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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지금-죽음을 준비합시다] (7) 사전의료지시서

[영원한 지금-죽음을 준비합시다] (7) 사전의료지시서

'편안한 죽음' 미리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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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5 발행 [1043호]
'편안한 죽음' 미리 준비하기


무의미한 연명 치료 거부 의사 미리 작성 서명
연명 치료와 관련해 가족들 혼란 막을 수 있어
환자 결정 존중하지만 자살, 안락사 위험 경계


    내일을 멋지게 살기 위해 오늘 노력하는 것처럼, 언젠가 내일이 될 마지막 날을 위해 무언가 준비할 필요가 있다. 죽는 순간까지 인간적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 준비도 필요하다.
 물론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굳이 억지로 상상해야 한다면 살 만큼 살다가 어느 날 자다가 편안히 생을 마감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질 것이다. 딱딱한 침대에 누워 생명유지장치로 연명하는 자신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다.
 1990년 심장발작으로 뇌손상을 입은 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던 미국의 테리 시아보를 자신이라고 상상해 보자. 1998년 남편인 마이클 시아보는 테리가 평소 인위적인 방법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다며 생명유지장치 제거를 요청했다. 이를 완강히 반대한 테리의 부모와 오랜 법정투쟁을 벌였다. 결국 2005년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한 테리는 곧 세상을 떠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식물상태 환자인 김아무개(77) 할머니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며 자녀들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환자 상태가 회복 가능하지 않으며, 환자가 평소에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호흡기는 끼우지 말라"고 말했던 '자기결정권'과 '사전의료지시'의 정황을 인정하고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김 할머니가 지난해 2월 의식을 잃기 전에 자신의 의사를 사전의료지시서로 작성해 두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때부터 대법원 판결을 거쳐 지난 6월 23일 실제로 인공호흡기를 떼기까지 1년이 넘도록 중환자실에서 호흡기에 의지한 채 홀로 누워 있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테리 시아보 역시 환자 스스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가졌다고 추정할 만한 증거를 문서로 남겨 두었다면 문제를 그토록 오래 끌지도, 복잡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하고 수액과 진정제를 투여 받으며 자신의 의사표시도 못한 채 극심한 고통 속에 연명하다가 눈을 감는 말기 환자들을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생존 기간을 연장하려는 노력이 과연 합리적ㆍ윤리적일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만약 환자가 인공호흡기 제거라든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말뿐 아니라 서면으로 남겨놓았더라면 주위에서 환자 뜻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표적 형식이 사전의료지시서다.
 사전의료지시서는 판단능력을 상실한 경우를 대비해 소생이 불가능할 경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하지 말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는 최대한 해 줄 것 등 진료와 치료 내용에 대한 자신의 소망을 문서에 적고 서명을 해두는 것이다.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있을 경우 가족과 친지들에게 평소 구두로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 고려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모든 가족원들이 일관되게 이해하고 합의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연명치료를 중단시키려던 테리 시아보의 남편과 유지시키려던 부모 사이의 치열한 법정투쟁이 이런 가족 갈등의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환자가 아닌 가족의 입에서 나온 결정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정신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자녀들 스스로 불효를 의심하고 타인의 눈총을 의식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州)에서는 추수감사절에 가족들이 모여서 자신이 어떤 의료적 처치를 받기 원하는지 사전의료지시서를 갖고 토론하고 서명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그래야 죽음을 자연스레 준비할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죽음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했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품위 있는 죽음의 선례로 꼽힐 만하다. 김 추기경은 사전의료지시서와 같은 문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의미 없는 생명연장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공인이었던 김 추기경에 비해 김 할머니 경우는 추정 의사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김 할머니 소송이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자신이 맞이하고 싶은 죽음의 방식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율권 행사이며 존엄한 죽음에 대한 자기보장이다.
 삶의 다양한 방식만큼 다양한 죽음의 방식이 있기에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도 죽음준비의 한 항목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과 관련해 사전의료지시서와 같은 구체적인 의사표시를 남기는 과정 자체가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다보면 사전의료지시서가 자칫 또다른 위험을 안을 수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이동익 신부는 "말기 환자가 자신의 치료에 대해 사전에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환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사전의료지시서가 환자의 자기결정권만을 절대시 한다면 환자의 자살이나 안락사를 부추길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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