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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의 해 2부] 바오로 서간과 신학 사상 (8) 에페소서

[바오로의 해 2부] 바오로 서간과 신학 사상 (8) 에페소서

바오로 사도의 친서 논란…"아닌 듯"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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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6 발행 [994호]
바오로 사도의 친서 논란…"아닌 듯"에 무게


전반부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교회에 관한 교리
후반부는 그리스도인의 생활 윤리 관련 권고 담아


▲ 에페소의 고대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는 순례객들과 관광객들.

 에페소서는 필리피서와 필레몬서, 콜로새서와 함께 옥중 서간이라고 부릅니다. 감옥에서 쓴 서간이지요. 또 바오로가 직접 썼느냐 하는 친저성에 있어서 콜로새서와 함께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서간이기도 합니다.
 
성령의 인장을 받은
그리스도인은
빛의 자녀답게
선과 의로움과
진실의 열매를 맺으며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을 깨닫는
지혜로운 사람이 돼야

 ◇에페소는
 에게해 연안 소아시아(오늘날 터키) 쪽에 있는 에페소는 기원전 1000년쯤에 세워진 항구도시입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재위 기원전 27-기원후 14) 시대에는 로마제국 아시아 속주의 첫째 가는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상업 중심지였으며 주민 수가 2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하지요.
 성모 마리아가 살았다는 전승이 전해지는 에페소에는 마리아에게 봉헌된 첫 성당이 350년쯤에 세워졌습니다. 431년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포한 세계 공의회가 개최된 것도 이곳 에페소였습니다. 에페소는 7세기 이후 무슬림의 공격을 받았으며, 1426년 오스만 터키에 점령당했습니다. 오늘날 에페소는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고대 유적지로 순례객을 맞지요.
 바오로는 2차 선교여행(50-52)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에페소에 들른 적이 있었고(사도 18,19-21). 3차 선교 여행(53-58) 때는 3년 가까이 머무르면서 활발하게 선교 활동을 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곳에서 코린토서와 갈라티아서를 썼으며, 옥중 서간인 필리피서와 필레몬서도 이곳 에페소에서 갇혀 있으면서 썼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추정합니다.
 
 ◇에페소서는 바오로의 친서인가
 전통적으로 에페소서는 바오로 사도가 로마에 갇혀 있을 때(61-63) 쓴 옥중서간이라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오로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는 게 성서학계의 관찰입니다.
 그 이유로, 우선 에페소서에는 바오로가 직접 쓴 다른 서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어휘가 적지 않은데 이 어휘들은 바오로 사도 이후 초기 교부들의 문헌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또 바오로 사도의 친서들에서는 볼 수 없는 문체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나아가 서간에 나타나는 신학적 주제들도 바오로 사도의 친서들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 다른 서간들에서는 편지를 받는 공동체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데 이 서간에는 그런 것이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런 여러 이유를 들어 에페소서가 바오로 사도의 친서가 아니라는 쪽에 손을 들어주는 학자들이 많지요.
 
