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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 20, 끝 - 모두 주님 은총이었네!

[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 20, 끝 - 모두 주님 은총이었네!

정년퇴직은 또 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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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5 발행 [1004호]
정년퇴직은 또 다른 시작이다


 내 삶은 정년퇴직으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삶의 시작이었다. 작품 활동이 그것이다. 시는 레지오 편집장 시절에 자주 발표했지만 소설은 퇴직 후로 미뤘던 것이다.

 십여 년 전에 쓰다가 둔 '아라리 별곡'을 다시 쓰면서 신앙소설 '꺼지지 않는 불' 등을 구성했다. 늘그막에 일이 있다는 것, 그것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매우 즐겁고 의욕 넘치는 삶이다. 나의 삶이 그러했다.

 게다가 레지오 마리애의 아듀또리움 단원으로서 성모소일과를 바치며 매일 미사 참례를 하고, 또한 묵주기도 20단과 뗏세라를 바치고 있다. 하물며 예수님을 모시는 나날의 삶은 당사자만이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요 행복이다.

 2004년 7월에는 작은아들이 사제품을 받았다. 이 일은 교회의 경사이자 우리 가정의 경사였다. 그 옛날 출근하는 아버지에게 앙증맞은 손을 흔들며 인사하던 똑똑이가 사제가 됐다. 그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본당에서 상영된 빈첸시오 성인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저런 신부가 되고 싶다더니 결국 그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어찌 본인의 노력이나 부모의 기도만으로 될 일인가. 이 또한 하느님께서 역사하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아들이 서품을 받은 날 교우들 앞에서 축시 '기쁘고 즐거운 날'을 낭송했다. 오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새 사제에게 한평생 성령이 함께 하여 좋은 사제 되게 해달라는 시였다.

 이 아들은 지금 열심히 살고 있다. 서울 두 본당 보좌를 거쳐 현재 군종신부로 사목중이다. 문학에도 자질을 가졌다. 나의 인터넷 문학카페에서 부자간에 210여 편 화답시(和答詩)를 주고받기도 하면서 인생과 신앙을 자주 이야기한다. 부디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기 바란다.

 

 돌아보니 모두 은총이네

 2년 전 가을 어느 날 아들 사제가 여러 권 책을 사가지고 왔다. 명성황후시해를 비롯한 궁중자료였다. 이 사건을 소설로 써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들의 관심과 효심이 고마워 다른 소설의 집필을 중단하고 즉시 구성에 들어갔다.

 사실은 오래 전부터 써보고 싶은 내용이 동학혁명과 명성황후 시해였다. 그래서 1894년과 1895년에 일어난 두 사건을 함께 다루기로 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의욕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닌 민족과 천주교를 아우르는 대하소설이었다.

 이미 밝혔듯이 나의 작품은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 작품에서도 황철(黃哲)과 유정인(柳貞仁) 두 주인공이 천주교신자이다. 그들은 기울어가는 조선의 현장에서 신앙인답게 행동하며 사랑한다. 나는 이 「우렛소리」를 4883매로 탈고하면서 내 마지막 작품이 돼도 좋다고 생각했다. 열정과 신앙을 마음껏 쏟았기 때문이다.

 이제 체험기를 접으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는 돌아보니 모두 은총이라는 사실이다. 그 옛날 투병했던 것이나 지금까지 겪은 갖가지 사연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인생의 굴곡이라는 과정을 통해 오늘의 내가 있다고 믿는다. 또한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가난도 은총의 수단이다!

 둘째는 오직 바라느니 성모님의 품에 사는 것이다. 완덕의 표상이신 성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그분을 본받다가 이승을 떠난다면, 그분의 전구하심으로 천국 영복은 틀림없다고 믿고 또 믿는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성구를 소개한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 16-18).

 박광호 (모세, 시인ㆍ소설가)

 

 ※그동안 귀한 신앙체험을 나눠주신 박광호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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