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농민주일 탐방-전남 곡성 이창현씨 부부와 숲들공동체

농민주일 탐방-전남 곡성 이창현씨 부부와 숲들공동체

생명농법, 꿈은 이루어 진다.

Home > 기획특집 > 가톨릭세상보기
2002.07.21 발행 [685호]
생명농법, 꿈은 이루어 진다.


▲ 1. 숲들공동체의 맏이 격인 이창현·최안숙씨 부부가 오리농법으로 농사짓는 논 앞에서 오리를 잠시 들어보이며 “농사를 잘 지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2. 숲들공동체 회원들이 직접 지은 소박한 황토방에 모여 담소하고 있다. 3. 배나무 봉지 씌우기를 끝낸 숲들공동체 회원들이 가지 유인 작업을 하기위해 과수원에 모였다. 과수원 뒷편의 푸른 하늘이 희망을 키우는 젊은 농군들의 마음처럼 마냥 싱그러워 보인다. 오른쪽으로부터 최안숙·정경혜·조태진·이창현씨, 이씨의 아들 엽, 이준호씨.
농약과 화학비료로 땅은 병들어 가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값싼 수입농산물에 밀려 우리 농산물은 제값을 못 받고 있다. 더욱이 농민들은 갈수록 고령화 돼 농촌의 앞날은 암담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와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생명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그 고마움을 알아주는 도시 소비자와의 만남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 ‘숲속의 들’ 공동체(일명 숲들공동체)가 그런 현장의 하나다. 지난 10일 광주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안내로 숲들공동체를 찾았다.

농촌으로 돌아온 20·30대 젊은이들이 생명농법으로 복합영농을 하면서 도시 소비자 조직과 연대하고 있는 것이 숲들공동체의 특징. 회원은 이 공동체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맏형 격의 이창현(39, 멜키올) 최안숙(38, 하와)씨 부부와 이준호(32)·성호(30) 형제, 조태진(30)씨, 정경혜(27)씨 등 6명이다.

숲들공동체 회원들은 농약과 화학비료, 항생제 섞은 사료를 사용할 줄 모른다. 자연농법으로 농사 일을 배웠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고되지만 재미있고 즐겁다는 것이 공통점.

“농사는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과 같아요. 생명이 자라는 것을 보면 힘든 것은 뒤로하고 그 자체가 즐거운 일 아닙니까. ‘이 다음에 자식 덕을 봐야지’ 하면서 키우는 부모는 없잖아요.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농업의 정신이라고 봅니다.”

공동체 회원 중 농사 일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창현씨의 말이다.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이씨 부부가 유기농과 오리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3400평 논과 육계를 키우는 3개동 300평 축사, 다른 회원 4명이 공동으로 산란계를 키우는 축사와 채소 밭·과수원 앞에는 ‘자연농업 양계농장’ ‘자연농업 시범 농장’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환기와 채광이 잘되는 개방식 자연농업 계사, 토착 미생물과 황토·볏짚을 활용한 바닥 관리, 병아리 때부터 현미 등을 통한 소화력 향상, 천연 녹즙과 한방영양제 등의 자연농업자재를 활용한 질병 관리 등의 내용은 일반 농업과 다름을 말해준다.

축사 안은 생각한 것만큼 덥지 않고 악취가 없으며, 닭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바닥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논에는 오리가 열심히 헤엄쳐 다니며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논둑에는 풀이 자라 다시 깎아야 할 시기다.

“농사 초기에 제초제를 써서 누렇게 변한 논둑을 볼 때면 제 마음이 타들어가는 듯했어요. 저희는 농약을 사본 적이 없거든요.”

남편이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망설였던 최안숙씨는 지금은 남편 못지않게 농사일에 열심이다. 아카시아 꽃, 쑥, 미나리 등 각종 야채로도 효소를 만들고 있다. 물 배합 비율에 따라 이 효소는 사람도 먹고 가축에도 먹이며 농작물에도 영양제로 준다.

