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영원한 지금-죽음을 준비합시다] (9) 아름다운 죽음의 동반자 호스피스

[영원한 지금-죽음을 준비합시다] (9) 아름다운 죽음의 동반자 호스피스

가는 이 보내는 이, 미소 머금도록…영원한 이별 앞에 화해, 사랑 나누도록

Home > 기획특집 > 영원한 지금 죽음을 준비합시다
2010.01.17 발행 [1052호]
가는 이 보내는 이, 미소 머금도록…영원한 이별 앞에 화해, 사랑 나누도록


▲ 호스피스센터 팀원들이 환자 상태를 살펴보며 격려하고 있다.


    앙상하게 마른 몸을 바짝 구부린 채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 곁에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던 호스피스팀장 수녀가 환자의 손을 잡아 옆에 있던 아내의 손 위에 포갠다. 순간 남편의 간병에 지쳐있던 아내의 한 쪽 눈엔 참았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가슴 속에 남겨두고 떠나시지 않도록 살면서 부인께 고마웠던 일, 서운했던 일들을 다 말씀해 드리세요. 오해가 있으면 풀어서 마음 속 응어리를 낫게 해야지요. 부인께서도 남편의 진심을 받아주시고요."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 상처를 안고 있는 아내, 화해를 주선한 수녀 세 사람이 맞잡은 손 위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따스하게 비친다. 아직 임종을 맞이하기엔 이른 나이인 남편은 간암으로 고생하다 뇌졸중까지 겹쳐 호스피스 병동에 누워 사랑하는 아내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호스피스팀장 수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생활은 환자와 가족이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도록 정리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영원한 이별 앞에 가족이 화해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호스피스의 역할이자 보람"이라고 말한다.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말기 환자들에게 분노와 절망으로 남은 삶을 채워가는 것은 부질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말기암 환자 등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치료'와 정서적 돌봄을 통해 편안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도록 보살피는 것이 '호스피스'(Hospice)다. 남은 생이 6개월 미만인, 항암치료도 더 이상 효과 없는 말기암 환자와 회복 가능성 없는 말기 만성질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서비스가 필요하다. 대부분 임종을 앞두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죽음을 준비하고자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다.
 완화의료 전문의와 간호사,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 성직자 등이 한 팀을 이뤄 호스피스 환자를 돌본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고통이 그만큼 복합적이기에 환자의 육체적 통증부터 사회심리적ㆍ영적인 부분을 모두 관리하기 위해서다.
 우선 환자를 괴롭히는 극심한 통증을 완화ㆍ조절해 준다. 환자가 육체적으로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해야 심리적, 영적으로도 편안해져 남은 생애를 잘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환자가 마지막 임종을 앞두고 가족과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갖도록 가족 간의 불신이나 불화를 중재하는 중책까지 맡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환자의 고통과 불안을 최대한 완화시켜 주는 것이 호스피스의 주된 역할이다. 삶에 대한 절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약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하다.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며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족들에게는 '죽음이 예견돼 있는 환자에게 불가능한 희망을 주지말라'는 당부를 한다. 환자가 정리를 잘해야지 나중에 유족들도 사별의 아픔을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사망한 뒤에도 사별관리프로그램을 통해 남은 가족들의 슬픔을 보듬어 준다.
 병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인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는 결국 '잘 죽기 위한 것'이면서 (남은 생을)'잘 살기 위한 것인 셈이다.
 아름다운 죽음은 행복한 삶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소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삶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 아름답고 행복한 죽음 역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말기 암환자 등 죽음을 앞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삶을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죽음을 맞는 것이 현실이다.
 호스피스 관계자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환자들이 너무 늦게 오는 것. 호스피스 병동에는 생이 최장 6개월 정도 남았을 때부터 올 수 있지만 대다수 환자가 길면 한 달, 짧게는 일주일을 남기고 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말기암 환자 대다수는 응급실 입ㆍ퇴원을 반복하거나 장기입원해 치료에 매달리다 생을 마감한다. 일반 병원에서 치료할 가망이 없으면 호스피스 시설로 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환자와 가족도 망설이다가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세계로 가는 출발선인 죽음을 맞이하면서 준비할 게 얼마나 많겠어요? 그런데도 그렇게 준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환자나 가족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지요."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