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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조선교회 신자들로부터 존경받은 5명의 순교자들

초기 조선교회 신자들로부터 존경받은 5명의 순교자들

'우선 순교자' 순교 용덕 오늘의 신앙인에게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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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1 발행 [740호]
'우선 순교자' 순교 용덕 오늘의 신앙인에게 모범


▲ 윤지충과 권상연, 윤유일, 최인길, 지황 등 다섯 명의 순교자들은 초기 한국 교회가 갖고 있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사진은 전주 전동성당에 있는 윤지충과 권상연 순교상.
 한국 천주교회사 관련 가장 훌륭한 저술로 평가받고 있는 샤를르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1874년 간행)를 보면 1801년 신유박해 이전 초기교회 신자들에게 특별히 존경받아온 5명의 인물이 눈에 띈다.

  한국인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1759∼1791)와 권상연(야고보,1751∼1791), 윤유일(바오로,1760∼1795), 최인길(마티아,1765∼1795), 지황(사바, 1767∼1795)이다. 이들이 어떤 이유로 초기교회 신자들에게 존경받아 왔는지 또 그들 생애에서 닮은 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선교사없이 평신도들이 서적을 통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임으써 출범한 한국 천주교회는 태생적으로 두가지 한계를 갖고 있었다. 하나는 서적을 통해서만 천주교를 이해하고 신앙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에 따른 교리이해 부족이라는 '보유론적 한계'와 또 하나는 성직자가 없어 보편 교회의 일원이 될 수 없었던 '교계론적 한계'였다.

 1784년 북경에서 세례받고 귀국한 이승훈(베드로)이 서울 수표교 인근 이벽(세자 요한)의 집에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한 한국 천주교회는 이후 10년이 안돼 이 두가지 태생적 한계를 모두 극복했다.

  이 태생적 한계를 극복시킨 주인공들이 바로 윤지충과 권상연, 윤유일, 최인길, 지황이다. 윤지충과 권상연은 가톨릭교회 가르침에 따라 조상 제사를 철폐함으로써 '보유론적 한계'를 극복했고, 윤유일과 최인길, 지황은 주문모 신부를 영입함으로써 '교계론적 한계'를 극복했다.
 
 △ 윤지충과 권상연

 전라도 진산의 유명 양반집안 출신인 윤지충과 권상연은 이종사촌간으로, 윤지충은 고종사촌인 정약용(요한) 형제를 통해 천주교 신앙을 알게 됐고, 1787년 인척인 이승훈(베드로)으로부터 세례를 받아 입교한 후 권상연에게 천주교 교리를 가르쳐 그를 입교시켰다.

 윤지충과 권상연은 1790년 북경 구베아 주교가 조선교회에 제사금지령을 내리자 이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집안에 있던 신주를 불살랐다. 윤지충은 이듬해 여름 어머니(권상연의 고모)가 사망하자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유교식 제사 대신 천주교예절로 장례를 치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조정에서까지 이들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고, 이 소식을 들은 둘은 자수해 고문과 배교의 강압 속에서도 천주교 교리를 설명하고 제사의 불합리함을 조목조목 지적한 후, 1791년 12월8일 함께 전주 남문 밖에 형장에서 '군문효수'(죄인의 목을 베 군문 앞에 매다는 것)형을 받고 순교했다. 윤지충은 32세였고, 권상연은 40세였다. 윤지충은 권상연보다 먼저 칼을 받아 한국 천주교회 첫 순교자가 됐다.
 
 △윤유일·최인길·지황

 경기도 여주 양반출신인 윤유일과 중인 집안으로 한양의 역관 출신인 최인길, 한양 궁중악사 집안의 지황은 한국 땅에 성직자 영입을 주도한 인물들이다.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한 윤유일은 1789년 성직자 영입을 위한 최초의 밀사로 선발돼 북경에서 구베아 주교를 만났다. 이후 그는 지황과 최인길 등과 함께 성직자 영입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1794년 말 중국인 주문모(야고보) 신부를 입국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인길은 1784년 이벽(세자 요한)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했으며, 1790년 윤유일이 북경교회를 방문하고 귀국한 후부터 성직자 영입운동에 참여했다. 성직자 은신처 마련 임무를 맡은 최인길은 주문모 신부가 1794년 12월24일 입국한 후 한양 자기 집에서 모셨다. 그러다 배교자의 밀고로 이 사실이 발각되자 주 신부를 강완숙의 집으로 피신시킨 후 자신이 신부로 위장해 체포됐다.

