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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기획 : 기초생활수급권장자활현황과 전망

대림기획 : 기초생활수급권장자활현황과 전망

물고기를 주지 않고 낚시도구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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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15 발행 [704호]
물고기를 주지 않고 낚시도구를 준다


▲ ‘단순한 도움을 베푸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일어서게 할 것인가’ 최근 자활후견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의 관심이 요청되고 있다.
■ 과거 : ‘가난한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하고 게을러서 그렇게 된 것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사회의 편견은 가난 그 자체의 무게보다 더 힘들었다. 서울 하왕십리 2동의 김주헌(65, 대건 안드레아)씨.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했다. 친척집을 전전하다 15살 때 고향 전라도 나주에서 단신 상경했다.

막노동, 신문배달, 음식점 배달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했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재개발에 밀려 번번히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 했다. 전셋값은 폭등했고 월세로 옮기면서 생활은 더 궁핍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고 불편한 한쪽 다리를 가진 그는 더 일자리를 가질 수 없었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술에 의지하면서 생활했고 그 결과 아내 마저 아이들과 함께 떠나갔습니다.”

그는 쉰 살이 되던 해 생활보호대상자(현재의 기초생활 수급권자)가 됐다. 월 40~50만원의 최저 생계비를 지급받았다. 가끔 연말이 되면 동사무소 직원이 집으로 찾아와 ‘불우이웃 돕기 물품’이라며 옷과 생필품을 놓고 갔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갖고 싶었던 것은 일자리였다. 김씨는 자신을 두고 스스로 ‘기회 자체에서 소외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사회의 이방인이었다.

■현재 : ‘시혜적 자선은 이제 그만. 이젠 자활이다.’

1996년, 정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국민 기초생활 보장법을 도입한다. 이후 법 시행령 제22조 및 시행규칙 제27조 규정에 근거한 자활후견기관이 전국 각지에 설립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빈곤 문제를 시혜적 차원에서 자활 차원으로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집수리, 청소, 세차, 음식물 재활용, 폐자원 재활용, 간병, 세탁, 외식, 공예….’ 기초생활 수급권자와 극빈자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일자리가 제공됐고 보수가 지급됐다.

2002년 말 현재 전국의 자활후견기관은 총 175개소. 이 후견기관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단은 총 1000여 개로 참여 인원은 약 80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천주교회는 이 중 불과 30여 개(추가 예정 기관 포함)의 자활후견기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교회 내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원교구 희망 자활후견기관 이동희(36, 요한 비안네) 실장은 “성공회는 일찍부터 재활 위주의 사회복지 사업을 전개했지만 교회의 복지활동은 아직도 시혜적인 차원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며 “소외된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원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자활후견기관에선 사업단 활동 이외에도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며 “이혼으로 혼자가 된 여성 등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자활후견기관의 사업들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활후견기관은 자활근로 참여자들이 일정정도 기술능력과 자신감을 가지면 스스로 안정적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상호출자 조합방식의 자활공동체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자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도 취업알선 및 생업자금융자 알선을 통한 창업지원을 하고 있다. 당장 아무런 기술이 없어, 재기가 불가능한 실직자나 ‘한 부모 가정’(이혼 가정) 입장에서는 자활 후견기관이 ‘복음’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수원교구 자활후견기관의 도움으로 두부 제조 기술을 배우고 있는 김동남(43.라자로)씨.

“IMF 이후 약 3억여 원의 빚을 지게 되고 살던 집까지 잃게 되자,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습니다. 재기는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갈 길이 있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납니다. 요즘에는 사람 사는 맛이 납니다.”

그는 이 사회와 보조를 맞추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미래 : ‘아직도 많은 이들이….’

2001년 말 현재, 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당장 생계가 불가능한 기초생활 수급권자는 전국적으로 151만 여명. 하지만 절대 빈곤층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사회복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 수급권 지정이 필요한 빈곤계층이 전국적으로 370만명에 이른다. 사회복지계에서는 이 통계 또한 너무 낮은 수치라고 보고 있지만 보건사회연구원의 추정에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기초생활 수급권을 받아야 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59%) 그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활후견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수가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자활후견기관 관계자들은 “자활후견기관의 운영이 단순히 정부의 자금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종교 단체 등 민간 차원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회적 자선 활동을 위해 사용돼 온 자금 중 일부만이라도 이제는 자활후견기관의 활성화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희망 자활후견기관 이동희(36, 요한 비안네) 실장은 “사업에 대해 경험이 없는 이들이 사업을 벌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기 마련”이라며 “자활사업단 운영에 관한 전문가의 경영 자문 및 생활법률·세무관련 자문 등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작업장의 임대와 물품 및 인적 자원 지원도 아쉽다”며 “사업 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 지원을 비롯해 자활사업 진행에 필요한 후원금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집이 없어 서울 면목동의 한 개신교회가 제공한 거처에서 임시로 생활하고 있는 안종순(54)씨.

“빚만 남기고 남편이 하늘나라로 간 이후 거처가 없어 이곳 저곳으로 전전해 왔습니다. 막상 돈을 벌려고 나섰지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방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천주교회가 운영하는 한 자활후견기관에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때 자활후견기관은 큰 힘이 됐습니다. 열심히 일해 다시 집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

그는 다시 희망 속에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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