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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초원의 선교사들

사제 생활비 쪼개 청소년 12명과 함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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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2 발행 [823호]
사제 생활비 쪼개 청소년 12명과 함께 살아


▲ 1. 김성현 신부(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와 12명 몽골 천사들. 3년전 한명 두명 키우기 시작한 아들이 어느새 12명으로 늘었다.2.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13살 소년 하트나가 김성현 신부가 사목하는 성당을 찾아와 기도하고 있다. 하트나는 성당 문이 열릴 때마다 가장 먼저 찾아와 기도를 한다. 3. 김성현 신부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이 저녁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하고 있다.
 해발 135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도시.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는 하늘과 가깝다. 하늘과 친한 그 땅에 천사들이 살고 있다.

 아무도 없는 성당. 13살 소년, 하트나(Hatna)가 두 고사리 손을 곱게 모았다.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헤어진 후 소식이 끊어진지 오래다. 어머니 주벽 때문에 거의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도시 하수구나 상가 구석진 곳 등이 잠자리. 나이는 13살이지만 키 등 외모는 한국 어린이 8~9살 정도이다. 제대로 먹지 못하니 키가 자랄 틈이 없다.하지만 '속'마저 자라지 못한 것이 아니다.

 정이 그리워서 일까. 누구에게 배웠는지 성당 문이 열리면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찾아와 기도를 한다. 성당이 집처럼 느껴지는지 하루종일 성당 근처를 떠나지 않는다. "신부님, 저 여기서 살고 싶어요." 하트나가 울란바타르 항올성당 김성현 신부에게 매달렸다.

 김 신부는 아무말도 못했다. 단지 안쓰런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김 신부가 갈 곳 없는 길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숙소를 내주고 살도록 한 것은 3년 전인 2002년 8월. 그저 안쓰러운 마음에 한 두 명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 벌써 12명으로 늘었다. 이젠 포화상태다. 얼마되지 않는 생활비를 쪼개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용돈도 주지만, 더이상 아이들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길거리 아이들을 더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현재 함께 생활하는 12명의 아이들도 생활이 어려워진다. 당장 좁은 숙소도 넓혀야 하는 실정에서 더이상 아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리다. 하트나는 다시 거리로 나가야 한다.

 하트나를 돌려보낸 그날 밤. 김 신부와 12명 형제들이 식사를 함께했다. 막내 우린철멍(Urin tsolmong, 12)의 수다가 이어졌다. 미사 때면 가장 큰 목소리로 성가를 이끄는 아이. 하지만 2년전 김 신부와 처음 만났을 때는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팔은 다친 곳을 치료하지 않아 썩어들어가고 있었고, 제대로 먹지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숙소가 좁아 우린철멍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팔이 다 나을 때까지만 데리고 있겠다"는 조건으로 함께 살기 시작했다. 1, 2, 3개월…. 정성껏 치료를 하는데도 팔이 좀처럼 낫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린철멍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늘 웃는 모습이었다. 알고보니 김 신부와 함께 살 욕심에 매번 팔이 나을만 하면 스스로 상처를 내, 악화시키는 것이었다. 김 신부가 두 손을 들었다. 결국 함께 살기로 했다. 그제서야 우린철멍의 팔이 완치될 수 있었다.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3년 째 김 신부와 함께 살고 있는 맏형 오강바이르(Oganbayr, 21)가 자신있게 대답한다. "김 신부님 처럼 훌륭한 신부님이 될거예요." "오~." 형제들이 오강바이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말 수가 적은 둘째 아즈자르갈(Azjargal, 18)도 모처럼 말문을 열었다. "저는 돈을 많이 벌어서 신부님께 근사한 성당을 지어 드릴거예요." 김 신부는 행복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고생하며 키운 보람은 있구나" 일일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때 뜻하지 않았던 반격. "나는 신부님이 싫을 때가 있어요" 활발한 성격의 둡칭(Dubching, 18)이었다. "밖에서 짜증나는 일을 당하고 우리에게 와서 괜히 화풀이할 때 신부님이 제일 미워요" 폭소가 터졌다. 지난 3년 사이에 부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 김 신부는 이 아이들의 모습에서 미래 몽골 교회를 보고 있다.

 "이 아이들 중에서 몽골 최초의 방인 사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한국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빨리 몽골 교회도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생활비를 쪼개서라도 이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낼 생각입니다."

 김 신부는 길거리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 복지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도 구상 중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단순한 '구상'에만 머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성당 운영비도 빠듯한 실정에서 재원 마련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30여분간 식사시간. 모든 것을 버리고 맨몸으로 몽골에 온 사제와, 12명 천사들이 함께한 아름다운 만찬이 끝났다. 사제와 아이들이 함께 손을 모았다.

 "주님, 우리 미래를 맡깁니다. 진정한 행복은 당신을 통해서만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먹고 입고 잠자는 것, 모든 것이 불편합니다.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습니다. 당신께 의탁하면 그 모든 것들을, 아니 더 좋은 것들을 선물로 주신다는 것을…." "아멘."

울란바타르=우광호 기자  kwangh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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