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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의 해] (1) 프롤로그 : 사도 바오로, 그리스도교 핵심개념 세운 인류사의 준봉(峻峯)

[바오로의 해] (1) 프롤로그 : 사도 바오로, 그리스도교 핵심개념 세운 인류사의 준봉(峻峯)

28일 저녁 로마 성바오로대성전에 특별등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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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2 발행 [975호]
28일 저녁 로마 성바오로대성전에 특별등 점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오는 28일 저녁 로마 성바오로대성전에 특별한 등(燈)이 켜진다. 특별 희년 '바오로의 해'가 시작됐음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등불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대축일 전야 기도회에서 등불을 밝힌 후 1년 동안 사도 바오로의 삶과 정신을 기릴 것을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당부할 예정이다.

 교황은 지난해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이방인의 사도' 성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을 맞이하며 2008년 6월 28일부터 1년간을 바오로 사도를 위한 특별
희년으로 선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도교 핵심개념 세운 인류사의 '준봉'

# 왜 바오로의 해인가

    구약 편에 모세가 있다면, 신약 편에는 바오로가 있다고 해도 될 만큼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인물이다. 어떤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인류사의 영봉(靈峯), 모세와 바오로 두 인물을 그 양 옆에 있는 준봉(峻峯)에 비유한다.

▲ 가톨릭교회는 앞으로 1년 동안 사도 바오로의 삶과 모범을 따르는 특별 희년 '바오로의 해'를 지낸다. 사진은 로마 성바오로대성전 뜰에 세워진 사도 바오로상.

 우리는 미사전례에서 그가 쓴 서간을 자주 접한다.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등 신약 27권 가운데 무려 13권을 그가 직접 쓰거나 그의 제자들이 기록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스도교의 핵심개념이 그에게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교회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쉽게 이해하려면 2000여 년 전 예루살렘 유다인 사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아들' 운운하며 율법과 유다 전통을 흔드는 위험인물 나자렛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야 안심했다. 하지만 예수의 죽음으로 소란이 끝나는가했더니 예수 부활을 믿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다인들은 다시 긴장했다.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옹호하는 스테파노를 성 밖으로 끌어내 돌로 쳐 죽였다. 그 광경에 놀란 그리스도인들은 박해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유다교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나자렛 예수의 파당, 또는 유다교를 분열시키는 기존 파당들의 한 무리에 지나지 않았다.

 사울(바오로의 이전 이름)은 이때 등장한다. 흠잡을 데 없는 바리사이 유다인이었던 그는 예수의 추종자들, 즉 이스라엘 이탈자들을 보고 격분했다. 그래서 그들을 붙잡아 들이느라 혈안이 돼 있었다.

 바오로의 저 유명한 회심 사건은 바로 "새로운 길을 따르는 이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남자든 여자든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오기 위해"(사도 9,2)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에 일어난다.

 그는 다마스쿠스로 말을 달리던 중 번개 같은 '하늘의 빛'에 쐬어 말에서 떨어졌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이제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라."

 이 사건으로 그는 십자가 예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를 분노케 했던 예수의 죽음과 부활 소문이 사실이었다. 그는 회심했다. 그리고 부르심을 받은 사도로 180도 바뀌었다.

 이때부터 그는 유다인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이방인들을 찾아다니며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했다. 세 차례에 걸쳐 전도여행을 다니면서 열렬하게 복음을 선포했다.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유다인들에게 붙잡혀 돌팔매질을 당하고, 감옥살이도 하고, 예루살렘 사도회의(초기 그리스도교 지도자 모임)와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사도로서의 열정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때로는 감옥에서 쓴 눈물의 편지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화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모든 인류를 위해 선포된 기쁜소식이다. 하지만 바오로가 없었더라면 그 복음은 유다교의 좁은 울타리 안에 갇혀있다 이내 소멸됐을지도 모른다. 바오로가 교회 역사에서 제일 위대한 별로 빛나는 사도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스스로를 희생할 각오로 복음선포 투신해야

# 어떻게 지내야 하나
    그의 생애와 사상에는 두 맥(脈)이 관통한다. 하나는 이방인들 속으로 들어가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을 다진 것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오로의 해'를 선포하며서 특별히 두 가지를 당부했다. 신자들이 성 바오로와 그의 서간을 깊이 이해하고, 교파를 초월해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대화하며 일치를 모색하라는 것이다. 교황은 "오늘도 그리스도께서는 바오로 성인처럼 스스로를 희생할 각오가 돼 있는 사도들을 바라십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성 바오로와 그의 서간들을 깊이 받아들이면 그처럼 '복음의 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바오로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이후 목숨을 걸고 지중해 연안은 물론 로마 심장부까지 달려가 복음을 전했다.

 바오로는 2000년 전 사도지만 21세기 인류 복음화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가 선포한 복음의 메시지는 지금도 강력한 힘과 생명력을 갖고 있다.

 아울러 '하나의 세례와 한 분이신 주님'을 섬기는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과 일치하는데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버린 다음 하느님과 일치해야 하고, 교회와 일치해야 한다. 이어 '불고 싶은 대로 부시는'(요한 3,8) 성령의 발자취가 남겨진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열린 대화의 장으로 초대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에게 찾아가고, 갈라진 형제들을 대화의 장으로 초대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교구와 수도회들은 바오로 해를 풍요롭게 보내기 위해 각종 강연, 심포지엄, 서간필사, 서적출간 등을 서두르고 있다. 수원교구와 의정부교구, 그리고 바오로 가족 수도회가 특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1년 동안 그리스도교 박해자에서 열렬한 복음 선포자로 바뀌어 한 생을 살다 간 위대한 사도의 삶과 정신을 접할 것이다. 활활 타오로는 장작불보다 뜨겁고,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바오로의 세계를 향해 닻을 올린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바오로의 해 로고

   로마 성바오로대성전이 발표한 이 로고에는 6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바깥 9개 고리 쇠사슬은 바오로가 순교하기 전 로마 감옥에서 차고 있던 족쇄를 형상화한 것으로, 그의 수난과 순교를 의미한다. 가운데 연도와 날짜는 바오로의 해 기간을 나타낸다. 칼은 그가 선포한 메시지의 힘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책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가르침의 원천이 된 바오로 서간, 십자가는 주님의 무한한 사랑과 그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바오로의 영성을 상징한다. 불꽃은 바오로의 마음을 뜨겁게 타오르게 했던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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