야채효소를 계속 복용한 남편이 위장병이 말끔히 나았으니 자연에서 얻은 보약이 역시 최고다. 이씨 부부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고2와 초등학교 5학년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광주에서 하던 건축 일을 접고 90년대 초 곡성으로 내려와 형이 운영하는 메추리농장에서 일하며 곡성본당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던 이씨 부부는 당시 본당주임 이영선 신부로부터 우리농에 대한 얘기를 듣고 생명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농사에 뜻을 두고 있으면서도 장래가 불투명해 망설였던 이씨는 부인을 설득해 96년 겨울 충북 괴산에서 자연농업학교 교육을 부부가 같이 받았다. 막연하던 농사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주위에서는 농사짓지 말라고 말렸으나 가치관이 달라진 부부는 생명을 살리는 고귀하고 중요한 일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땅을 빌렸다. 양계와 벼농사를 시작했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서울 직거래 장터에 육계를 갖고 올라왔다가 일반 육계와 가격 차이 때문에 팔리지 않아 홍보하는 셈치고 150마리를 그냥 나눠주기도 했다.

생명의 먹거리를 알아주는 소비자를 찾아야 했다. 부부는 광주시내 본당 신부들을 일일이 방문해 자신들의 생명농사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마침 광주 우리농과도 연결되어 판로가 열렸고 ‘되살이’ 소비자 회원들도 방문했다.

이제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99년 여름 태풍 ‘올가’의 영향으로 축사가 무너져 내렸다. 키우던 닭 2000마리 중 4분1만 간신히 건졌다.  

“이래서 농민들이 좌절하고 농사일을 포기하는구나 싶었어요. 도시 소비자 회원들과 본당 신자들의 격려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지요.”

부부의 자연농업 농사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농사 지으려는 젊은이들이 찾아왔다. 대학 때부터 농사에 뜻을 두고 곳곳을 다녔던 이 고장 출신 이성호씨가 찾아와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곧 이어 성호씨의 고향친구 조태진씨가 합류했다.

어렸을 때 집에서 농사를 돕는 것이 싫어 농사라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가 났다는 이준호씨는 취업이 여의치 않아 고민하던 중 ‘같이 농사짓자’는 동생 성호씨의 권유를 받아들여 올 3월에 합류했다.

“처음엔 농사짓겠다는 동생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자연농업 교육을 받고 난 뒤 농업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어요. 집에서는 대학 교육까지 시켜놓았더니 농사짓는다고 난리였지만 밀고 나갔어요.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죠.”

이준호씨는 몸은 고되지만 즐겁다고 했다. 공동체의 막내인 정경혜(27)씨는 이곳에 잠시 있었던 농대 선배와 연결되어 준호씨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 현재 순천 집에서 출퇴근하며 농사짓고 있다. 성호씨를 제외한 3명은 미혼.

이들은 이창현씨 농장 인근에 900평을 임대해 산란계를 키우고 채소밭도 재배하고 있다. 약간 떨어진 야산에 있는 7000여평 과수원도 임대해 사과와 배 600주씩을 농사짓고 있다.

매일 저녁 간단한 모임과 매주 회합, 그리고 월례회의를 통해 농장 운영에 대해 얘기하고 유기농 교육 참가는 물론 관련 책자도 부지런히 읽고 적용한다. 과수 농사는 완전 유기농이 어려워 저농약으로 하고 있다.

지난 4월엔 급성전염병인 뉴캐슬병으로 닭들이 일부 죽거나 산란률이 떨어져 손해가 컸다. 그래도 저항력 있게 건강하게 키운 탓에 100%에 가깝다는 폐사율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 하반기에 좀 소득이 나올 것 같다.

지난 2000년 영농조합법인 ‘숲속의 들’을 설립해 친환경농업 컨설팅까지 하고 있는 이 공동체는 곡성읍내 소비자들로 환경생활연구회도 조직,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엔 가톨릭 농민회 곡성분회를 조직했고 최근엔 친환경 고품질 소규모 사업도 정부에 신청해놓았다.

“곡물 중 가장 영양가 있는 것이 쌀이니 사람들의 의식이 나아지면 쌀 소비도 늘어나겠지요. 농사를 지으며 무심코 지나쳤던 ‘하느님은 농부이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는 성서구절이 저절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살아가는 이치도 이제서야 깨닫고 있고요.”

부부 주일학교 교사를 10년 이상 계속하면서 현재 본당 사목회 청소년분과장과 기획분과장으로도 각각 활동하고 있는 이씨 부부는 부부 삶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하느님께 의지하며 젊은 이 공동체에 희망과 꿈을 실어 이끌고 있다.
글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사진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