(Fidei Donum)'으로 파견된 선교사는 김태호ㆍ이승준ㆍ한만삼 신부 등 세 명. 하지만 김 신부가 건강악화로 중도 귀국하고 지금은 이 신부와 한 신부 두 명만 남아 3년째 내전의 상처로 얼룩진 남수단에서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있다. 피데이 도눔은 '신앙의 선물'이란 뜻으로 교구 사제가 타 교구 사제로 파견돼 사목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콤보니수도회가 기초를 놓은 성당과 학교, 룸벡교구 소속 비정부기구(NGO)인 'AAA'가 운영하는 진료소가 갖춰져 있는 아강그리알 미션에서 선교사들은 아강그리알성당과 가장 큰 공소인 쉐벳공소를 거점으로 사목하고 있다. 본당 관할 공소는 무려 50여 개. 매주 한 차례씩 공소를 방문하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 60㎞ 떨어진 파골이라는 공소는 오토바이로 7시간이나 걸려 한번 방문하려면 1박 2일을 잡아야 한다.

▲ 우유를 내다팔려고 소 젖을 짜는 목동.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공소에서 돌아오는 길, 교리교사 사무엘이 현지인들 주식인 옥수수죽 '츄인'을 갓 짜온 우유에 말아 점심으로 내놓는다.

 '우둑우둑'. 모래 씹히는 소리가 가난한 진흙집에 울린다. 옥수수 반 모래 반이다. 끈적한 츄인을 우유에 헹궈보지만 소용이 없다. 먹을 게 없어 하루 한 끼를 먹는 현지인들 앞에서 음식을 남기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해(?) 식사를 마치고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욱신거리는 엉덩이 때문에 걸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두 시간 걸린다는 말에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도 힘을 줘 어깨가 빠질 것 같다. 35℃ 찌는듯한 더위에 하늘이 노래질 때쯤 아강그리알 미션이 시야에 들어온다.


수단 선교 후원계좌
신협 03227-12-004926(예금주 : 천주교 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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