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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600만 육박...연내 1000만까지 '우울한 전망'

빈곤층 600만 육박...연내 1000만까지 '우울한 전망'

국제 빈곤층 지원의 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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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6 발행 [806호]
국제 빈곤층 지원의 해 <상>


▲ 1. 오늘은 또 어디로 가야 하나, 침낭과 온갖 잡동사니를 등에 둘러멘 채 무심히 지하도를 걷는 노숙자의 발길엔 삶의 무거움이 묻어난다. 올해는 이처럼 삶의 막장으로 내몰린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대안금융 설립과 빈곤층 경영 지도 등이 강조되는 UN 제정 `국제 빈곤층 지원의 해`다. 전대식 기자jfaco@pbc.co.kr2. 찍어진 벽지, 달력 한장…. 휑뎅그레 텅 빈 방안에 김 아무개 할머니는 홀로 앉아 눈시울을 적신다. 날로 힘들어져만 가는 삶의 무게, 늙어가는 육신은 삶의 부채로 다가오지만, 손녀만은 유일한 삶의 의지처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국내 빈곤 실태와 대책

 유엔은 2005년을 '국제 빈곤층 지원의 해(International Year of Microcredit 2005)'로 보낸다.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로 직역되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는 사실상 빈곤층을 위한 '대안금융'을 의미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이 말을 '빈곤층 지원'으로 의역, 국내에선 '빈곤층 지원의 해'로 통용된다. 그 골자는 '대안금융' 육성.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을 통해 빈민을 지원하고 경영지도를 통해 자활을 유도해낸다는 취지다. 이에 국내 빈곤 실태와 대책, 국내 대안금융 현황과 과제 및 전망, 대안금융을 통해 일어서는 생산공동체 자활 현황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내 빈곤 실태

 칠순 할머니에 전신마비 아버지, 가출한 손자, 할머니와 아버지를 부양하는 손녀. 서울 강서구 가양동 9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단지 홍성도(47)씨 가정 상황이다. 전신마비에 목에 구멍을 뚫어 가래를 관으로 빼내며 사는 홍씨는 하루종일 몸져 누운 노모와 마주보며 지낸다. 모자가 다 대ㆍ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형편. 유일하게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버는 20대 딸이 할머니와 아버지를 봉양하고 있지만, 낮엔 보살핌이 불가능하다. 서울 가양동본당 빈첸시오회(회장 주현탁 야고보) 회원들이 가끔 들러 5만원이라도 건네고 보살펴주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된다.

 정 아무개씨(46)는 1997년부터 2001년 1월까지 노숙을 하다 서울 돈의동 쪽방에 들어온 사례. 하루 7000원 방세를 내기 위해 새벽마다 인력회사에 출근하던 정씨는 설상가상으로 2001년 4월 사기를 당해 신용불량자가 된 지 3년8개월째다. 막막한 앞날. 하지만 희망은 있다. 2003년 3월, 검찰에서 '은행채권팀으로부터 고발된 사건이 사기로 판단돼 혐의없음' 판결을 받아 신용불량자 탈출에 청신호가 켜져 일자리를 구하면 저축하고 집을 얻으려는 꿈을 꾼다.

 이처럼 절대빈곤층, 혹은 차상위계층 빈곤인구가 전 국민 10%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국회에 재출한 '빈곤층, 차상위계층 실태현황 및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월 106만원)에 못미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 수급자와 한달 수입이 최저생계비 100~120%(월 122만원)인 차상위계층을 합친 빈곤층은 지난해 8월말 현재 494만5335명(전 국민의 10.4%)에 이른다. 여기에 노숙자와 주민등록 말소자 등 기존 집계에 걸리지 않는 80만여명을 합치면, 600만명에 육박한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이같은 빈곤 인구가 2005년 중 1000만명 선에 이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경제부처 쪽에서 나온다는 데 있다.
 

 
  #빈곤층 전락은 왜?

서울 강남에서 중산층으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리던 자영업자 김마르코(48)씨는 1997년말 IMF 당시 사업에 실패하자 곧바로 집을 잃고 신용불량에 직면했고 6년이 지난 지금도 '비닐하우스'에 지내며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다. 전엔 어려운 이웃돕기도 남들만큼은 했던 김씨였던 터라 자신이 바로 같은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아직도 실감하지 못할 때가 때때로 있다.

 빈곤층 전락은 이처럼 한순간에 이뤄진다. 우리 사회가 사회복지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허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 건강한 중산층 가정일지라도 가족구성원 중 한명이 실직하거나 중병을 앓게 되면 곧바로 빈곤층에 편입되는 게 우리 사회 현실이다.
 

 
 #사회안전망 확충은 왜 필요한가, 또 방안은

 지난해 12월18일 오전 대구시 동구 불로동 김 아무개(39)씨 사글셋방 장롱에서 김씨 세 자녀 중 4살배기 아들이 굶어 숨진 채 발견된 사태는 사회안전망 확충이 왜 절실한지 잘 보여준다.

당시 이 집에 김치와 쌀을 전해주러 갔다가 아이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 21개월 된 막내딸을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구한 이는 인근 대구대교구 불로동성당 관계자들. 구자문(안토니오) 불로동본당 사회복지위원장은 "우리 성당에서 2002년 6월부터 2004년 2월까지 매달 분유값 3만원을 전해주고 6월에도 5만원을 전했는데 이번에 성탄을 맞아 성금과 김치를 전하러 갔다가 이처럼 안타까운 상황을 봤다"며 사회안전망 확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세밑에 벌어진 '어린아이 아사(餓死)사태'는 1인당 국민소득 1만5000달러 달성을 눈앞에 둔 우리 사회 내면이 부의 양극화로 얼마나 심각한 골병이 들어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 정책과 지역사회 차원의 인적 지원, 물적 나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 물론 정부에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 동사무소마다 1~2명에 불과한 사회복지사 인력으로는 상담만도 벅차다. 속속들이 빈민 가정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원체제를 구축하려면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종교계의 참여와 연대, 사랑이 절실하다.



 #대안금융 육성은 대책이 될 수 있나

 단돈 1만원, 5만원이 시급한 이들에게 긴급부조를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확충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유엔에서 제기하는 대안금융 육성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방글라데시 빈민은행인 그라민 은행은 그 대표적 사례. 1976년 극빈자들에게 몇푼 안되는 돈을 빌려주며 시작된 그라민 은행은 평균 대출금액이 미화 100달러도 채 되지 않으면서도 극빈자들 삶의 질을 바꿔 대출 상환율이 98%가 넘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이기우 신부) '명례방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류정순(안나, 56)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대안금융 규모가 아주 작은데, 올해를 계기로 대안금융이 활성화해 저소득층이 재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없는 길을 내어가는 과정'이 바로 마이크로크레디트"라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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