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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난민촌 방문기

폭격맞은 건물더미 옆에 천막치고 살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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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09 발행 [710호]
폭격맞은 건물더미 옆에 천막치고 살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충격


▲ 1. 지난 1월 중순 파키스탄내 아프간 난민촌과 아프간 현지 어린이들을 찾아 특집 프로그램 ‘아프간 난민촌에 학교를 세우는 사람들’ 제작을 위해 취재 중인 이진원 평화방송 라디오국 PD. 2. 1월13일 파키스탄 바쥬르 지역 아프간 난민촌에서 파키스탄 비정부기구(NGO) ‘베스트’ 하미시 칸 대표에게 2차분 후원금 1000만원을 전달하고 있는 강지원 신부(왼쪽). 3. 1월13일 파키스탄 바쥬르 지역 꼬뜨까이 난민촌에 부산교구의 후원으로 건립된 도서관 앞에서 아프간 어린이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는 강지원 신부. 4. 미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채 방치돼 있는 카불 시내의 한 건물.
지난해초, 부산교구 주일학교 사목부는 ‘특별한’ 사목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른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와 친구되기’. 용돈을 아끼고 과자를 사 먹고 싶은 마음도 절제하며 모은 어린이들의 성금이 500만원에 의류도 200상자나 모였다. 1차분은 지난해 7월 아프간에 전달됐고, 부산교구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정성은 파키스탄 북서부 아프간난민캠프에 학교를 세웠다. 이에 부산교구는 교구 청소년사목국 대학청년사목부 차장 강지원 신부 등 4명으로 이뤄진 방문단을 파견, 현지 실태를 점검했다. 평화방송 라디오FM 특집 다큐멘터리 ‘아프간 난민촌에 학교를 세우는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제작이 추진됐다. 13일간 5000㎞에 이르는 현지 취재를 통해 전쟁으로 파괴된 아프간 현지실태와 파키스탄내 아프간 난민촌의 현장을 돌아본다. 특집 다큐는 9·16·23일 오전 8시15분부터 45분간 평화방송 라디오FM을 통해 방송된다.


당초 아프간으로 출발하기로 한 날은 지난 1월7일. 우기를 피해 잡은 일정은 그러나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방콕발 파키스탄 북서부 라호르행 비행기의 결항으로 국내 출발은 이틀 뒤로 연기됐고, 비자 문제로 출발 전날까지 가슴을 졸이게 했다. 강지원 신부와 부산외대 인도어과의 이광수 교수, 부산 외국인 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이인경 상담 차장 등으로 이뤄진 방문단을 9일 방콕공항에서 만나고 나서야, ‘이제 아프간으로 가게 됐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 정도로 현지 취재는 출발부터 쉽지 만은 않았다.

파키스탄에 도착한 것은 10일. 라호르 공항의 안개로 인해 방콕에서 하룻밤을 지새고 5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파키스탄 라호르공항은 매연이 자욱했다. 한국에서 일했던 파키스탄인들의 안내를 받아 페샤와르로 향했다. 무려 436㎞. 8시간을 달려 도착한 파키스탄 제2의 도시 페샤와르는 수많은 차와 사람, 말, 릭샤(3인용 소형 교통수단)로 별천지처럼 다가왔다.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충격... 그래도 흙바닥서 공부 열심>
첫 방문지는 79년 구소련과의 전쟁으로 세워진 지 20년이 넘은 페샤와르시내 아프간 난민촌 까차가리 캠프. 방문을 위해서는 유엔고등난민판무관실(UNHCR)과 현지 경찰의 인가가 필요했다. 가까스로 허가를 얻고 나서 11일 오전 중 방문한 페샤와르 시내 까차가리 난민촌은 가난 그 자체였다. 거친 흙길을 때 묻은 손에 추레한 옷차림,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그렇지만 흙바닥에서조차도 열심히 공부하는 난민촌 어린이들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날 오후엔 페샤와르 중심부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샴샤두 캠프를 찾았다. 포장도로를 지나 사막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샴샤두 난민촌 직업교육센터와 병원. 직업교육센터에서는 남성에게는 신발 제작과 미장 등을, 여성에겐 카펫과 자수, 재봉질, 파키스탄 공식어인 우르드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어 둘러본 병원시설은 비교적 청결했고 약도 비교적 충분했다. 파키스탄 출신 의사 3명이 일하고 있는 이 병원이 이처럼 시설이나 약이 충분한 것은 유엔과 각국 비정부기구(NGO)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

