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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입양원 입양가정의 기쁨과 바람

성가정입양원 입양가정의 기쁨과 바람

"특별한 일도 대단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하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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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3 발행 [681호]
"특별한 일도 대단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하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 서울 태릉 푸른동산으로 나들이 나온 ‘참사랑 모임’의 입양가족들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입양, 특별한 거 아니잖아요. 아이는 가정이 있어야 하고 가정은 아이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6월6일 서울 노원구 태릉 푸른동산으로 나들이 나온 입양 가정들은 입양아나 입양 부모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주문부터 했다.

‘입양아는 불쌍한 아이’ ‘입양부모는 대단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 그러나 입양 부모들은 그냥 평범하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늦둥이를 낳은 거라고 생각할 뿐 대단한 일을 한다고 여긴 적은 없어요. 입양하는 순간 내 자식이 된 것이 아닙니까.” “아기로 인해 권태기를 잘 넘겼고, 우리 가정에 웃음과 화목이 다시 찾아왔어요.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을 잘 키워야지요.”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에서 입양한 양부모들의 자조집단인 ‘참사랑모임’(일명 참사모)이 주선한 이날 모임에는 20여가정의 가족 60여명이 참석해 화창한 날씨 속에서 하루를 즐겼다.

‘사랑의 부모’를 하다가 돌 무렵에 아기를 입양한 이상희(41, 사비나) 최윤성(47, 다미아노)씨 부부는 중 2와 초등학교 6학년인 남매와 4살짜리 입양아 다훈이와 같이 온 가족이 왔다.

“성당에 가면 ‘웬 아기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공개 입양이 됐어요. 굳이 쉬쉬하며 키우고 싶진 않아요. 그런데 얼마 전에 동네 사람이 ‘다훈이의 입양에 대해 너무 알리지 말라’고 귀띔해 주더군요. 우리의 입양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씨는 다훈이가 말을 제대로 못해 현재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며 “언어치료가 끝날 때까지 입양 장애아에게 주는 양육보조금을 매월 50만원씩 받고 있으니 월급쟁이 살림에서도 다 살 자리를 마련해주신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입양 가정들은 비밀 입양에서 공개 입양으로 조금씩 문을 열고 있는 이들이다.

불임부부로 3년 전 생후 1개월 된 안젤라를 입양한 이미숙(40, 데레사) 공우현(43, 라우렌시오)씨 부부는 전주에서 올라왔다. 이날 모임에 전주에서는 4가정이 승합차로 함께 참석했다.

“전주 지역에서는 성가정입양원을 통해 저희 부부가 가장 먼저 입양을 했어요. 그 뒤 입양 가정이 7가정으로 늘어 매월 모임을 갖고 있는데, 3가정은 비밀 입양을 원해 4가정만 모이고 있어요. 앞으로 남자 아이를 한명 더 입양할 계획입니다.”

공씨는 아이가 자신만 알고 혼자 크는 것보다는 형제끼리 어울려 크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초등학생 두 아들과 4년 전 입양한 딸아이 현지 등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참사모 정서영(38, 글라렛) 회장도 아이 한명을 더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간호사인 정씨는 맞벌이 부부.

“산부인과 병원에 근무할 때 미혼모들을 보면서 입양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입양을 하려니 두려움이 앞서 한달간 새벽미사에 다니며 마음을 확실하게 정했지요. 현지가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고 있어 기뻐요.”

정씨는 주변에 아기를 입양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지만 경제적 능력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며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사교육비에 대한 정부의 보조가 조금이라도 뒤따르면 입양이 더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황수섭 목사는 “요즘엔 신생아보다는 1살 이상 연장아를 원하는 이들이 꽤 있다”며 그러나 연장아를 입양할 경우 호적 문제가 복잡하다고 밝혔다. 시설에 입소한 아동의 경우 대부분 부모가 서류상 친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장기간 연락하지 않아 사실상 친권 포기인데도 입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친부모가 시설에 아동을 위탁한 뒤 1년 이상 연락이 없으면 친권 포기로 규정할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양부모들의 입장이다.

입양에 관한 문의 전화를 한 주일에 서너 차례씩 받고 있다는 황 목사는 98년 1월에 13개월 된 쌍둥이 대한이와 민국이를 공개 입양하고 수기까지 펴낸 뒤 입양 경험이나 문제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양부모 모임의 필요성을 계속 제기해왔었다.

부산에서 주말마다 입양가족끼리 만나고 있다는 황 목사는 “아이가 입양아라는 자기 정체성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나들이에 나온 입양 가정의 아기들은 아직 어렸다. 큰 아이들이 6살로, 아이들은 입양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나 ‘입양’이라는 단어엔 익숙하다.

“얼마 전 성가정입양원에 가는 길에 우리 승은이가 갑자기 ‘엄마, 나도 오빠처럼 엄마가 낳았으면 좋았을텐데 왜 입양원에서 데려왔어’ 하길래 깜짝 놀랐어요. 그러더니 손가락을 꼽으며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오빠, 나 이렇게 네명이지’ 하면서 가족을 확인하더군요. 세돌이 지난 아이가 입양에 대해 조금씩 인식하는 것 같아요.”

이은순(46 세실리아)씨는 입양아가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런 모임을 통해 알게 되면 사춘기에 겪을 상처도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부모들은 특히 아이들이 사춘기를 잘 넘기며 자라길 바라고 있다. “사실 내
자식도 사춘기때는 어디로 튈지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입양아라고 더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상처를 잘 극복하길 바래요. 그래서 이런 모임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고요.”

양부모들은 이 아이들이 자라 사회인으로 나설 때는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더불어 나누는 삶을 사는 사회 풍토가 조성되길 희망했다. 이를 위해선 유치원 때부터 입양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정부가 입양기관들과 같이 입양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나서야 한다고 양부모들은 주장했다.

이날 나들이를 주선한 참사모는 입양 후 입양아와 양부모의 적응을 돕도록 정보를 교환하고 양육 시 입양으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 2000년 5월 성가정입양원에서 결성됐다.

1년에 2회 정기 모임을 마련하고 있으며, 8개 지역별로 매월 지역 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 13년간 성가정입양원을 통해 입양간 아기는 1600여명에 달하며 이 중 참사모에 가입한 가정은 70여 가정이다.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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