 ◇콜로새서와의 관계
 바오로 사도가 쓴 다른 친서들과 차이가 나는 에페소서가 이상하게도 콜로새서와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른 데서는 잘 사용되지 않은 에페소서의 어휘들이 콜로새서에는 비슷한 문맥에서 사용되고 있을뿐 아니라 교리적 주제들도 비슷한 게 많습니다. 또 구조와 내용에 있어서도 유사한 대목들이 눈에 뜨입니다. 예컨대 에페소서에서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이며 충실한 일꾼"(6,21)이라고 부르는 티키코스는 콜로새서에서는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이고 충실한 일꾼이며 나의 동료 종인 티키코스"(4,7)로 언급됩니다.
 이렇게 유사한 부분이 많은 점을 들어 또 교리적 주제들이 유사하면서도 에페소서의 것이 조금 진전된 내용임을 들어 학자들은 에페소서가 콜로새서보다 조금 후대에 쓰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에페소서는 바오로 사도의 제자가 콜로새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을 자기 시대 교회 상황에 맞게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집필 배경과 시기
 이 서간의 수신인은 "에페소에 있는 성도들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사는 신자들"입니다. 그런데 이것뿐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른 서간들에서는 그곳 공동체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거의 빠짐없이 나오는데 비해 이 서간에는 그런 상황 설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고 새 사람이 됐음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합니다. 또 같은 맥락에서 새 사람이 된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에페소서는 바오로의 이름을 빌어 에페소라는 공동체에 보내는 서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에페소라는 특정한 교회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바오로 사도의 영향을 입은 저자가 바오로 사도의 사상을 바탕으로 당시 여러 교회 공동체들을 대상으로 쓴 편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당시 교회들이 당면한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서간을 바탕으로 추정하자면 두 가지로 볼 수 있겠지요. 하나는 유다계 그리스도인과 이방계 그리스도인들 간의 갈등일 것입니다. 이는 바오로 사도의 편지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이전 편지들에 비해 좀 더 일반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사실이 강조됩니다.
 다른 한 가지는 당시 교회 신자들의 일상 생활과 관련됩니다. 신자들은 세례로 새 사람이 된 만큼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서간의 거의 절반을 새 생활의 규범에 할애합니다.
 학자들은 서간의 집필 시기는 늦어도 100년을 넘지 않을 것이고, 빨라도 7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물론 이 서간이 바오로 사도의 친서가 아니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말입니다.
 
 ◇주요 내용과 구성
 에페소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 부분(1,1-3,20)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 실현됐고 교회 안에서 현실화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후반부(4,1-6,24)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일치를 강조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이 된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생활 규범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전반부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그리스도 그리고 교회에 관한 교리를. 후반부는 새 사람으로 다시 난 그리스도인의 생활 윤리와 관련한 권고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서간은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내는 인사(1,1-2)에 이어 그리스도를 통해 실현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찬양하고(1,3-14),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진 그 구원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깨닫기를 기도합니다(1,15-23). 서간은 계속해서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지는 구원이 어떠한지를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것이요(2,1-10), 유다인과 이방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2,11-22). 이방인을 위해 이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직을 받은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3,1-21).
 서간 후반부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성령께서 이뤄주시는 일치를 보존하라는 권고로 시작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는, 마치 온 몸이 각각의 관절로 잘 결합되고 연결되며 또 각 기관이 알맞게 기능하여 온 몸이 자라게 되듯이, 다양성 가운데 일치를 이뤄야 합니다(4,1-16).
 에페소서 저자는 이제 새 사람이 된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삶에 대해 권고합니다. 지난 날의 생활 방식을 버리고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새 인간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4,17-24). 성령의 인장을 받은 새 인간은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말하며, 서로 자비롭게 대하고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어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빛의 자녀답게 선과 의로움과 진실의 열매를 맺으며,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을 깨닫는 지혜로운 사람이 돼야 합니다(4,25-5,20).
 서간은 계속해서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구체적 관계에 대해, 즉 아내와 남편(5,21-33), 자녀와 부모(6,1-4), 종과 주인의 관계(6,5-9)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합니다.
 서간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님 안에서 영적 무장을 하도록 권고하면서 마지막 당부와 인사로 끝을 맺습니다(6,10-24).
 에페소서의 이같은 내용은 그 당시 교회와 신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세례를 통해 새 사람이 됐으면서도 여전히 옛 생활을 청산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힘있는 메시지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 '바오로의 서간과 신학 사상' 기사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서간과 신학」(바오로딸) 「서간에 담긴 보화」(생활성서) 「바오로에 대한 101가지 질문과 응답」 「바울로와 그의 서간들」(생활성서) 「바오로 스케치」(빅벨) 「바울로」(분도출판사) 「신약성서입문」 (분도출판사)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신약성서」(분도출판사) 「신약성서 새번역」(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성서못자리 그룹공부 교재-나눔터」(기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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