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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무료병원 왜 생겼고 어떻게 하나

교회 무료병원 왜 생겼고 어떻게 하나

그 곳에서는 늘 '기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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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1 발행 [687호]
그 곳에서는 늘 '기적'이 일어난다


▲ 도티기념병원, 요셉의원, 성가복지병원 등 서울의 무료 병원들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진하고 느끼고 체험하는 현장이다.
병원은 환자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된다. 돈이 없는 가난한 환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병원에 가도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그러나 가난한 환자들이 돈을 내지 않아도 환영 받는 병원들이 있다. 이 병원들은 대상 환자들한테 돈 한푼 받지 않아도 신기하게 운영된다. 진료뿐 아니라 수술, 입원까지 모든 의료비가 무료다. 그렇다고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자가 아닌, 돈 있는 환자도 이곳에서 진료를 받고 의약품을 타가고 싶어할 정도다.

돈 한푼 내지 않는 환자들을 최고로 대우해주는 교회 무료 자선 병원이 어떻게 운영이 가능할까. 운영 비결은 무엇일까.

도티기념병원(원장 김옥순 수녀), 요셉의원(원장 선우경식), 성가복지병원(원장 홍석임 수녀) 등 서울지역의 3개 무료 병원 관계자들은 “하느님이 주관하시는 사업이기 때문에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현장인 이들 무료병원에서는 항상 ‘기적’이 일어난다.

◇무료 병원 왜 생겼나
서울시로부터 1975년 시립아동보호소(현 소년의 집)와 1981년 갱생원(현 은평의 마을)을 인수 받은 마리아수녀회는 운영 초기에 의료 문제로 어려움이 컸다. 보호 시설에 있는 이들이 단순한 질병일 때는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지만 큰 병원으로 가야 할 때는 접수 창구에서부터 냉대를 받으며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그냥 돌아오기 일쑤였다.

이렇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내면서 가난한 환자들의 애환을 체험한 수녀회의 창설자 소알로이시오(1930∼1992) 몬시뇰은 어느 병원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가난한 환자들이 진정 따뜻하게 영접받으며 질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자선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소 몬시뇰이 하는 사업을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해온 미국의 도티씨가 이 소식을 듣고 100만 달러를 희사했다. 지난 6월 말 개원 20주년을 맞은 도티기념병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역사회 저소득층 환자들을 위한 최고의 의료진과 최상의 서비스를 갖춘 것도 이 병원의 자랑이다.

도티기념병원이 문을 연 지 5년 뒤 의료보험증이나 의료보호증이 없는 일용 노동자나 행려자, 의료보험증이 있지만 보험료를 내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또 다른 병원이 문을 열었다. 오는 8월 말로 개원 15주년을 맞는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요셉의원이다.

90년 7월에 개원한 성가복지병원은 성가소비녀회가 수녀회 설립 목적인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욱 충실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던 유료 종합병원인 성가병원을 폐쇄하고 새롭게 출발한 무료병원이다.

◇진료와 운영은 어떻게 하나
요셉의원은 외래 진료만 하기 때문에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성가복지병원이나 도티기념병원으로 보낸다. 무론 다른 종합병원에도 환자를 보내지만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는 이들 병원들끼리는 연계가 잘 된다.

수술 환자의 경우 제대로 요양을 하지 못하면 후유증으로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된다. 도티병원은 수술환자들이 마음을 푹 놓고 요양한 뒤 퇴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입원 환자 보호자의 식사까지 해결해주고 있다.

성가복지병원은 무의탁 말기 환자들이 죽음 앞에서 외롭지 않도록 임종 간호로 돌봐주고 장례까지 치러주고 있다.

가난한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고 환영하는 이들 무료병원에는 대상자가 아닌 환자들도 찾아 오는 사례가 있어 잘 선별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곳엔 단골이다. 진료 과목도 다양하다.

도티병원은 웬만한 종합병원의 의사보다 임금 수준이 높은 7명의 전문의를 포함해 71명의 직원들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이곳을 이용한 환자는 외래가 150만명을 육박하고, 입원 5만9000여명, 수술 2만9000여명에 달한다.

성가복지병원은 전문의 3명과 수도자 25명을 포함해 직원 60여명이 자원 봉사자들과 더불어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강남에서 개업의로 잘 나가던 의사가 이곳에서 잠시 진료 봉사를 하다가 작년 초 자신의 일을 접고 수입이 10분의1 정도로 뚝 떨어진 이곳에서 현재 상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그동안 이용한 환자는 외래 18만여명, 입원 연인원 32만여명.

요셉의원은 의사 1명을 포함해 10명의 직원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의사나 다른 직원들은 월급을 80만원씩 똑같이 받는다. 그동안 이용한 외래 환자는 30만명이다.

성가복지병원과 요셉의원은 진료에만 머물지 않고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위해 이·미용과 목욕, 재활용 옷 나눔, 무료급식을 하고, 오갈 데 없는 환자들이 치료 후 쉬면서 재활할 수 있도록 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돈 한푼 내지 않는 환자들을 귀하게 대접하며 의료 혜택을 베풀고 있는 이 병원들이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소리없이 묵묵히 활동하는 자원 봉사자의 손길과 후원회원들의 정성 때문이다.

성가복지병원과 요셉의원에서는 의사·약사·간호사 등 의료 봉사자와 주방·청소·목욕·이발·세탁·임종·차량 등 분야별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이 돋보인다. 성가복지병원엔 의료봉사자 80명을 포함해 자원봉사자가 900여명이고, 요셉의원은 120명의 의료 봉사자를 포함해 500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10년 이상을 매주, 또는 매월 정해진 날에 어김없이 찾아와 봉사하는 이들도 꽤 있다.

이 사회에서 무시를 받으며 몸과 마음의 상처가 큰 환자들은 병원 직원들과 자원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사랑의 봉사에 얼어 붙었던 마음을 열면서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자세를 바꾸어 가고 있다. 건강을 회복해 삶을 새롭게 시작한 이들 중에는 다른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작은 액수지만 정성껏 후원금을 보내고, 자발적으로 하느님을 알기 위해 성당에 나가고 있다.

직접 몸으로 봉사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며 후원하는 이들, 자식한테 받는 용돈을 쪼개 후원하는 노인들, 시장에서 장사하며 매일 십일조를 떼 내어 후원하는 이들, 월급에서 일정액을 보내주는 이들, 정기적인 후원뿐 아니라 부정기적으로 목돈을 보내주는 이들, 복지재단의 기금 등 각처에서 보내주는 후원금이 구석 구석에서 꽃피고 있는 자원봉사자의 손길과 더불어 병원 운영을 유지해 주는 비결이다. 병원 운영비는 성가복지병원이 매월 1억4천여만원, 요셉의원이 5천500여만원이다.

크고 작은 후원금에 담긴 가슴 뭉클한 사연들은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때 하느님의 은총의 샘물이 샘솟고 사회를 밝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병원 운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랑의 기적들을 더 깊이 체험한 이 병원들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하느님이 주관하시는 일에는 사랑의 샘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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