 지황은 1791년 성직자 영입 운동에 참여한 후 1793년 윤유일·박요한과 함께 북경에 다녀온 후 1794년 12월 의주 국경에서 주 신부의 입국을 도왔고 한양 최인길의 집까지 안내했다.

 그러나 최인길이 체포되면서 윤유일과 지황도 포졸들에게 잡혔고, 조정은 주 신부 입국 사실이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1795년 6월28일 밤 이들 셋을 은밀하게 타살시킨 후 시신들을 강물에 버렸다. 윤유일이 35세, 최인길이 30세, 지황이 28세였다.
 
 △ 우선 순교자

 윤지충·권상연·윤유일·최인길·지황, 이 다섯 순교자는 한국 천주교회 창설 초기 순교자들로 1801년 신유박해 순교자들을 비롯해 이후 한국 천주교 신자들에게 신앙의 모범이 됐다.

 교회용어로 '우선 순교자'들인 이들에 대한 초기 한국교회의 공경은 남달랐다. 샤를르 달레는 저서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의 모범은 조선의 초대 천주교인들에게 놀라운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유명해졌고, 특히 바오로는 오늘까지도 신자들 사이에 큰 존경을 받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주문모 신부도 "윤지충은 주교와 같은 존경을 받았다"고 신문과정에서 진술했고(「징의」참조), 윤유일은 1797년 구베아 주교에게 쓴 편지에서 "교우들은 수건을 여러장 가져다가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이 흘리신 피를 그 수건에 적셨습니다. 그런데 사경을 헤매던 몇몇 교우들이 순교자들의 피가 적셔진 그 수건 조각을 만지자마자 금방 병이 나은 게 아니겠습니까.…이런 기적은 흔들리는 교우들의 신앙을 다잡아 주었고, 비신자들에 대한 복음 전파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구베아 주교은 자신의 1797년 서한에서 윤유일과 최인길, 지황에 대해 "조선 교회 안에서는 세 순교자들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우리 순교자들은 뛰어난 복음 전파자들이었고, 하느님 영광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한 신자들이었습니다. 온갖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선교사를 자기네 나라로 모셔가서 숨겨준 것도 이들었습니다"라고 칭송했다.
 
 △ 호교론자

 이들 다섯 순교자들은 관리들뿐 아니라 당대 저명한 유학자들과 천주교 교리에 대해 논하며 진리를 밝힌 초기 호교론자로 공경을 받았다.

 윤지충과 권상연은 "신주와 같은 나뭇조각을 공경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무익한 일이며, 이를 금하는 교회의 가르침을 어기기보다는 차라리 형벌과 죽음을 택하겠다"며 순교를 자청했다.

 윤유일·최인길·지황도 "저 십자형틀에 묶이신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다가 대신 죄를 지고 가셨으니, 어찌 자식된 자로서 저 큰 부모를 배반할 수 있겠습니까? 그분이 저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러니 어찌 그 교리의 가르침을 어기면서 교회에 해가 되는 말을 하겠습니까? 그분을 모독하느니 차라리 천만번 죽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하며 고문을 달게 받았다.
 
 △ 순교를 갈망한 용덕(勇德)

 이들 다섯 우선 순교자들의 용덕은 신유박해 순교자들에게도 큰 감화를 주었다는 기록이 달레 교회사 여기저기에 나온다.

 「정조실록」(권33, 15년 11월7일자)은 "윤지충과 권상연은 유혈이 낭자하면서도 신음소리 한 마디 없었습니다. 그들은 천주의 가르침이 지엄하다고 하면서 임금이나 부모의 명은 어길지언정 천주를 배반할 수는 없다고 하였으며, 칼날 아래 죽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였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구베아 주교는 윤유일·최인길·지황의 순교 소식을 듣고 쓴 편지(1797년)에서 "그들이 이토록 영광스럽게 순교의 은총을 얻게 된 것은 아마도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하여 그 동안 겪어야만 하였던 위험에 대한 보상일 것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하느님의 종 124위'의 우리말 약전 저술에 실무를 맡아온 차기진(양업교회사연구소장) 박사는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모범이 된 우선 순교자 5위에 대한 현양과 연구가 앞으로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면서 "다섯 우선 순교자들의 용기와 고난, 그리고 최후에 보여준 순교 용덕이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삶의 모범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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