13일 아프간 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한 직후 파키스탄에서 난민촌 교육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NGO인 ‘베스트(BEST, Best Education and Employable Skill Training)’의 하미시 칸 대표와 함께 5시간을 달려 또 다른 난민촌을 방문했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한 이 난민촌은 바르칼레이 캠프. 부산교구와 부산 외국인 노동자 인권 모임의 후원금으로 세운 여학교를 보기 위해 찾아간 바르칼레이 캠프는 까차가리 캠프나 샴샤두캠프보다 훨씬 사정이 열악했다. 어설프게 지어진 흙집에서 살아가는 난민들의 아픈 실상을 보는 일은 본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오그라들게 했다. 현지 난민은 약 6000명. 지난해 1월 설립한 여학교에는 300여명의 재학생들이 있었고 남학교도 2개나 설립돼 있었다. 여학교 건물은 거의 다 지어져 있었다. 학교라고 하기에는 어설프기 만한 공간, 그렇지만 그마저도 없이 공부해왔던 여학생들은 그것 만으로도 기뻐하는 모습이 완연하다. 수많은 난민과 학생들에 둘러싸여 부산교구와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모임은 2차후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깊은 산 속의 난민촌에 다시 어둠이 깔렸다. 군부대 안에 마련된 숙소에서 UNHCR 홍보관과 아프간 난민촌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정책을 인터뷰하며 내내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안쓰러움이었다.

14일에는 부산교구와 부산 외국인 노동자 인권모임의 지원으로 도서관이 지어지고 있는 새 난민촌을 방문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2000m의 산으로 둘러싸인 난민촌은 꼬뜨까이 캠프. 삼엄한 경비로 출입조차 어려운 난민들은 결국 아프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지 NGO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산교구, 도서관 운영 지원... 황폐한 대지에서 평화 기원>
3만700여명에 이르는 아프간 난민 자녀들을 위해 여학교 2개교와 남학교 8개교 등 모두 10개교가 설립돼 있었다. 학생은 총 4190명. 여학생은 이 중 1700여명으로 교사는 114명. 학교는 국제아동기금(UNICEF)에서, 교사들의 임금은 UNHCR에서, 도서관은 부산교구와 부산 외국인 노동자 인권모임에서 각각 지원해 세워지고 운영된다고 했다. 연신 “고맙다”는 말하는 교사들과 도서관장. 그리고 신기한 듯 방문단을 따라다니는 아이들. 언젠가는 이 아이들도 번듯한 학교에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할 날도 멀지 않으리라, 황폐한 대지에 서서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다.

소수민족지역 통과를 위한 허가증을 받지 못해 파키스탄에서 하루를 더 머무르고 15일 육로를 통해 파키스탄 국경도시 또르깜을 경유, 아프가니스탄 땅을 어렵사리 밟았다. 한참동안 사막 같은 황무지를 지나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에 도착하니, 택시기사는 카불까지 가지 못하겠다고 버틴다. 다른 기사를 섭외해 겨우 출발했다. 카불까지 험준한 산악의 비포장도로를 기사는 시속 80㎞로 달렸다.

카불에 들어서니 이 곳이 한 나라의 수도인가 싶게 칠흙 같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서라고 한다. 예약한 숙소측과도 전화도 되지 않아 난감해 하고 있는데 천만다행으로 한국에서 온 NGO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의 숙소에 여정을 풀었다.

16일 아시아문화개발기구(ICAD) 직원들의 도움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아프간 사무소를 방문, 한국정부의 대아프간 지원 현황과 아프간 현실을 인터뷰한 뒤 국제아동기금(UNICEF)의 현철호 공보관을 만났다. 카불시내 폭격 현장은 문자 그대로 참혹했다. 그럼에도 폭격 현장의 건물더미 한 귀퉁이에는 천막을 치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참으로 형용할 수 없는 사람살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17일 부산교구와 부산외대의 후원금을 기아대책기구에 전달한 뒤 우리는 세계식량계획(WFP)의 김새우 공보관을 만나 아프간의 자세한 식량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18일 카불을 떠나 잘랄라바드, 또르깜을 거쳐 다시 페샤와르로 돌아왔다. 아프간에 비해 파키스탄은 너무 잘 산다는 느낌이 새롭다. 19일에는 한국에서 지난해 타계한 파키스탄 노동자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시알코트에서 부산의 한 독지가가 전하는 장학금을 대신 전달했다. 이인경 상담차장과는 시알코트에서 헤어졌다. 이 차장은 한국에서 일하다가 귀국, 파키스탄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귀국 후 생활을 조사하기 위해 2주간의 일정으로 남았기 때문. 안개를 헤치고 라호르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아비규환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서로 추월하고 반대편에서 갑자기 오토바이가 튀어나는 길목. 5시간을 내내 초긴장 상태에서 달렸지만 비행기는 안개로 또 다시 결항이다. 이튿날 2시가 돼서야 떠나는 파키스탄은 안개로 또 다시 덮여가는 느낌이다. 글·사진=이진원(평화방송 라디오국)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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